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서학동사진관
기획노트
서학동사진관은 2018년 봄을 맞으며 희망의 봄기운을 돋우기 위해 ‘상춘’展을 기획하였다. ‘상춘’이란 단어에서는 연록으로 돋아나는 새싹, 낯 설은 표정의 신입생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에서처럼 흩날리는 벚꽃 잎 등 떠올리는 이들마다 다양한 이미지들을 연상할 것이다. 올해 첫 기획전인 상춘展에는 고형숙 양순실, 이봉금, 이일순, 한숙 등 5인의 여성작가가 초대되었다. 서학동사진관의 근거리에서 살고 생활하고, 일하면서 서학동사진관을 아끼고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상춘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고형숙은 서학동사진관에 새로운 전시가 열릴 때 마다 ‘미술로 창’의 회원들을 이끌고 작품과 관람객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를 자청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춘-일상에서 만나는 봄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일상 속 봄의 단상을 기록한 작은 그림의 조합을 보인다. 한지에 수묵으로 담담하게 그려졌고 누구의 집에나 있을 법 한 책꽂이 정경은 언뜻 현대적으로 해석된 책거리 그림을 연상시키는 조형성을 띠고 있다, 상춘의 사전적 의미가 봄의 경치를 구경하며 즐긴다는 의미인 것처럼 일상의 풍경이 있는 그림 속에서 봄을 구경하는 그런 느낌을 담아 보았다고 한다.
양순실은 지난 2017년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 전시 중 유일한 회화전의 작가로 초대되었었다. ‘봄이 온다는 것은 생기를 불어넣는 어머니와 같은 따듯함을 주지만 그 기저에는 보이지 않는 자기만의 투쟁과 은둔의 시간 같은 겨울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라며 우리가 외형의 모습으로 피어나고 돋아나는 봄의 생명력에 가려져 잘 느끼지 못하는 생명의 치열함을 상기시킨다.
겨울을 잘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는 서학동사진관의 첫 기획전인 ‘상춘’展에서 김지연 선생님의 정미소이미지를 차용하여 ‘정미소 오마주’라는 주제로 작업을 선보인다.
봄이 반복되어 오듯이 그녀-김지연 관장-의 작업에 대한 열정이 우리 곁에서 계속 되살아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이봉금의 작품은 단아하면서도 섬세한 선과 담백한 색감으로 그간 보여주었던 자연과 생명의 조우를 시적으로 표현하였다.
‘저기 어디 하늘 밑 높은 나무 끝에 앉아 있을 것 같은 파랑새를 찾아...
겨우내 움츠려있던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우고 잡히지 않던 마음 속 새를 향해 다시 일어섭니다.‘라는 작품에 대한 글을 전했다. 작가는 서학동사진관에 다정한 그녀만의 향기를 품고 찾아오는, 어느 계절에도 봄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일순은 서학동사진관에 관람자로 잦은걸음을 옮기다 서학동사진관과 인연을 맺게 된 작가이다. 봄에 대한 단상은 사람마다 수많은 느낌과 이미지가 있겠지만 ‘여행’이 떠오른다고 한다. 어린 시절 관광버스에 올라 울긋불긋 나들이 복을 입고 안내양의 안내를 받으며 산과 들의 꽃과 경치를 즐기는 일명 ‘상춘객’의 모습, 수학여행을 떠났던 잊지 못할 주인공들, 매일 일터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의 봄 풍경 또한 짧은 하루의 여행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해 보았던 봄의 풍경을 다시 확인하러 떠나는 그만의 여행을 캔버스 위에 동화적 표현으로 옮겨놓았다. “봄은 늘 반복적으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지난 시간 속의 봄으로 돌아가기를 반복하기도 하는 것 아닌가 라며 계절은 순환하는 것이지만 어느 때부터 작가에게는 순환하는 계절로서가 아닌 생애의 어느 지점일 수도 있다. 라고 얘기한다.
서학동사진관이 위치하고 있는 서학예술인마을에서 제일 바쁜 작가가 있다면 아마도 이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한숙은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많은 것들이 시작되게 하고 또 만나게 하며 그 자리가 작품 활동이 되도록 만드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봄의 속성처럼 사람사이에서 꽃이 피어나게 하는 능력자이다. 그동안 자신과 가족, 그리고 그녀의 생활 속에 깃들어 있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작업해왔다면 지난해 보여주었던 ‘나무사람작업’은 지금까지의 서정성에 시대정신을 담아 공부하고 참여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작가는“다 잊었다. 다시 시작된 생을 시작하련다.. 청순하고 순결한 빛깔로 살포시 자락을 내민다.”라며 작품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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