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사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법’이나 ‘사회적 약속’ 같은 것을 배제시킨 뒤 생각을 해보면, 어떠한 ‘옳고 그름’이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엇이 옳다, 무엇이 틀렸다, 라는 것은 삶의 상황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이고, ‘절대적인 진리가 ~이다’, 라는 고정적인 관념을 누군가가 정확하고 완벽한 방식으로 피력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 자신만의 방식과 자신만의 의견을 자신만의 세계의 잣대로만 바라보아 세뇌시키는 것은 소통이 막혀있는 방식이다.
임주영 작가는 이러한 모호한 세계 속에서 경계가 주는 불완전함을 표현한다.
untitled - 11/ 91x116.8(cm)/Fabric on canvas/ 2020
Untitled - 4/ 100 x 80(cm)/ mixed media/ 2020
온전하고 딱 떨어지는 모양의 사각형들의 형태들, 직선, 깔끔하고 완벽한 형상들, 그리고 그에 반하여 유동적이고, 자유롭고, 바람과 같이 가볍고, 더욱 회화적인 형태들.
그의 작업은 여러 갈래의 형상들로 표현되었고, 이에 대하여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하여 자신의 느끼는 바를 말하였다.
“경계는 사람이 만든 억지스러운 기준일 뿐이다. 우리는 아리송한 세계에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리송한 세계에서도 경계를 만들고 도달점을 만들어낸다. 모두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착각을 하며 타인으로 하여금 인식하고 세뇌시키려 한다. 항상 경계는 변화할 수 있어 경계라는 것은 개인적인 것으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 그 경계가 주는 불안감과 불안정함을 나의 표현으로 승화시켜 때로는 불안정한 터치로, 때로는 정확한 나눔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억지스러움을 배제하고 다른 시선을 갖추기 위해 나의 모든 작업은 내면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평화롭게 만든 뒤 실행한다. 작품을 끊임없이 만들고 바라보기를 반복하며 나는 나의 기준으로 이 아리송한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이 되려한다.“
Untitled - 5/ 80 x 100(cm)/ Mixed media/ 2020
누군가는 이러한 자신의 기준, 즉 경계라는 개념에서 안정감을 가지고, 누군가는 이러한 안정감이 주는 불안정함을 내다 버리고 삶의 흐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경계라는 것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신의 세계이며, 그것은 어디를 가든 절대적인 진리로 자리 잡히긴 어렵다. 왜냐하면 한 가지 사물과 상황을 보더라도 그것에 대한 해석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탓에 우리라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세계, 즉 경계를 뛰어 넘어서 다른 사람의 세계에 도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벽을 넘어섬에 동시에 가장 소중한 가치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경계를 허물어 다른 사람과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는 진심과 사랑과 인간성이기 때문이다.
임주영작가의 작업을 통하여, 우리는 모호한 세계 속에서 개인으로 살아가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경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모습에 대하여 자문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즉, 경계라는 것이 대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그것을 초월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와 경험, 그리고 깨달음이 무엇일지 말이다.
Untitled - 2/ 100 x 72.7(cm)/ Mixed media/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