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에서 고요로의 여정, <로마>

"생생하게 재현된 대서사시이자 당시 여성들을 위한 애정이 담긴 인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17년 만에 멕시코로 돌아가 신작을 찍는다고 발표했고, 넷플릭스는 제작을 맡았다. <옥자> 때문에 칸영화제와의 경쟁부문 출품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인 넷플릭스는 올해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로마>를 경쟁부문에 출품했고 황금사자상이라는 최고상이라는 엄청난 성취를 이뤄냈다. <로마>는 시간적 배경으로는 혼돈의 1970년대 초반을, 그리고 공간적 배경으로는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을 삼았다. 겉으로는 가정을 버린 남편으로 인해 혼자가 된 여성과 임신 사실을 고백하자 책임을 회피하며 도망간 연인 때문에 혼자가 된 여성의 시간을 다룬다. 하지만, <로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유년 시절을 돌봐준 모든 여성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롱테이크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감독 중 한 명이다. 근데, 이번 영화에서 그는 이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데, 이를 위해 그는 ‘패닝 쇼트(panning shot)’, ‘트래킹 쇼트(tracking shot)’, 그리고 피사체를 화면 중심에서 이탈하지 않게 만드는 절제된 카메라 워킹을 준수한다. 1970년대 멕시코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멀리서 볼 때 그나마 조화를 이루는 듯해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서 들었을 때 확인되는 불협화음의 군악대 행진을 미루어 보아, 그 당시 멕시코는 혼돈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널브러진 개똥을 계속 닦아도 개똥이 사라지지 않는 바닥은 국가나 권력자들이 오히려 빈곤 계층을 더 약탈할 뿐만 아니라, 있는 자들끼리 질투하며 재물을 쟁취하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추악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즉, 박제된 동물들처럼 권력을 쟁취한 자의 손길에 패배한 나머지들은 편히 있지 못하고 전시되는 어두운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남성 권위적인 사회로 인해 여성들은 같이 공유해야 하는 두려움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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