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마리는 2023년 계묘년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9인의 작가와 함께 신년기획전 《토끼 Go》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마리에서 매해 선보이는 '띠 동물전'의 시리즈 전시이다. 네 번째 십이지신(十二支神)인 토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물이면서 예부터 지혜와 영민함의 상징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어 왔다. 속담과 고전 소설에서부터 민화와 병풍, 백자, 공예품 등에 등장하는 토끼는 오랜 시간 우리와 가까이 지내온 친숙한 동물로 이를 의인화한 이미지는 동아시아 외 서양 문화권에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풍자와 해학으로 인간을 대변해 온 토끼는 지금도 대중문화에서 사랑받는 캐릭터이다. 이번 전시에서 현대미술작가(김기홍, 김선두, 박방영, 반미령, 신미소, 정길영, 정재원, 최현주, 추니박)의 새로운 시선을 통해 재탄생한 토끼는 작가들의 자유로운 해석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단지 소재로서의 토끼가 아닌, 각자의 작업 안에서 토끼가 어떤 의미로 스며들고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며 관객 또한 미술작품 속 새로운 이미지의 토끼와 만나길 기대한다.
참여작가 : 김기홍, 김선두, 박방영, 반미령, 신미소, 정길영, 정재원, 최현주, 추니박
박방영은 동양과 서양의 화법을 두루 지닌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로 불린다. 형식이나 재료에 얽매이지 않은 거침없는 표현과 일필휘지의 필력으로 기운생동한 작업세계를 선보인다. 특정 범주를 벗어난 즉흥적이고 자유분방한 표현방식과 달리 작가가 써내려간 작품 속 글귀는 작가 내면의 본연의 모습을 묵직하게 드러낸다. 세속적인 것, 인위적인 것에 지배당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장자의 '소요유(逍遙遊)'는 자신의 작업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박방영(b.1957) 작가는 홍익대학교 학부와 동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Art Student League of New York에서 수학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동양화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한대학교 조형문화과 서양화 교수를 역임했으며, OECD 프랑스 파리 사무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문화재단 외 다수의 미술관과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김선두는 서민의 삶과 자연을 소재로 하여 과감한 시각적 실험으로 독특한 화풍을 개척하고 있다. 작가는 삶에서 얻은 '깨달음'이 작업의 바탕이라고 말한다. 느낌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 또는 구체적 사물의 속성에 자신만의 깨달음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시각과 형식을 담은 이야기를 완성한다. 보이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느끼는 그대로 그리지도 않는 김선두의 작품은 겉으로 드러나는 껍데기가 아닌 깊은 속을 들여다보며 감상할수록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을 이해할 수 있다. 김선두(b.1958) 작가는 중앙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중앙대 한국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3년 부일미술대상, 1993년 석남미술상, 1985년 대한민국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특선, 1984년 중앙미술대전 한국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등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정길영은 회화, 도자, 설치 등 다양한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영역의 파괴가 곧 예술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머그와 화병, 볼 같은 생활자기에 익살스러운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림을 그린다. 청화 안료의 깊이감에 매료된 작가는 도자를 평면화한 도자회화의 물성적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에서 현대미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마치 놀이를 하듯 자유롭고 유머러스한 표현 속에 녹아있는 작가만의 철학적 메시지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정길영(b.1963) 작가는 영남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2003년 우연히 도자기를 접한 그는 점토의 가소성과 변화무쌍함에 반해 모든 작품을 도자로 작업하는 길을 택했다.
반미령의 공간은 현실에 없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시적 세계가 아닌 내면의 한 부분을 표현한 듯한 절제된 화면은 시간이 쌓인 흔적이다. 붓이 아닌 롤러로 아주 얇은 물감층을 여러번 쌓아 올리는데, 표면이 건조되면 또다시 색을 입히는 과정을 긴 시간 반복한다. 모호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이유는 이렇듯 배경작업에 붓자국이 남지 않는 독특한 질감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초현실적 풍경은 보는 이들에게 긴 여운과 잔상을 남긴다. 반미령(b.1965)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에서 유화를 전공했다. 20여 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기념 국제공모전 대상, 2002년 송은미술대상 장려상을 수상했다.
추니박은 동양화가 가진 관념적 풍경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이 가진 본연의 색을 담아내기 위해 원색을 과감히 사용한다. 한지 위 동양적 필법에 자유분방한 표현력으로 아크릴릭 채색을 융합시킨 그의 산수풍경 시리즈는 더 넓고 깊어지고 있다. 작가는 수묵 필선에 색을 더하면서 '진실에 한발 다가간 느낌'이라고 말한다. 장르 간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추니박의 회화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으로 예술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보여준다. 추니박(b.1966)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39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LIG본사 외 다수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최현주의 작업 모티브는 탄생과 죽음이 반복되는 거대한 자연이다. 하나의 소우주이자 소중한 가치를 지닌 자연의 존재들과 교감하며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작가의 정서와 기억을 여러 시각적 형상으로 모색한다. 스와로브스키, 자개, 리본 등 다양한 미디엄과 오브제를 결합한 최현주의 작업은 정성스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자신의 작업을 통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생명이 가진 특별한 존재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작가는 바란다. 최현주(b.1966) 작가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200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14회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정재원의 화면 속 의인화된 동물의 이미지는 일상 속 우리의 모습을 투영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모습이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은 자기를 감추고 사회성이 결핍된 채 정체성과 목표를 요구하는 이 사회에서 부유하는 존재들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정체성이 없는 화면 속 주인공들은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요소이며 작가의 상상과 관객의 상상이 조우할 수 있게 하는 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정재원(b.1972) 작가는 홍익대학교 판화과와 동대학원 석사, 파리 8대학 조형예술학과를 거쳐 2003년 파리 1대학에서 조형예술학과 박사연구과정(D.E.A)을 마쳤다. 2003년 파리 CIUP 국제관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회의 초대개인전을 가졌다.
신미소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해오다 2018년 처음 참가하게 된 아트페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회화 작업으로 연결시켜 선보이고 있다. 일러스트레이터 활동을 통해 메시지를 쉽게 빠르게 전달하는 훈련이 익숙한 작가는 공감과 소통으로 대중적 감각을 읽어낸다. 주로 동물을 의인화한 동화적이고 따뜻한 그림을 통해 집단주의보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존중하는 요즘의 사회적인 모습과 문화를 표현한다. 신미소 작가는 Canterbury GHS(NSW.AU), Meadowbank College(NSW.AU)를 졸업했다. 두 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교육 교재, 문학 단행본, 명작동화 일러스트 및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전담 일러스트에 참여한 바 있다.
김기홍은 동아시아 회화에서 드러나는 다중시점의 표현을 활용하여 서사적 구조의 움직임이 많은 미디어 환경을 결합하고 재해석한다. 16:9의 비율을 가진 화선지에 세필을 사용해 먹으로 그린 이미지들은 여백없이 촘촘하게 채워지고 겹쳐져 있다. 디지털 세상에 수없이 뜨고 지는 팝업의 레이어들, 이 사각의 화면들은 끝없이 증식하며 연결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처럼 좁은 화선지 안에서 부유한다. 매끈한 아크릴 프레임과 거치대로 아이패드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연출한 시각적 즐거움도 크다. 김기홍 작가는 2020년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201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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