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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요 신작 리뷰, 《올해의 작가상 2019 시리즈 3편》 | ARTLECTURE

#이주요 신작 리뷰, 《올해의 작가상 2019 시리즈 3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올해의 작가상 2019》리뷰 #3 이주요 작가-

/People & Artist/
by 정미

#이주요 신작 리뷰, 《올해의 작가상 2019 시리즈 3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올해의 작가상 2019》리뷰 #3 이주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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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화려한 전시 이면에는 전시 후 갈 곳을 잃은 무수히 많은 작업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켓에서 선택되지 않은, 그러니까 “팔리지 않은” 작업들입니다. 만약 시장이 원하는 작업만 재생산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좋은 작업들은 점점 더 설 곳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생산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예술의 수용자인 대중들 역시 좋은 작업을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스토리지>에는 이주요 개인의 작업들만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이주요의 창고에는 국적과 성별이 다른 여러 작가들과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의 작업들이 골고루 숨 쉬고 있습니다. '창고'라는 의미를 가진 <스토리지>가 하나의 전시장이 되어 대중들을 만난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원래 창고란 대중으로부터 소외된 작품들이 머무는 곳이었으나, 이주요의 창고는 작품들이 대중 앞에 서서 그들과의 교감을 이루는 접선의 장소가 된 것입니다....

전편보기_https://artlecture.com/article/1207


《올해의 작가상 2019》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9.10.12-2020.03.01.



이주요 작가

 


몇 시간 전, 《올해의 작가상 2019》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꼽은 올해의 작가는 바로 오늘 글에서 다룰 이주요 작가입니다. 이주요 작가는 미국과 영국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사진과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하여 사회와 주변부에 존재하는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이주요 작가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곳곳을 오가며 전시, 공연, 출판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주요, <스토리지(Storage)>의 일부.

    

이번 전시에서 이주요 작가는 새로운 방식의 '창고'를 선보였습니다. 작가의 '창고'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창고'의 개념과는 사뭇 다릅니다. 창고라기보다는 되려 '연구실' 같은 느낌을 물씬 풍깁니다. 작가는 '작품의 소멸을 유예시키고, 예술작품의 공유를 가능케 하는' 공간으로서 창고를 선보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꼽은 2019년 올해의 작가, 이주요의 작업을 만나봅시다.

 





 

박혜수의 작업들을 감상한 뒤, 전시장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제2전시실이 등장합니다. 그곳에는 이주요 작가의 신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대한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주요 작가의 <Love Your Depot> 작업을 만나러 가기에 앞서, 작품을 만나러 가는 길목에 있는 영상 작업을 먼저 살펴봅시다. 이 영상에는 <Love your depot>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 작가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감상했던 영상입니다. 영상을 이루고 있는 그림들은 위트 있고 가벼운 반면 영상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입니다.


영상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화려한 전시 이면에는 전시 후 갈 곳을 잃은 무수히 많은 작업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마켓에서 선택되지 않은, 그러니까 “팔리지 않은” 작업들입니다. 만약 시장이 원하는 작업만 재생산되고, 그렇지 않은 작품은 창고에 처박히는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좋은 작업들은 점점 더 설 곳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생산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예술의 수용자인 대중들 역시 좋은 작업을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그러나 사람들은 '갈 곳을 잃은' 작품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기 때문이죠.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전시 이후의 작품들’에 관하여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전시 이후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 작업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지 생각하기를 촉구합니다. 과연 작가는 이 문제에 관하여 어떻게 접근하고자 하는 것일까요?



영상은 전시장을 향하는 계단 위에 설치되었습니다. 편안한 감상은 어려울 수 있으나, 쉬어가는 시간도 가질 겸 계단 끝에 잠시 걸터앉아 영상을 꼭 감상하시기를 권합니다.

    



 이주요, <랩(Lab)>의 일부.



영상을 감상한 후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방송국, 미디어랩, 5층 타워로 구성이 된 <랩(Lab)>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5층 타워는 <Love your depot>의 상징적 구조물로써, 각 층마다 다른 작가들의 작업들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터무니없이 비싼 도심의 땅값을 고려할 때, 타워 모형의 구조물을 만들어 예술작품을 보관하고자 하는 작가의 아이디어는 현명하고 재치 있게 다가옵니다. <팀 디포(Team Depot)>는 창고에 들어간 작품들이 새로운 방식의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방안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팀 디포>는 기존의 작업들이 이후에도 다양한 관람자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고, 동시에 현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생산된 컨텐츠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하여 공유합니다. 재밌는 아이디어지요. '창고'란 흔히 어두컴컴한 내부, 먼지가 가득 앉은 물건들이 놓인 정적인 공간을 떠오르게 하나, 이주요의 창고는 재미있고,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역동적이고 활기로운 공간입니다.




랩에 위치한 <팀 디포(Team depot)>의 모습. 이곳에서 기존 작품은 새로운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업을 꼽으라면, 망설이지 않고 <스토리지(Storage)>를 꼽겠습니다. 이 작업은 말 그대로 작품들이 보관된 ‘창고’입니다. 작가는 거대한 작품 창고를 하나의 전시장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스토리지> 속에 들어간 관람자는 아마 그가 서 있는 곳이 수장고인지 전시실인지 분간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주요의 <스토리지>는 차갑고 어두운 창고가 아니라, 따뜻하고 밝은 느낌이 감도는 작품들의 보관소라는 점에서 기존의 창고와 차이를 보입니다.


<스토리지>에는 이주요 개인의 작업들만 머무르고 있지 않습니다. 이주요의 창고에는 국적과 성별이 다른 여러 작가들과 작가를 꿈꾸는 대학생들의 작업들이 골고루 숨 쉬고 있습니다. '창고'라는 의미를 가진 <스토리지>가 하나의 전시장이 되어 대중들을 만난다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원래 창고란 대중으로부터 소외된 작품들이 머무는 곳이었으나, 이주요의 창고는 작품들이 대중 앞에 서서 그들과의 교감을 이루는 접선의 장소가 된 것입니다.


이주요, <스토리지(Storage)>(2019). 코스트코를 방불케 하는 이주요의 스토리지.




이주요의 작업이 특별한 이유는 작가가 단순히 ‘창고’를 ‘전시실’로 가져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주요 작가의 작업은 “팔리지 않는” 작업들, 즉 시장에서 교환가치를 갖지 못하는 작업들이 처한 운명을 보여주고, 팔릴 수 없으나 여전히 예술적 가치를 가지는 작업들을 위하여 작가가, 대중이, 혹은 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하여 두루 생각해보기를 권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자본의 질서가 예술계에도 깊이 자리잡음에 따라 교환가치를 가지지 못하는 작업들은 대중들과 단절되어 창고로 들어가고, 많은 수익을 창출할  있는 작업들만이 주로 대중과의 접점을 가지게 되고 있습니다. 이주요는  ‘잉여  작품은 버리지도 전시하지도 못하는 ‘애물단지 되고, ‘창고 전시장과 대척점에 있는 일종의 ‘폐기장 되어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창고  자체를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켜, 창고를 대중과의 밀도 있는 만남을 가능케 하는 장소로 뒤바꿔 놓았습니다. 이주요의 신작 <Love Your Depot> 작품명이 암시하듯,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랑할만한 창고가 아닐까요.



작가의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



*글은 4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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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_학부에서는 심리학을, 대학원에서는 예술학을 전공했습니다. 주로 예술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https://brunch.co.kr/@ims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