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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높이에서 바라본 인류의 영상(image) | ARTLECTURE

세 높이에서 바라본 인류의 영상(image)

-아트선재센터 돈선필, 카미유 앙로, 이미래 개인전-

/People & Artist/
by 주예린
Tag : #인류, #영상, #역사, #개인전
세 높이에서 바라본 인류의 영상(image)
-아트선재센터 돈선필, 카미유 앙로, 이미래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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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포트레이트 피스트(Portrait Fist), 토요일, 화요일(Saturday, Tuesday), 캐리어즈(Carriers). 세 키워드는 각각 아트선재센터의 세 개 층에서 함께 열리는 전시의 제목이다. 돈선필, 카미유 앙로, 이미래 세 명의 작가는 동시에 한 전시장에 초대되어 독립적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펼친다. 얼핏 서로 무관해 보이는 세 개의 전시는 한데 모여 ‘서로 다른 위치에서 바라본 인류의 모습’을 그려낸다. 1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전시는 현대 인류의 가장 피상적인 모습에서 출발해 깊은 심연을 관통한다.

1. 포트레이트 피스트: 캐릭터-페이스에 잠식당한 본체들의 세상

전시의 표피와 같은 지상층에는 돈선필 작가의 포트레이트 피스트가 펼쳐진다. 포트레이트 피스트는 오늘날 얼굴의 이미지를 어떻게 이해하고 소비하는지 탐구(1)하며 일상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얼굴들을 찾아낸다. 한 개인의 얼굴은 국적, 직업, 나이, 성별 등의 사회적 조건에 따라서도 바뀌어왔지만, 오늘날에는 취미, 취향, 성격 유형 등을 반영하는 훨씬 세분화된 캐릭터로 통한다. 한때 서브컬쳐로 불리던 코스플레이(cosplay)SNS속 여러 인격으로 활동하는 일은 대중적인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른 얼굴을 한 새로운 자아 만들기는 이제 공영방송에서도 쉽게 볼 수 있으며, 완전한 유행의 단계에 이르렀다.

진짜 인간들은 귀엽고 단순 명료한 얼굴을 한 2d 캐릭터를 향해 무한한 애정을 보냈고, 캐릭터를 액정 밖 현실로 불러냈다. “저해상도로 뭉개져 있던 캐릭터의 얼굴은 모공과 솜털까지 생생하게 표현(2)되며 마치 영화 속 인물, 실제 인물보다 더 그럴듯한 인물로 구현되었다. 캐릭터가 사람과 대등한 지위를 얻으며, 아예 실제 사람이 스스로 캐릭터로 분하는 일도 볼 수 있었다.

 

캐릭터의 유행이 불고 연예인들이 부캐로 다시 데뷔하는 등 실제 사람의 얼굴이 구체적인 유형을 가진 캐릭터의 얼굴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밀레니엄 초창기 캐릭터들이 가수로 데뷔해 막강한 인간 팬덤을 거느렸다면(3), 2020의 인류는 반대로 스스로 캐릭터 그 자체가 되었다. 포트레이트 피스트는 이런 사회의 모습을 키치하게 옮겨놓는다. 1층 프로젝트 스페이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뒤통수가 불룩한 수많은 두상을 마주하게 된다. 투박한 조소 전시를 연상케 하는 덩어리 뒤로 납작한 얼굴들이 보인다. 현실에 몸을 둔 사람들이 납작한 액정 속으로 들어갔거나, 혹은 아예 실제 얼굴과 액정 속 캐릭터가 합치된 것일 수도 있다. 뒤통수는 다 똑같이 생겼지만, 찌그러진 얼굴들은 제 나름의 표정을 짓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얼굴, 화살표와 같은 기호를 단 얼굴, 생산라인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이고 반복적인 형태를 단 얼굴들은 모두 빠르게 자신의 성격을 어필한다. 다소 성급해 보일 만큼 명료한 첫인상들의 시선은 스페이스 중앙으로 향한다. 유튜브, 일본 예능, 스트리밍 서비스를 연상시키는 화면은 헛웃음을 자아내는 b급 감성의 단편적인 영상들을 송출하고 있다. 돈선필의 납작 명료한 얼굴들은 짧고 무의미한 영상을 하염없이 소비하고 있다. 돈선필의 포트레이트 피스트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는 장면, 너무나도 익숙한 현실의 캡쳐(screen-capture).

 


돈선필, <포트레이트 피스트(no.1~24)>, 2020, ABS, 레진, 아크릴, 피규어, 폴리우레탄 폼 4K, 사진: 홍철기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돈선필, <자기소개>, 2020, 비디오 4K, 2519, 사진: 홍철기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2. 토요일, 화요일: 인류가 믿거나 외면해온 것들

포트레이트 피스트가 빠른 템포로 사회의 겉표면을 훑었다면, ‘카미유 앙로의 개인전 토요일, 화요일은 오랫동안 인류를 지탱하고, 때론 구속해온 믿음과 관습을 살핀다. 불완전한 인류의 믿음은 신앙을 낳았고, 인간 저 아래 잠재하는 불온한 것을 누르기 위해 신앙은 종교로 뿌리내렸다. 종교적, 자기 구속적인 삶의 태도는 절제할 줄 아는 우아함으로 분해 넓은 문화를 이룩했다. 날짜를 구성하는 여러 단위 중 일주일은 천문학과 관계없이 인간 삶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주기이다.”(4) 작가는 전시에서 일주일 중 두 요일 토요일화요일에 주목한다. 전시의 제목과 같은, 각각 토요일(2017)화요일(2017) 두 개의 영상은 각 요일에 얽힌 문화 인류학적인 상징, 그리고 어원과 얽힌 설화를 각색한다.

 


카미유 앙로 개인전 토요일, 화요일설치 전경, 2020, 아트선재센터. 사진: 김연제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갤러리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탁 트인 원형 전시장의 가운데 커다란 스크린과 조형물이 매달려있고, 그 아래로 편히 쉴 수 있는 말끔한 매트가 준비되어 있다. 둥근 벽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우아하며 추상적인 그림들이 걸려있다. 얼핏 너무나도 잘 갖춰진전시환경처럼도 보일지도 모른다. 벽면을 장식하는 드로잉들을 발 가는 대로 관람하면 그저 필력 좋은 수채화라는 인상으로 그칠 것이다. 전시장 한 구석에 숨어있는 영상, 토요일(2017)은 가장 깊은 곳에서 이 전시의 질문을 시작하는 첫 번째 단초가 된다.

영상은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이하 재림교)’의 예배 문화에서 출발한다.”(5)

 

뉴욕, 워싱턴 DC, 타히티, 통가의 재림교회는 각각 다른 지역에서 한날한시에 안식일을 기리기 위해 서로 다른 시간, 일제히 침수 세례를 거행한다. 세례 집행만을 기다리며 줄지어 있는 교인들을 비추는 방송 화면은 보톡스 시술, 시위 장면, 내시경 장면, 건강식품 광고와 같이 문명화된 영상과 교차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질적인 면모를 부각한다. 뉴스 화면처럼 이루어진 영상은 실제 송출 화면에 허구 헤드라인 기사를 얹어 관람자에게 혼란을 더한다. 앞선 두 교차 장면은 실제 속보인가, 그저 픽션인가? 혼란 사이 분명한 사실 하나는 모두 동시대의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라는 점뿐이다. 뛰어난 기술의 힘으로 건강과 아름다움을 보전하며, 때론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할 줄도 아는 21세기 문화인은 한편에서는 목사님 품에 안겨 침수당하고 눈을 뜨며 안녕을 찾는다. 인류의 불안은 문명과 문화로 제거되지 않는다. 이들이 그토록 불안해하는 존재는 무엇일까?


 


카미유 앙로, <토요일> 스틸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컬러, 1932, 2017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카미유 앙로, <토요일>, 2017, 3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32. 사진: 김연제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어두운 방 밖, 다시 환하고 탁 트인 공간 가운데 신체를 연상시키는 관능적인 조각이 위아래로 놓여있다. 편히 앉아 나른하게 감상하도록 설치한 화요일(2017) 영상은 주짓수 선수의 훈련 모습으로 시작한다. 두 선수가 격렬하게 뒤엉켜 다투는 장면에 털을 고르는 경주마의 자태가 교차한다. 작가는 승리를 목표로 경쟁하는 선수와 말의 영상에 에로틱한 사운드와 슬로우 모션을 더해 순간의 긴박함을 관능적인 긴장감으로 늦춰버린다. 주짓수 선수들과 같은 매트에 앉은 관객은 권력을 다투는 극적인 상황을 관음증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최상위층을 선점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는 모습은 역설적이게도, 인류가 외면해오던 가장 밑바닥의 본성을 드러낸다.

 

화요일(Tuesday)은 북유럽 전설 속 전쟁과 승리의 신을 일컫는 어원 티르(Tyr)’에서 유래하였다.”(6)

 

권력과 체계의 중심에 있던 신은 역사적으로 늘 관능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왔다. 토요일(2017)이 현실 세계에서 토요일이 갖는 기능적, 상징적인 의미에서 출발한 하나의 질문을 던진 발화였다면, 화요일(2017)은 설화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이용해 인류가 외면한 본능을 무겁지 않게 풀어낸 블랙코미디이다.

다소 민망한 느낌을 안고 다시 벽면에 우아하게 걸린 드로잉을 본다. 탄력 있는 붓질은 은근히 아이의 모습과 여인의 신체를 암시한다. 화요일(2017)에서 우습게 연출한 본능의 가장 밑바닥에는 결국 물리적인 관계가 온다. 아이와 엄마 사이의 신체적인 접촉, ‘물고, 빨고, 먹고, 매달리는행위는 오래도록 저급함으로 치부되어 외면받았다. 간결하고 자신 있는 필치에 원색적인 색감이 더해져 교감은 결코 저급한 것이 아닌, 이성으로 덮을 수 없는 강한 생동감을 지닌 것임이 드러난다. 다시 토요일로 돌아가 보자. ‘결국, 인류가 가장 외면하는 불온한 존재는 무엇인가?’ 전시는 청렴하고 고고한 존재에 대한 의지, 인식하는 뇌에 대한 믿음, 그 어떤 것으로도 덮을 수 없는 강한 기운, 본능이다.”라는 결론을 시사하는 듯하다.

 


카미유 앙로, <화요일> 스틸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컬러, 2050, 2017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카미유 앙로, <화요일> 스틸이미지, 비디오, 사운드, 컬러, 2050, 2017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카미유 앙로 드로잉 중, Mother tongue 1

출처: 서화동 기자 수채 드로잉에 담긴 엄마와 아기의 친밀감한국경제 기사 이미지

 

 

3. 캐리어즈: 인간 심연의 핵심으로

물리적인 본능이 남긴 짙은 여운을 안고 오른 최고층에는, 고요하고 어둑한 장관이 펼쳐졌다. 입구 멀찍이서 작고 부자연스러운 소리가 들려오는 3층 전시는 이미래의 개인전 캐리어즈였다. 캐리어즈는 앞선 카미유 앙로가 주목한 인류의 관습 아래의 본능에서 더 깊은 층으로 내려간다. 이미래의 신작 캐리어즈(2020)는 신체 장기를 닮은 추상적인 물질 위로 물이 흐르는 키네틱 조각(움직이는 조각)이다. 캐리어즈(2020)는 베이컨의 고깃덩어리 같은 육체를 닮은, 표피를 다 벗겨낸 날 것 그대로의 인간이다. 한편 피부를 벗기는 행위는 종종 샤먼의 의식을 위한 준비과정이 되기도 한다. “캐리어(carrier)는 혈관이나 액체를 전달하며, 임신한 여성을 지칭하기도 해 엄마의 자궁에 들어가는 상태, 심지어는 생물을 산채로 삼키는 것에 대한 페티시인 보어를 상징하기도 한다.”(7) 정리하면, 이미래의 캐리어즈(2020)는 운동하는 어떤 원초적인 물질이며, 동적인 기운을 가진 추상적인 공간도 될 수 있다.

마지막 남은 숨을 쉬듯 돌아가는 캐리어즈(2020) 뒤로는 캐리어즈(2020)보다 미미한 움직임을 가진 콘크리트 캐스팅이 놓여있다. 캐리어즈(2020)를 보기 위한 의자 역할을 하는 이 조각은 모든 운동에너지를 상실한 인간의 신체와 닮아있다. 카미유 앙로가 암시한 본능은 꼭 폭발적이고 불온한 무언가일 것만 같았다.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온 이미래가 만들어낸 공간에는 호흡기를 단 듯 연명하는 캐리어즈(2020)와 그를 죽은 듯 바라보는 누워있는 모양(2020)’ 이 상동하고 있었다. 두 조각의 호흡은 고요하고 어둑어둑한 심연의 어딘가, 추상적인 공간 깊은 곳에 흐르는 적막함을 자아냈다. 습한 공기와 어두운 조명, 적막하고 높은 천장에 울리는 캐리어즈(2020)의 안쓰러운 펌프 소리는 전시장 맨 꼭대기 층을 이성 너머의 깊은 곳으로 이끌기 충분했다.

 


이미래, 캐리어즈, 2020, 레진, 글리세린, 모터, 호스펌프 및 혼합매체, 가변 설치. 사진: 김연제

출처: 아트선재센터 official page

 

 

서로 다른 세 작가의 개인전을, 바라본 위치에 따라 역순으로 살펴 올라갔다. 최상층의 이미래: 캐리어즈(carriers)는 개인의 심연 중심에 서서 내면을 바라보았다. 한층 내려간 카미유 앙로: 토요일, 화요일은 인류와 거리를 두고 바라보며, 문화가 만든 관습과 제도, 그리고 그가 낳은 동시대 인간의 모순적인 상황을 조명했다. 다시 돌아온 지상층의 돈선필: 포트레이트 피스트(portrait fist)는 오늘날 세상의 표피를 딛고 서서, 가볍고 빠르게 돌아가는 인류의 취향(taste)과 유행을 포착했다. 9/13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인류와 각기 다른 거리를 두고 바라본 인류의 역사와 층위에 대한 세 단계의 관찰기록이다.


 

바자 코리아 유튜브의 전시 관람 영상


1)  아트선재센터, 「돈선필: 포트레이트 피스트 전시 리플렛」, 아트선재센터, 2020, p.1.

2)  앞 글, p. 1.

3) 보컬로이드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기계음으로 만들어진 음원을 발매해 증강현실 콘서트를 여는 등 서브컬처 역사의 전환점으로 남아있다.

4)  조희현,  「카미유 앙로: 토요일, 화요일 전시 리플렛」, 아트선재센터, 2020, p.1.

5)  앞 글, p. 1.

6)  앞 글, p. 1.

7) 전효경, 「이미래: 캐리어즈 전시 리플렛」, 아트선재센터, 2020, p. 1.

   ‘보어(vore)’는 ‘보레어필리아(vorarephilia)’의 줄임말로, 살아있는 사람이나 생물을 산채로 집어 삼키거나 또는 먹히는 행위 양쪽을 포괄하는 페티시즘을 일컫는 개념이다. 

 

참고자료

1. 아트선재센터돈선필포트레이트 피스트 전시 리플렛아트선재센터, 2020

2. 조희현카미유 앙로토요일화요일 전시 리플렛아트선재센터, 2020

3. 전효경이미래캐리어즈 전시 리플렛아트선재센터,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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