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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와 엉터리 사이에서 미술을 외치다. | ARTLECTURE

엉덩이와 엉터리 사이에서 미술을 외치다.

-젊은 미술가들의 생존 전략-

/Insight/
by 최지규
Tag : #미술, #예술, #생존
엉덩이와 엉터리 사이에서 미술을 외치다.
-젊은 미술가들의 생존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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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그들은 자신의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미술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취하는 생존 전략이 다를 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한 생각을 자신만의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모든 젊은 미술가의 최종 목표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 엉덩이 미술가와 엉터리 미술가가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엉덩이와 엉터리 사이에서 탄생한 젊은 미술가들의 생존전략이 가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많던 미대생은 다 어디로 갔을까? 미술대학을 졸업한 사람 중 대부분은 미술을 포기한다. 취미로나마 그림을 계속 그리는 사람도 소수이다. 물론 모든 미대생이 미술가가 되기 위해서 미술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미대생이 화가의 꿈을 꾸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었고, 어릴 적부터 미술을 체계적으로 배워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게 미술에 뜻을 품고 대학에 입학한 미대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미술가의 길을 하나둘씩 접는다.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삶이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작업 활동을 지속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래서 대학 졸업 후에도 안정적으로 미술가의 길에 접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대학원에 진학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하여 미술계에 존재하는 대다수는 평균적으로 석사 정도의 학력을 갖추고 있으며,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석사나 박사를 졸업해도 미술가로 살아가는 삶은 여전히 쉽지가 않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포스터 이미지, 영화의 내용은 본문과 무관하다.



미술을 계속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미대생에게 대학교수들은 최소 10년만 묵묵히 작업 활동을 지속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을 틀릴 수도 있는 답이다. 왜냐하면 교수들이 활동하던 시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작가 양성 프로그램과 신인 작가에게 기회를 주는 예술 사업은 정부 주도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는 젊은 미술가들에게 긍정적인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젊은 예술가들은 작업 활동을 지속하기에는 더 힘든 미술 시장으로 변한 지 오래다. 신인 작가의 그림이 거의 팔리지 않는 미술 시장에서 최소 10년을 버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정부 주도 아래 지원 정책이 많아져도 그 혜택을 받는 젊은 미술가는 소수이다.


과거 한국 미술 시장이 부흥한 시기에는 주요 미술대학의 졸업 전시회에서 졸업 작품이 많이 팔리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는 회사원들도 재테크로 그림을 구매할 정도로 미술 시장이 활발히 돌아갔다. 그 당시의 많은 미대생이 졸업 후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원에 진학하여 작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그들은 대학원 졸업 후 레지던시라는 일종의 작가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체계적으로 프로 작가의 삶에 안착했다. 하지만 2010년대를 전후로 발생한 세계적인 불황은 한국 미술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경제적 불황은 미술 시장을 비롯한 예술계에 먼저 영향을 주고 이러한 흐름은 시장 규모의 축소로 이어졌다. 미술 소비자들은 더 이상 검증되지 않은 작가의 그림을 사지 않게 되었다.



젊은 미술가의 축제 Young Creative Korea 2019 전시 풍경




오늘날의 젊은 미술가들은 기성세대의 방식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단순히 작업 활동만 해서는 아무도 자신의 작품을 알아주지 않는 구조이다. 예전처럼 작업 활동을 묵묵히 지속한다면 언젠가는 작품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무너지고 있다. 그렇기에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티라는 교수의 말은 지망생들이 미술가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시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좋은 조언이지만, 변화된 미술 생태계에서 작가로 살아남는 방법을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오늘날의 신인 작가들은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한 시기에 살고 있다. 이는 교수가 알려줄 수 없고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젊은 미술가를 생존 전략의 측면에서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눈다면 개인적으로 엉덩이 미술가와 엉터리 미술가로 분류하고 싶다. 우선 엉덩이 미술가는 기존의 미술 교육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계승하여 작가로서 지녀야 할 역량을 높이는 사람들이다. 또한 학교에서 작가로 살아남을 전략을 천천히 준비하는 미술가 그룹이기도 하다. 이들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자신의 전문성을 높이고 오랫동안 예술 활동을 지속한 수단을 찾는다. 그리고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을 버틸 수 있는 몸과 정신을 만들어 미술계에서 활동하고자 한다. 이들은 순간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그리하여 엉덩이에서 나오는 압도적인 작업량과 사유의 깊이를 갖고 있다. 나는 이들의 작업이 엉덩이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엉덩이 미술가들이라고 칭하고 싶다. 다만 확실히 짚고 넘어갈 부분은 단순히 학력 수준이 엉덩이 미술가를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술계에는 단순히 학력만 높고 작업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미술가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말하는 엉덩이 미술가는 높은 학력 수준이 아니라 묵묵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능력에 방점이 찍혀 있다.




미술대학 회화과 실기실 풍경



엉터리 미술가는 엉덩이 미술가와는 반대 개념으로 탄생하게 된 용어이다. 새롭게 등장한 그들은 정규 교육 시스템에서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직접 현실과 부딪혀 작업 활동을 하는 미술가 그룹이다. 물론 엉터리 미술가들도 장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작업 활동을 한다. 하지만 직접 두 발로 뛰어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엉덩이만 무거운 미술은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엉터리 미술가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들은 SNS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대중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자신의 작업 상황을 시시각각 사진과 영상으로 중계한다. 또한 작품을 대중에 공개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디든 찾아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홍보하고 작품으로 만든 굿즈를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작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작품을 통해서 수익을 창출한다. 다만 확실히 할 부분은 엉터리 미술가가 단순히 SNS를 통하여 자신을 포장하고 상업적인 그림만을 그리는 부류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의 소통은 작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하나의 생존 전략이지, 단순히 대중의 기호만을 쫓지는 않는다. 물론 다른 작가의 작품을 표절하여 대중의 관심을 손쉽게 끌려고 하는 부류도 존재하지만, 그들은 그냥 엉터리이지 엉터리 미술가가 아니다. 기존의 엉덩이가 무거운 미술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엉터리 미술가라는 용어를 붙인 것이다. 그 안에는 부정적인 의미인 진짜 엉터리 같은 인간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다.



젊은 미술가 ‘마우즈’의 라이브 페인팅 현장



엉덩이 미술가와 엉터리 미술가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직접 만든 용어이다. 개인에 따라 이를 부정적인 표현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그러한 의도로 지어진 것은 아니다. 독자에게 확실히 젊은 미술가들을 각인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이고 반어적인 성격으로 붙인 애정 어린 명칭이다. 엉덩이 미술가와 엉터리 미술가는 방식은 다르지만, 똑같이 좋은 작품 선보이려고 노력하는 미술가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작업 세계를 확장하고 미술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취하는 생존 전략이 다를 뿐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같다. 자신으로부터 시작한 생각을 자신만의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이 모든 젊은 미술가의 최종 목표이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 엉덩이 미술가와 엉터리 미술가가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엉덩이와 엉터리 사이에서 탄생한 젊은 미술가들의 생존전략이 가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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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규(필명) : 눈에 맺힌 동시대의 잔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