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감독으로 <마지막 황제>(1987)에참여해 제6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제4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비롯한 유수 영화제의 음악상을 석권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류이치 사카모토는 새 정규앨범을 작업하는 도중 인후암 3기 판정을 받으면서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 그렇지만 평소에 존경하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에게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의 작업 의뢰를 받은 류이치사카모토는 이를 계기로 활동을 재개한다. 아울러 류이치 사카모토는 이전에 중단했던 앨범 작업을 다시준비한다. 다만 그는 기존에 세웠던 구상을 모조리 엎고 새로운 시작점에 선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2017)는 ‘코다’에함축된 의미처럼 출발점에 회귀한 류이치 사카모토가 과연 어떤 소리를 듣고 싶어 하는지, 자기 삶과 철학이어떻게 음악적으로 표현될 수 있는지 등을 고심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한편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2018)는항암 치료를 병행하며 만든 새 정규 앨범이자 가장 사적인 앨범으로 평가를 받는 [에이싱크(ASYNC)]와 유관한 다큐멘터리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이와 같은고민을 심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연 실황을 담아냈다. 즉, 관객들은두 다큐멘터리를 경유해 아티스트, 철학가, 활동가, 그리고 평범한 개인으로서의 류이치 사카모토를 확인할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2017)와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2018)는 류이치 사카모토를 단순히 ‘작곡(하다)’라는 용어의울타리에 가둘 수 없음을 넌지시 보여준다. ‘작곡하다’라는용어에는 ‘만들다’라는 의미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하지만 휴식기를 보내면서 음악에 대한 기존 인식을 완전히 부순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해당 용어는 부적절하게 다가온다. 본인의 삶에 들이닥친 비극을 기점으로 그는 인류의 삶, 세계의 비극과고통 등을 외면하지 않고 음악적으로 경청하고자 소리를 모으기 시작했다. 고로 ‘채집하다’라는 단어가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레버넌트: 죽음에서돌아온 자>와 이상일 감독의 <본노>(2016)에서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나치게 인위적이고 산업적인 색깔이 짙은 음악을 지양한 대신, 많은 사람들이 문명사회 내 충돌 및 갈등을 직시하는 행위에 동참할 수 있는 음악을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활동 중단 후 8년만에 발매한 정규 앨범 [에이싱크]와 함께 뉴욕 파크 애비뉴아모리에 입성한 류이치 사카모토는 콘서트를 개최한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실존적이고 음악적인 고민이 어떤방향으로 흘러갔는지 보여주는 순간이기에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는 그의 시선을 맞춘 아이 레벨 숏을 주로 택한다. 이와 함께,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와달리 <류이치 사카모토: 에이싱크>는 픽스 숏의 비중을 높이며 ‘Andata’, ‘Disintegration’,‘Solari’를 비롯한 14개의 사운드트랙이 흐르는65분에 대한 몰입도를 배가한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아이 레벨 숏과 픽스 숏은 세상과 닿기위한 개인으로서 앞으로 류이치 사카모토가 어떤 음악을 채집하게 될지 기대하기까지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