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Twitter

Artlecture Blog

Artlecture Post

Artlecture Band

Artlecture Main

수학과 미학 사이, 작품과 제품 사이 | ARTLECTURE

수학과 미학 사이, 작품과 제품 사이


/Art & History/
by 안초이
Tag : #수학, #미학, #작품, #제품
수학과 미학 사이, 작품과 제품 사이
VIEW 6130

HIGHLIGHT


수학과 미학 사이, 오류와 고증을 불러일으키는 일부 질서가 어째서 미(美)와 계속해서 연결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의 세계관은 기하학적 도형과 그 속성인 수학적인 비례를 통해 감각적인 것보다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예술 세계를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플라톤은 아름다운 인체에 반영된 수학적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진리를 찾는 첫 번째 단계라고 했지요. 수학적 질서는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에 중시되었던 것입니다....

한 쌍의 새끼 토끼들이 있다. 만약 각 쌍이 두 달 후부터 매달 새끼 토끼를 암수 한 쌍씩 낳고 절대로 죽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년 후에는 몇 쌍의 토끼가 있겠는가?’

 

위 질문은 1202년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쓴 저서 <산반서(Liber Abaci)>(1)에 나오는 문제입니다. 나는 수학에 일절 관심 없지만, 피보나치 수열에는 유독 흥미를 느꼈습니다. 수학의 한 부분으로 공식과 내용보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수열의 분할로 이루어진 선이었습니다. 마치 소용돌이처럼 굽이굽이 안으로 헤엄치는 것 같다가도 리듬에 흠뻑 취해 말려있던 끈을 빙글 돌며 푸는 무용수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합니다. 매끄럽게 느껴지는 선을 따라 미끄러져 보고도 싶어요. 나는 이 하나의 선으로 수학적 표현에 경이를 느꼈고 수학에서 미학으로 쉽게 접근까지 하게 됐습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피보나치 수열이 일군 황금비율은 천체물리학자 마리오 리비오가 말했던 것처럼 마케팅의 한 수단일 뿐이고, 황금비는 수학적으로만 의미가 있습니다(2). 다만 수학을 잠시나마의 흥미로 이끈 미학은 만개한 꽃에도, 나뭇가지의 갈라짐으로도, 나비의 날갯죽지에서도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상생합니다. 미학은 무생물과 생물, 인공과 자연 곳곳에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우주에서 존재하기 때문일까요. 우리는 그저 살아가는 것만이 목적이 되지 않았으며 모든 것을 느끼고 감응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더 많은 진리를 알고, 파헤치고 싶은 걸지도 모릅니다. 존재가 한없이 작게 느껴지는 영역에서 인간은 예술이라는 활동에 자신만의 정체를 표현하고 활동함으로써 거대한 무대 위에서 주목받게 됩니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 예술도, 조개껍데기도, 선인장도, 은하계도 자랍니다. 한 단계 더 나은 그 무엇인가가 되고자 성장하고 싶은 노력일지도 모릅니다.


 

피보나치 수열의 알고리즘

 


위 질문의 문제 수 항은 1, 1, 2, 3, 5, 8, 13, 21, 34, 55, 가 됩니다. 이 수열에 속한 수를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합니다. 처음 두 항을 11로 한 후, 그다음 함부터는 바로 앞의 두 개의 항의 합으로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두 항의 합이 뒤의 수가 되는 독특한 특징은 뒤의 수를 바로 앞의 수로 값을 나누게 되면 1.618034에 근접하게 됩니다. 이 비율은 마케팅 수단이 된 황금비의 수에 가까워집니다.


 

영화 <님포매니악 볼륨 1> 스틸 컷, 2013 /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수많은 예술에서 피보나치 수열을 응용하고 증명하며 언급합니다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님포매니악 볼륨 1>이라는 영화입니다. 색정증(3) 환자인 조가 정신분석학자 샐리그먼을 만나 종교, 과학, 수학, , 죽음, 그리고 성욕에 관해 매우 철학적이고도 광적이며 선정적인 담론을 펼칩니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피보나치 수열이 영화 속에서 중요하다고 봤는데요. 그 이유는 자연에 있는 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원리라 생각된다고. 영화에서는 피보나치 수열이 정신분석학자 샐리그먼의 세계에서는 남성성의 세계이자 이성적인 세계, 문명을 뜻하고 코스모스, 즉 질서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색정증 환자인 조는 피보나치 수열을 믿지 않고 혼돈의 범주가 되어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세계관이 충돌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해석합니다(4). 영화는 다양한 측면의 담론으로 구도를 연신 역전하며 철저한 반정신분석학적 내용으로 다가옵니다. 이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기발한 유머 감각이 엿보여 그만의 예술보고서와도 같습니다.

 


<독도의 기 >, 89x89cm, 1982 / 이종상


<한국미술 산책> 중 발췌, 2011 / 지상헌

 


지상헌 미술평론가의 저서 <한국미술 산책>에서는 이종상 화백의 <독도의 기 >라는 작품을 피보나치 수열에 맞물려 해석한 점도 흥미롭습니다. 이종상 작가는 우리에게 항상 작품을 품고 다닐 수 있는 기염을 토했는데요. 바로 우리 지갑 속에 고이 잠들어 있거나 유달리 활동적인 작품입니다. 바로 국혼(國魂)의 상징, 화폐의 인물입니다. 우리는 이종상 작가의 작품을 매일 접하고 있습니다. 이종상 화백은 오천 원권의 율곡 이이와 오만 원 권의 신사임당 모자(母子) 영정을 그렸습니다. 전 세계에서 화폐에 모자를 그린 작가는 이종상 화백이 유일합니다(5). 이종상 작가는 1977년 처음 독도 땅을 밟은 이래 500점이 넘는 독도 화를 남겼는데요. 그중 <독도의 기 >는 피보나치 수열의 알고리즘과 일치합니다. 이종상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묵화 속의 독도와 자연이 수학적 질서에 일치한다는 것은 의도 여부를 떠나 놀라울 따름입니다.

 

수학과 미학 사이, 오류와 고증을 불러일으키는 일부 질서가 어째서 미()와 계속해서 연결되는지 알 방법이 없습니다. 플라톤은 아름다움의 세계관은 기하학적 도형과 그 속성인 수학적인 비례를 통해 감각적인 것보다 이상적이고 초월적인 예술 세계를 구성한다고 말합니다(6). 또한, 플라톤은 아름다운 인체에 반영된 수학적 질서를 발견하는 것이 진리를 찾는 첫 번째 단계라고 했지요. 수학적 질서는 진리로 나아가는 과정 중 하나에 속하기 때문에 중시되었던 것입니다.

 

진리는 참이자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절대적이며 보편적이고 영원해야 합니다. 그 영원해야 할 장르 중 하나인 예술은 사실 모호합니다. 인간은 창조와 표현을 통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생활하며 활동합니다. 그러므로 예술은 우리 곁에 무한대로 한없이 다가와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의 작품은 속을 쉽게 내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알게 된 후에야 고개를 주억이기도 합니다. 요즘엔 아는 게 더 괴로운 것 같은 세상에서 매 시각 새로운 창조, 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우리 일상에서 점점 거리가 멀어져만 갑니다. 예술의 정의가 모호하다고 생각들 때 더 애매하게 느껴지는 건 장르의 세분화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 영향이 디자인에도 있다고 봤습니다. 최근 기업과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제품 또한 예술이면 예술, 디자인이면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 예술과 미술이라는 진입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춰줄 수 있는 좋은 사례라 생각합니다.

 


제프 쿤스 명화 협업 컬렉션 / 사진 제공=루이뷔통


출처 : https://youtu.be/Q-p9JnOnORw


 

2017, 루이뷔통에서 제프 쿤스와 협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제프 쿤스는 투자에 있어 진취적이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면서도 보존에서는 매우 보수적인 부자의 마음을 귀신같이 읽어냈습니다. 팝아트, 개념미술과도 연관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프 쿤스가 예술 작품을 완벽한 상품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루이뷔통은 예술 작품을 완벽한 상품으로 만들어낼 줄 아는 제프 쿤스를 섭외해 가방 디자인을 의뢰합니다. 루이뷔통의 로고가 박혀있고 가죽의 전체적 면은 명화가 할애합니다. 마무리로 제프 쿤스의 상징적인 강아지 열쇠 링을 걸었습니다. 이 완벽한 예술이 상품으로 탄생한 홍보 영상은 매력적인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왔습니다. 음악, 미술, 예술, 디자인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 같아 흥미롭습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 협업 / 사진 제공=한스킨

 


2016, 한스킨 15주년을 기념하여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협업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색채 배합의 마술사로 불리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이 입혀진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만화가나 화가가 되고 싶어 했던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디자인했습니다. 그의 작품 곳곳에서 동심을 느낄 수 있는데요. 눈과 마음을 크게 열어 보면 어린이 눈으로 본 세상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예술, 별거 있어?"라는 듯이 흰 소파에 줄만 그어서 작품이랍시고 내놓은 그에게 기능 주의자들의 비판은 쏟아졌습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으로 쓴 시>라는 표현은 '상품'이나 '산업'으로서의 디자인이 아닌 인간의 정서, 동심 등의 감정을 중요시한 그만의 작품 세계를 드러냅니다. 그는 한스킨과 협업 당시 내한한 적이 있는데 당시 화장품 디자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성들은 화장을 통해 자기 얼굴에 자화상을 그린다. 화장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이자 감성적이고 예술적인 면도 있어 화장품 디자인은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예술가들이 예술 세계에서만 살 필요는 없다. 예술가와 기업이 협력하는 것은 이 시대의 새로운 흐름이자 또 다른 에너지를 부여한다(7).

 

기능이 아니라 이미지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라벨 디자인(Bel design)아름다운 이미지라는 뜻입니다. 기능주의 디자인을 비판하면서 알레산드로 멘디니를 비롯한 이탈리아 산업 디자이너들은 인간의 정서를 중요시하는 디자인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개념이 바로 벨 디자인입니다.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눈, , 입이 있는 작품을 선보이면서 제품에 실존하는 사람의 이름을 붙이곤 했습니다. 디자인에 인격을 부여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그가 바로 표현하고 보여주고자 했던 디자인의 감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안나>, 1994 / 알레산드로 멘디니


 

ANNA G 와인오프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전 부인인 '안나'의 이름을 따 그녀가 발레 하는 모습,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서 동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제작 당시 기자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제작되었으나 인기를 끌게 되자 상품화되었는데요. 동기는 곧 의미와 연관이 됩니다.

 

춤을 추면서 병으로부터 와인을 해방시켰다.

 

제품 속에서 얼마나 감성 넘치는 의미일까요. 이렇게 우리는 일상에서 접하는 제품 속에서조차 디자인과 예술에 맞닿고 있습니다. 감성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보면 일상생활에도 이렇게 많은 예술과 디자인이 존재하는지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


1) 피보나치가 책 <산반서>를 쓰기 훨씬 이전에 수열은 이미 인도 지역에 알려져 있었다.
(참고: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38362&cid=47324&categoryId=47324)
2) 참고 : EBS 다큐프라임 <황금비율의 비밀> 중에서, 인용
3) 분별없이 이성을 그리워하고 따르며 방종한 성행위를 일삼는 성욕 항진증. 조증(躁症), 사춘기 형 정신 분열병, 정신병질 따위에서 나타남.
4) 출처 : http://www.cowork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49
5) 참고 : 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25732
6) 참고 : https://kirs.kr/data/calvin/calvin_h34.pdf
7) 출처 :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6/04/309466/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안초이_철학, 예술, 문화에 관심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나는 내가 사라지기 전에 사고(思考)를 행위(行爲)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