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외부 사진 _ 정다혜
파리의 중심지에 있던 무역 거래소의 건물이 16세기부터 여러 차례에 거쳐 리노베이션 되어왔다. 그리고 2021년 5월 17일 현재의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을 위한 현대 미술관이 개관했다. 이번 리노베이션은 안도 타다오 건축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르네상스에) 그 만의 감성을 녹여 낸 건물이 탄생하였다. 이 모든 진행에는 케링 그룹의 창업자인 François pinault의 후원으로 시작되었다. 프랑수아 피노는 2017년 베니치아에서 진행된 데미안 허스트의 ‘난파선 컴백쇼’의 후원자로서 그가 보유한 컬렉션은 5천점 이상으로 추정되어 그 규모가 세계 어느 미술관 보다도 크다고 한다.
« Bourse de Commerce의 공간 레이아웃은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긴장되고 미묘한 대화를 유발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안도 타다오
건축가인 안도 타다오는 2015년 피노 회장으로부터 이번 리노베이션의 참가를 제의받았다. 그리고 그는 역사적 기념물에 개입하지 않고, 이 건물을 새로운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는 사적 기념물을 재생산하는 문제로서 성벽에 새겨진 도시의 기억을 존중하고 내부에는 이전과 또 다른 구조를 배치하였다. 또한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생생한 대화를 확립하는 구성으로 현대 미술을 위한 공간으로서 생명이 넘치는 공간을 재창조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 건축의 소명은 시간, 과거, 현재, 미래의 실을 연결하는 것이며 그는 이를 구성해 내는 것에 성공하였다.

우르스피셔의 작품, 컨퍼런스 룸의 인터뷰 영상 사진_ 정다혜
건물 내부는 스튜디오룸 포함 약 10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전시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 가능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입구와 같은 층의 광장에는 우르스 피셔의 왁스로 만들어져 타고 있는 오브제들로 가득하다. 우르스 피셔(URS FISCHER)의 작품을 개인이 소장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으며 광장에서 약 열개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광장을 둘러싼 파사쥬 (passage)에는 베르트랑 라비에(BERTRAND LAVIER)의 조각들이 유리 관 안에 전시되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같은 층의 파사쥬 입구에서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현장 작업인 벽을 뚫고 나온 쥐가 관객을 처음 맞이한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2층에서 3층까지 5개의 전시장이 존재하며 대부분 평면 작업으로 사진, 그림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각 전시장 마다 적게는 1명 많게는 작가 3명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있고, 건물의 특성상 어느 전시장에서나 중앙 광장의 우르스 피셔의 작품 관람이 가능하다. 따라서 관객은 우르스 피셔의 작품을 다양한 높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 되어있다. 지하의 스튜디오 룸에서 관객은 스탠더글라스(STAN DOUGLAS)의 음향&영상 작업을 볼 수 있고, 컨퍼런스 룸에서는 피노 회장의 인터뷰와 이 건물을 설계한 안도 타다오의 인터뷰를 볼 수 있다.
루이뷔통 재단의 미술관에 대적할 만한 새로운 현대 미술관의 탄생으로 초기에 크게 주목을 받았으나 전시의 질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존재했다. 개인의 컬렉션이라 일컫기에는 그 규모가 방대하나 그 만큼 일관된 취향을 찾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나열되어 있기는 하나 전시 그 자체의 의미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단지 한 개인의 컬렉션을 보기 위한 관객들은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 그 자체의 세노그라피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느껴질 만큼, 그저 개인의 컬렉션 나열로 그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전시였다. 이 건물의 의미와 건축가의 생각 그리고 기획자의 의도 그 모든 것에 대한 이해 관계없이도 관객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전시로의 구성이 앞으로의 전시에 존재한다면, 이후 미술계에 끼칠 영향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아직은 파리의 루이뷔통, 까르띠에, 에르메스 등의 재단 미술관에 비하여 전시 그 자체의 구성력이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개인 컬렉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한 인물의 컬렉션으로서 이슈가 되어 초창기에 관객이 몰리기는 하였으나 그 만큼 ‘개인 컬렉션’의 한계를 보여준 것은 아닐까.
개관 초기에는 피노 회장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유료인 전시장의 표를 구하기 힘들었다. 프랑스에는 유독 무료로 관람이 가능한 전시장이 많기 때문에 유료 전시장의 표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 그 자체로 현지에서는 큰 이슈였다. 현재는 당일 표 구매도 현장에서 가능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따른 방역 지침으로 입장객 수가 제한되어 주말 혹은 공휴일이 아닌 이상 현장 발권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