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간송미술관이라고 하면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자리한 미술관을 떠올린다. 간송미술관의 전시와 출품작은 ‘간송(澗松)’이라는 이름이 담보하듯 언제나 훌륭하지만, 접근성 등의 문제로 인해 지방민에게는 간송컬렉션을 실견함에 있어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와 같은 지방민의 아쉬움을 달래듯, 또 하나의 ‘간송미술관’이 지난 2024년 9월 3일 대구광역시에 문을 열었다.

《여세동보(與世同寶) - 세상 함께 보배 삼아》 포스터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기념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2024년 12월 1일까지 진행된다. 전시 제목 ‘여세동보(與世同寶)’는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 1906~1962)이 세운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식 사립 미술관, 보화각(葆華閣)의 설립을 축하하고자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이 지은 정초명(定礎銘)에서 빌려왔다. ‘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의미를 지닌 여세동보를 전시 제목을 채택한 것에는 간송이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으로 수집한 문화유산을 세상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대구간송미술관의 개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취지를 반영하듯 본 전시는 간송미술관이 개최한 역대 전시 중 최대 규모로 국보와 보물이 출품되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훈민정음] 해례본(15세기), <청자상감운학문매병>(13세기), 신윤복의 <미인도>(18세기 말~19세기 초) 등을 비롯하여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국보, 보물 40건 97점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이정, ‹순죽›(좌), ‹노죽›(우)
《여세동보》 전시는 4개의 전시실에서 각각의 테마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1전시실에서는 전형필이 초창기에 수집한 서적과 다양한 종류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정, 정선, 심사정, 김홍도, 신윤복, 김득신 등의 이름만 들어도 걸출한 이들의 작품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인지 그 어느 전시장보다도 사람이 붐볐다. 2전시실은 오직 신윤복의 <미인도>(18세기 말~19세기 초)를 위해 조성된 전시장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비슷하게, <미인도>만을 위해 연출된 조명과 음악은 작품을 감상에 몰입을 돕는다. 3전시실은 《훈민정음 해례본: 소리로 지은 집》이라는 이름으로, [훈민정음] 해례본과 함께 현대미술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 출품되었다. 4전시실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불교미술과 도자기, 김정희 등의 서예 작품을 선보인다. 그 외에도 5전시실에서는 실감 영상 전시 <흐름·The Flow>가 진행되며, ‘간송의 방’에서는 연구자·예술가·교육자로서 전형필의 면모를 보여주는 유작 26건 60점을 만날 수 있다.
정선, ‹여산초당› 부분, 18세기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간송’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평일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람객으로 인해 대구간송미술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를 예측이라도 한 듯, 미술관 1층에는 전시실별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세동보》를 비롯한 대구간송미술관의 모든 전시는 각각의 전시실이 독립된 테마를 가지고 있으니, 디지털 안내판의 전시실별 혼잡도를 잘 살핀다면 보다 쾌적하게 작품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대구간송미술관 홈페이지(https://kansong.org/daeg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