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역사의 도돌이표
-이동근, 《낡은 집: 요새사령부로부터》, 아트아카이브리드모어, 2024.09.10~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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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멀리서 찍은 풍경에는 알고 보면 슬픈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의 지붕 색이 세 가지로 칠해진 이유는 막사 한 건물에 세 가구를 살게 하고, 지붕 색으로 구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집도 아닌 곳에 사람만 몰아넣은 격이지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살아온 이들 보고 또다시 나가라 한다네요. 평범한 이들의 순탄치 못한 삶의 여정이 한 세기가 넘어 다시 반복되는 현실이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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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말만 무성하던 가덕도 신공항이 국책사업으로 결정 났다. 이 공사로 가덕도 남쪽에 있는 모든 생명은 철거될 예정이다. 깊고 푸른 백 년 숲도, 숭어들이의 분주함도,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 온 아름다운 풍광도,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과 그들의 낡은 집도 마찬가지로 사라질 것이다.”
- 이동근, 《낡은 집: 요새사령부로부터》, 작가 노트, 2024.
부산에 살지 않는 필자에게 가덕도 신공항은 가끔 뉴스로 접하는 것 이상의 관심거리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을 위한 시설을 만들 때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나는 환경 파괴 문제든지, 관점에 따라 극적으로 수치가 바뀌는 경제성 문제든지 하는 이야기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전례들에서 익히 들어온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또 결국에는 거대 권력과 자본의 논리가 이기게 될 거라는 회의론자라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습니다.

한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동근의 작업을 보며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망원동 아트아카이브리드모어(AARM)에서 열린 전시 《낡은 집: 요새사령부로부터》의 전시였는데요. 이동근 작가는 신공항이 들어설 가덕도 남쪽에 있는 외양포 마을, 그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1900년대 초, 일본군이 마을을 요새화하면서 원래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쫓겨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방 후, 정부는 일본군이 버리고 간 막사와 탄약고 등에 들어와 살고 싶은 주민들을 추첨으로 뽑았습니다. 그렇게 빈 요새로 들어와 산 지가 어언 칠십 년이 넘었습니다.

멀리서 찍은 풍경에는 알고 보면 슬픈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의 지붕 색이 세 가지로 칠해진 이유는 막사 한 건물에 세 가구를 살게 하고, 지붕 색으로 구분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대로 된 집도 아닌 곳에 사람만 몰아넣은 격이지요. 그런데 이런 곳에서 살아온 이들 보고 또다시 나가라 한다네요. 평범한 이들의 순탄치 못한 삶의 여정이 한 세기가 넘어 다시 반복되는 현실이 슬픕니다.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현재 남아 있는 것을 기록하는 일이겠지만, 충실한 조사와 연구를 기반으로 한 아카이빙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동근 작가의 작업은 여기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합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일본을 오가며 찾아낸 일제 강점기 당시 사료에는 막사를 지키던 일본군이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부터 군국주의의 광기를 보여 주는 결의까지 평범한 인간의 모습과 섬찟함을 오가는 역사의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 한반도 전체를 일본의 영역으로 기록한 1933년 세계 대지도, 일제 치하의 한반도 유람을 홍보한 관광안내 책자 등도 있으므로, 조금 더 시간을 내어 전시장에서 천천히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최다운은 이미지를 만나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읽는데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으며, 뉴욕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탐방기인 『뉴욕, 사진, 갤러리』(2021)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