HIGHLIGHT
1970년 1월, 작가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켄트주립대학에서 1주일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교 마당에는 오래 사용되지 않은 오두막이 있었고, 당시 열전환과 에너지의 흐름으로 인한 지질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오두막에 진흙을 쏟아부어 물질의 흐름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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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Smithson, <Partially Buried Woodshed>, 1970
(https://holtsmithsonfoundation.org/partially-buried-woodshed)
허름하고 낡은 작은 직사각형의 건물이 있다. 그리고 그 건물을 반 덮은 흙무더기가 보인다. 산사태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1960-70년대 활동했던 미국의 대지 미술 작가 로버트 스미슨의 1970년작 <Partially Buried Woodshed (부분적으로 덮인 오두막)>이다. 1970년 1월, 작가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켄트주립대학에서 1주일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교 마당에는 오래 사용되지 않은 오두막이 있었고, 당시 열전환과 에너지의 흐름으로 인한 지질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오두막에 진흙을 쏟아부어 물질의 흐름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 날씨에 진흙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대신 마른 흙을 쓰기로 했다. 작가는 20톤 양의 흙을 포크레인으로 퍼올렸고, 헌 오두막 건물에 부었다. 사방으로 쏟아지기 시작한 흙은 이내 산처럼 쌓아올랐고, 오두막을 지탱하던 기둥은 부러졌다. 건물의 흔적과 작업의 흔적이 공존하는 상태로 있던 작품은 작가에 의해 대학교의 소장작품으로 기부되었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의 작업관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패되는 작품을 복원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땅에서 탄생해 땅으로 돌아가며 천천히 없어지며 작품만의 역사를 살아가는 과정이 작가에게는 중요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스케치
(https://www.nga.gov/collection/art-object-page.73895.html#bibliography)
그러나 작품이 완성된 후 4개월이 지난 5월 4일, 미국의 청년들이 곳곳에서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 운동을 펼쳤고, 켄트주립대학교의 학생들도 이에 참여했다. 안타깝게도 몇몇 학생들은 반전 시위중 군인들의 총격에 의해 사망하였고, 다른 학생들은 이 일을 기리기 위해 ‘MAY 4 KENT 70’ 문구를 부러진 기둥에 썼다. 1973년 스미슨은 세상을 떴고, 그의 부인 낸시 홀트 (Nancy Holt)는 작품의 보존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2년 후 작품은 방화범에 인해 더욱 망가졌다. 대학교 측에서는 반정운동과 사건 사고를 연상시키는 스미슨의 작품의 잔해를 제거했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었다. 현재 이 장소는 학생들의 불법행위가 이루어지는 비밀장소로 쓰여지고 있다.
4개월밖에 유지되지 못했던 이 작품에 대해서는 아직도 성공과 실패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다. 반전 운동이나 이후의 사건은 작가가 계획한 일들이 아니었고, 작품의 부패는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스미슨은 대지 작업을 할때 작품이 낡아가며 고유의 생을 살아가기를 바랬다. 비록 작품의 온전한 생은 4개월 밖에 안되었지만, 작업 뒤의 컨셉은 이후 많은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글_조혜연_ 일러스트레이터. 같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쓴 현대미술 작가와 작품 이야기들_heyonch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