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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른 같음_볼프강 라이프의 작업과 함께 | ARTLECTURE

모두 다른 같음_볼프강 라이프의 작업과 함께


/People & Artist/
by 이한나
모두 다른 같음_볼프강 라이프의 작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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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얼마 전 ‘잘 살기가 어렵다’고, ‘나는 현재 잘살고 있지 못하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내용의 퍼포먼스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퍼포머는 공연 인트로 부분에, 잘 살기가 어려워서 명상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유투브로 명상법을 찾아봤다고 했다. 어려운 설명뿐이다가, 어떤 유투버가 아주 쉽게 명상하는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며 우리에게 소개해주었다. 눈을 감고 자기 이름을 불러보면, ‘내가 부르는 나의 모습'과 진짜 내 모습은 다르다는 것이다. 각자가 부르는 목소리가 향하는 곳은 삶의 이상향적인 모습으로 사는 내 자신이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삶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삶에는 너무도 많은 분리가 일어난다. 하나의 이념 안에서도, 하나의 상황 안에서도, 심지어 신체가 하나인 자아 안에서도 말이다. 친구들을 만나도, 각자의 생각들이 모여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내면 안에서 너무도 여러 가지의 생각들이 유영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모마에서 "Pollen from hazelnut(2013)"을 설치하는 볼프강 라이프 (사진 출처: Art21)



글을 읽는 잠시나마, 마음의 합일과 안정을 느끼길 바라며 명상과도 같은 작업을 하며, 작가와 재료, 작품과 관객의 합일을 추구하는 볼프강 라이프(Wolfgang Laib)’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의 전시, 2007년 광주 비엔날레 참여 등을 통해 비교적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다. 대학 시절 의학을 공부했던 그는, 과학/기술적 한계를 느끼고 신체적 문제를 다루는 것보다 내면의 문제를 다루는 것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극동아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동양의 문화에도 큰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 경험은 그가 수도자적인 태도로 임하는 작업들의 발판이 되었다.


동양 문화권의 선불교, 도교, 자이나교 등의 종교와 철학에도 심취했던 그는, 자연과 물질의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것을 지향하는 비-물질주의, 자연주의, 친환경주의 미술을 추구했다. 재료를 고찰하는 것이 곧 주제라고 할 만큼,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을 거의 가공하지 않은 채 그대로 활용하여 작업한다. 주로 작업에 사용한 재료인 돌, 우유, 꽃가루, 밀랍, 흰 대리석 등의 자연물은 인간이 거주하는 땅을 향한 경외심을 깊이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삶의 유기적 순환성을 상징한다.



작업을 위해 꽃가루를 채집하고 있는 모습과, 그의 작업 “Pollen(1977)” (사진 출처: Moma 홈페이지)



1977년에 작업한 <꽃가루(Pollen)>는 계절에 따라 각기 다른 꽃가루들을 작업실 근처에서 직접 수집하여 전시한 것이다. 유리병에 채집한 모습 그대로 전시장에 두거나, 전시장 바닥에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꽃가루를 뿌려서 전시했다. 가루를 펼쳐놓는 것뿐만 아니라, 다시 병에 담아 철수하는 것까지가 작업이고 숭고한 의식이라고 생각하며, 퍼포먼스의 형태로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는 꽃가루가 가지는 의미를 생명이라고 여긴다. 계절마다 자라는 식물의 꽃가루를 수집하여 전시함으로써 시간에 따른 자연의 흐름, , 자연의 순환 사이클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한한 대양(2011)”을 설치하고 있는 볼프강 라이프 (사진 출처: http://www.coffeebreak-blog.de/30-000-berge-reis/)



그의 작업 중 가장 큰 면적을 사용한 작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2011년에 전시된 <무한한 대양(Unlimited Ocean)>에서 그는 30,000여 개의 쌀알 더미와 7개의 꽃가루 더미를 쌓아 두었다. ‘이라는 소재는 동양권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재료 이자, 종교적 헌물로써의 의미도 품고 있다. 쌀을 단지 재료로써 사용하지 않고 문화적, 종교적 의미를 담아냈다. 또한,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재료를 수집하고 작업에 사용하는 데에서의 진지함을 담고 있다.


새로운 소재를 발견하고 남들과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해진 현대 사회 속에서, 볼프강 라이프는 재료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업을 통해 명상을 수행한다. 그가 작업을 위해 모은 재료들을 보면 특성은 모두 다르지만, 본질은 자연으로부터 와서 생명력을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것, 시간이 지나면 상하는 것, 색과 향을 지녔다는 것. 이것들은 모두 다르지만, 생명력이라는 힘 아래 존재할 수 있는 특징들이다.

 

볼프강 라이프의 작업을 통해, 잠시나마 분리된 요소들의 공통점을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글을 다 읽고 다시 삶으로 돌아간다면, ‘타인과 나는 무엇으로 인해 구별될 수 있는지가 아닌, ‘타인과 나의 공통점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로부터 왔을지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너무 많은 자신과 마주했을 때는, 여유로운 미소를 먼저 짓고 수많은 자신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이한나_작가는 관람객들이 이곳에서 발견되는 소박하지만 계속해서 자라나는 힘을 품고 있는 자연물들의 이미지를 통해, 각자가 제쳐놓은 것들 또한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음을 믿게 되길 바란다. 또한, 가장자리에서 자라나고 있는 것들은 점점 중심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전시장 벽면을 따라 걷게될 것이다. 즉, 공간의 가장자리에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