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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 ARTLECTURE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Art & History/
by 노용헌
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사진에 관한 짧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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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우리는 몽타주나 촬영에 부여된 우선순위가 감독 개인의 감수성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고, 그가 촬영하는 것이 어떤 세상인지, 그가 무엇에 저항하는지, 그가 초월하고자 하는 것, 그리고 세상의 어떤 비전이 그를 밀어붙이는지, 어떤 이상이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 너머로 우리는 진실을 볼 수 있을까....

나는 사진이 좋다, 사진이란 글쓰기가 좋다. 사진에 담겨진 이야기도, 사진의 철학도, 사진이야기할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대학에서 다큐멘터리에 대해서 교수들한테 배운것보다는 사진집단 현장에서 배운게 더 많은 것 같다. 과학생회 일을 할 당시, 보도사진 전공교수로 L교수 반대투쟁을 했었고, 결국은 L교수가 보도사진 전공교수로 채용되었고, 그 일로 L교수에게 찍혀 F에 겨우겨우 졸업했다. L교수 해임으로 인해 사진학과내 보도사진 전공이 없다. 후배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사진에서 다큐멘터리는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에서 출발한 사진은 사진가의 해석과 표현에 의해서 예술사진, 광고사진이 파생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근간은 다큐에 있고, 다큐를 모르고 예술사진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지 않을까.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진을 처음 만든 다게르의 사진에서도 영화를 처음 만든 뤼미에르 형제의 무성영화에서도 필름에 이미지를 기록한다는 행위 자체가 다큐인 것이다. 사실 있는 그대로가 필름에 기록되어진다. 필름에 기록된 행위를 하는 것이 다큐인 것이다. 물론 사실(fact)과 진실(truth)은 조금 더 다르다.     





역사학자 폴 벤은 사실들은 모두 행해진 것이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이 말은 사실들에서 의미를 찾거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자르고 다시 편집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또한 사실들’ 현실이나 존재 방식의 다양한 단계를 보여준다는 의미로도 이해가능하다폴 벤은 사실들이 우리가 방문하는 장소에 의해서가 아니라문제제기와 그 문제제기에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고 확신한다해석 없이는 사실도 없다.     



다큐멘터리라는 것이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현실의 왜곡이 없는 사실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사실이라는 것도 감독에 의해서 바뀌어진다. 주관적 다큐멘터리에서 다큐는 감독의 프레임에 이끌리게 된다. 사각 프레임은 어쩔수 없이 편향적이다. 사각 밖의 프레임 너머의 진실은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그렇다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이 가능할 것인지는 고민할 문제이다. 지금도 주관적 해석을 최소한으로, 감독의 표현의지를 적절히 이 두가지의 기로에서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경계에 서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엇이 도움이 될지 그 판단은 관객에게 돌아간다.

    

     

다큐멘터리는 시나리오도배우도배경도결핍된 장르인가그러나 오히려 진정한’ 영화는 뤼미에르 형제의 시각에서 태어난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삶이나 지가 베르토프가 <카메라를 든 사나이>에서 주창한 것처럼 예기치 못한 삶이 아니던가세상이 유일한 순간을 즉시 포착하여 상영하는 것은 물론흘러가는 시간을 마법적으로 촬영하는 다큐멘터리적인 특성이 모든 영화에 부여되지 않았던가왜냐하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서 태어났다.     



다큐멘터리라는 용어가 1926년 존 그리어슨이 처음 자신의 영화 작업에서 사용했고, 허구가 아닌 현실을 다루면서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고 전달하는 표현방법으로서 불리워졌다. 사진에서도 다큐멘터리의 역사(미국의 사진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루이스 하인과 자콥 리스로부터 다큐멘터리를 기술하고 있다. 그 계보는 이러할 것이다. 루이스 하인, 자콥 리스-FSA(워커 에반스, 도로시아 랭)-매그넘(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유진 스미드)-로버트 프랭크-리 프리드랜드, 게리 위노그랜드-다이안 아버스-유진 리차드, 세바스치앙 살가두, 제임스 나츄웨이, 알렉스 웹. 픽션 영화와 다르게 다큐멘터리는 있는 그대로의 실제를 기록하고 제시하는.     



비트겐슈타인 다큐멘터리와 픽션실제와 상상 사이에는 절대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는 것을 증명해보자.” “모든 것은 다 제자리에 남아있다즉 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의 요소를픽션은 픽션의 요소를 여전히 지닌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그들은 다큐멘터리와 픽션 간에 존재하는 사유에 혁명을 일으킨다고 믿는다.”     



다큐멘터리는 그간 많은 발전을 해왔다. 주관적 다큐멘터리는 작가의 표현을 넘어서 예술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된다. 아론 시스킨드(Aaron Siskind)가 아리조나의 시가지를 기록한 작품속에서 페인트로 된 집 일부를 크로핑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든지 시가 중심지를 질주하는 고속철도의 역을 소재로 입체화해가는 도시를 중복노출로써 동적인 표현을 하여 기록한 해리 카라한(Harry Carahan)의 작품처럼 다큐멘터리 사진의 창조적인 표현은 확장되었다. 아사 시겔은 ‘다큐멘터리의 오십년’이라고 하는 글의 끝머리에서 그 역사를 통한 진전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1. 소재의 외관적인 재현에서 정신적 내용을 가진 표현의 방향에 이르고 있다.

2. 그 표현방법이 단순한 기록에서 복잡한 테크닉에 이르고 있다.

3. 사건의 단순한 기록에서 내용과 형식의 통일된 질서를 가지고 있다.

4. 단일한 사진에서 편집을 통한 창조적인 양식이 생겨났다.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다루면서 ‘있는 그대로의 실제를 기록하고 제시하는’것을 넘어서 진실을 담고자 노력한다.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허구가 아닌, 거짓이 아닌, 진실은. 다큐멘터리는 시각적 증거를 기록하는 일에서 출발하여 진실을 제시한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작가의 태도와 신념은 그것의 척도인 셈이다. 

     


인간은 하나의 행위 혹은 목표를 염두에 두고 진실과 거짓현실과 허구를 혼동하기 때문에 이들 간에는 뚜렷한 경계가 없다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모든 것은 독특한 관습들을 만들고 인공적인 복제들을 구성하는 이러한 능력에 기초한다.”-곰브리치 1971     





진짜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 참과 거짓이 혼재되어 있는 현실은 올바르게 인식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준다. 복잡한 세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현실을 묘사(描寫)하는 것일까요, 모사(模寫)하는 것일까요. 묘사와 모사의 차이처럼, 그림은 현실을 묘사하는 수준에서 출발하여 진짜처럼 보이는, 마치 사진처럼 보이는 하이퍼리얼리즘의 형식처럼, 모사되어진다. 게임 캐릭터를 보면 현실보다 더 그럴듯함을 넘어서 환상적이니 말이다. 허구는 우리가 그것을 현실처럼 믿기를 요구하지 않는다허구는 마치~인 것처럼의 세계다어떤 허구 영화는 허구가 아닌 척할 때에만 거짓으로 규정될 것이다요즘은 가짜뉴스(Fake News)가 판을 친다. 가짜뉴스의 영향력에는 뉴스는 진짜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사실이 아닌 정보가 진짜라는 거짓으로, 조작된 가짜가 진짜처럼 포장되어 있다. 예전 뉴스에서 가짜 수제쿠키를 유기농 수제쿠키라고 속여 파는 일이 있었다. 대형마트에서 싸게 사서 유기농 수제 쿠키로 포장을 바꿔 비싸게 파는 그 행위에서 보듯이 우리는 속고 속는다. 궤변도 말도 안돼는 것도 진실인양 계속해서 떠들어 대면 오히려 그게 진실이 되어 버린다. 여지껏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처럼.    


   

우리는 몽타주나 촬영에 부여된 우선순위가 감독 개인의 감수성에 의해서만 좌지우지되는 것이 아니고그가 촬영하는 것이 어떤 세상인지그가 무엇에 저항하는지그가 초월하고자 하는 것그리고 세상의 어떤 비전이 그를 밀어붙이는지어떤 이상이 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 너머로 우리는 진실을 볼 수 있을까. 사진기를 통해서 눈에 보이는 현실을 넘어서 진실을 담으려는 작가의 의도를 우리는 같은 것을 볼 수 있을까.      


오손 웰스는 피카소를 인용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술은 우리에게 진실을 이해하도록 하는 거짓말이다.”<프랑수아 니네다큐멘터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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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노용헌_사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