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오른손이 움직인다.
오른손에 쥐어있던 핸드폰을 눈앞으로.
조금 앞으로, 다시 뒤로, 살짝 옆으로.
검지가 핸드폰 하단을 몇 번 툭툭.
이번에는 오른쪽 하단의 노란색 아이콘을 누르고, 또 누른다.
‘텍스트가 없습니다.’
‘텍스트가 없습니다.’
무수한 점들이 마치 문자 혹은 글과 같다고 노란 박스로 그것들을 범주화했던 아이폰은 실제로 어떤 것이냐는 채근에는 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우리가 서로 인식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 애써서 전달하고 싶었던 수많은 것들은 애쓴다고 전달되지 않고, 오히려 엉뚱하고 이상한 것들만 흘러 다른 쪽에 닿는다. 게다가 엉뚱하게 닿은 것들은 잘 전달된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마치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은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 순간 핸드폰도 잠깐 속아 버렸다. 우리는 텍스트를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수차례 오해를 반복하며 명확한 의미를 더듬는다. 이 과정에는 왜곡과 오해가 겹겹이 쌓여, 무엇을 구분하는 일이 점점 무의미해진다. 여전히 그것들은 글인지, 말인지, 점인지 모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글 장명순
작가 장명순
촬영 신예영
포스터디자인 신예영
설치 장명순
주최/주관 코소
후원 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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