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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민낯을 그리는 작가, 정고요나 《부유하는 시선들》 | ARTLECTURE

일상의 민낯을 그리는 작가, 정고요나 《부유하는 시선들》


/People & Artist/
by 민플루
일상의 민낯을 그리는 작가, 정고요나 《부유하는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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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부유하는 시선들》 정고요나, 페이토갤러리 24.05.02~06.08
그녀의 작품 속 일상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상. 진짜 일상은 없는 일상. 정고요나 작가는 그 전시된 일상의 틈에 주목한다.

●1.

정고요나 작가는 일상을 그린다. 햇빛이 드는 오후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는 뒷모습을 그린 <일요일의 나처럼>(2024)이나, 검은색 슬랙스에 흰 셔츠, 그리고 과하지 않게 적당히 세련된 반지를 낀 손으로 다마신 커피잔을 든 <하루의 한숨>(2024)이라는 작품처럼, 그리고 어느 누군가에게 받은 것 같은 꽃다발을 손에 쥔 <오늘의 위로>(2024) 라는 작품같이, 정고요나 작가의 작품은 인스타그램 속 어느 누군가의 일상 사진을 그리고, 작품명은 인스타그램 사진 밑에 적은 짧은 해쉬태그(#) 문장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작품의 첫인상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상의 기록처럼 익숙하고 평범하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채도가 낮게 유화로 그려진 그의 작품들을 스크롤 멈추고 들여다보면, 그녀의 작품 속 일상이 일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SNS에 업로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상. 진짜 일상은 없는 일상. 정고요나 작가는 그 전시된 일상의 틈에 주목한다. 그래서 그녀의 작품들은 은은하게 평범하다. 아니, 은은하게 특별한 걸까? 



●2. 

현재 페이토 갤러리에서 정고요나 작가의 개인전 《부유하는 시선들》이 진행되고 있다. 총 14점이 전시 중인데 이 작품들의 시작은 SNS다. 작가는 SNS에 업로드된 사진들을 채집한다. 우연히 알고리즘에 뜬 사람의 사진일수도 있고 아는 사람의 사진일수도 있는, SNS에 올려진 일상 사진들을 채집한다. 그리고 그러한 사진 중 특히 더 끌리는 사진들을 골라 사진의 주인들에게 사용 허가를 받은 후, 캔버스에 유화로 그린다. 그리는 과정에서 일부 배경은 다른 이미지로 교체되기도 하고, 부분을 클로즈업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그려낸다. 그러니깐 정고요나 작가가 그린 이미지는 상상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했었던 어느 누군가의 일상인 것이다. 그런데 그 일상 사진은 진짜 일상과 틈이 있다. 일상의 주인들이 순수하게 자신의 일상을 찍어 SNS에 올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했던 작품들로 돌아가보자. <일요일의 나처럼>(2024)이라는 텍스트가 붙은 이 작품은 침대 위 누워있는 여자의 뒷모습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여자의 발. 그리고 호텔 이불을 떠올리게 만드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하얀 이불. 더 나아가 벽에 비친 햇빛까지. 너무도 완벽한 구도이다. 여기에 '일요일의 나처럼'이라는 문장까지 결합되니 열심히 일한 이가 누리는 여유로운 주말의 느낌까지 추가된다. 하지만 정고요나 작가 작품의 시작이 실제로 존재한 어느 누군가의 SNS 속 이미지라는 것을 기억해보자. 나의 잠자는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지만, 이러한 뒷모습은 찍어주는 다른 인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은밀한 일상을 자신의 SNS에 자발적으로 올리는 것은, 이것을 보게 될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길 바라는 자신의 욕망도 담겨져 있다. '일상'이라는 모습으로 포장하여, 특별한 의도도 과시의 욕망도 없는 것처럼 SNS에 올리지만, SNS에 전시되는 사진이 되는 순간 그것은 '일상'이 아님을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일요일의 나처럼(2024)


하루의 한숨(2024)



그림3 오늘의 위로(2024)



●3. 

여기서 정고요나 작가는 SNS에 올라온 그 일상 이미지들을 채도가 낮게 유화로 그려낸다. 다른 재료들보다 느리게 마르고, 시간이 오래걸리는 유화의 장점을 활용하여 느리게 그려내는 것이다. 그렇게 정고요나라는 필터를 통과한 일상 사진들은 외로워보이고, 소외감이 느껴지고, 고독해보인다. 이것은 마치 사진의 주인들이 사진에 담은 행복해 보이고 싶은 마음, 과시하고 싶은 마음 등을 벗겨 일상의 민낯을 드러낸 것 같다. <오늘의 위로>(2024)라는 설명이 붙은,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듯한 꽃다발을 든 이미지는 정고요나라는 필터를 만나니, '위로'를 받아야했던 하루의 고됨이 드러난다. <하루의 한숨>(2024)이라는 작품명 속 다 마신 커피잔을 든 커리어우먼의 모습은 정고요나라는 필터로 변환하니 공허해보인다. 정고요나 작가는 사진 주인의 의도대로 그럴듯해 보이기 위해 덧씌워진 것들을 벗겨내는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거기에 감춰져 있던 공허함과 결핍을 보여준다. 



내가 보는 세상(2024)


내가 보는 세상 (클로즈업)


●4.

다시 돌아와, 정고요나 작가는 일상을 그린다. SNS에 업로드된 전시된 일상을 그린다. 그리고 그 일상 속에 감춰진 마음들을 드러낸다. <내가 보는 세상>(2024) 작품 속 여자가 읽고 있는 책의 문장들은 짓이겨져 보이지 않는다. 일상을 그리지만 진짜 일상은 없는 것처럼, 책을 읽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없다. 마치 전시된 일상의 민낯처럼.



공존하는 시간(2024)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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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민플루_미술에 대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