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Twitter

Artlecture Blog

Artlecture Post

Artlecture Band

Artlecture Main

예상치 못한 선물, 그리고 예술 | ARTLECTURE

예상치 못한 선물, 그리고 예술


/Insight/
by 박수현
Tag : #연말, #선물
예상치 못한 선물, 그리고 예술
VIEW 1384

HIGHLIGHT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들떠있는, 끝없는 소비와 축제가 넘쳐나는 시즌, 과소비와 무질서, 유흥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가운데 생각해본다. 생산이 아니라 소모가 인간의 핵심이자 본질이라 한다면, 이 시기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본질에 가까이 있는 게 아닐까.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크고 작은 선물들이 오고 간다. 아주 작은 선물에 감동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서운한 마음이 스치기도 한다.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을 반드시 주어야 하는 사람으로부터 받는다면 그리 고마울 것도 서운할 것도 없다. 꼭 해야하는 의무와 책임을 벗어난 영역에 있다는 것이 선물의 핵심이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받은 것에 오히려 의미와 감정을 부여하게 되는게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기브앤테이크나 상부상조 느낌의 선물보다는 아주 작지만 예상치 못한 상대에게 예상치 못하게 받은 작은 선물이 감동을 주기도 하는 것 같다.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는 인간의 활동을 생산과 소모라는 두가지 범주로 나누고 선물을 소모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바 있다. 그는 무언가 가치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성취하고 획득하는 인간의 활동을 생산이라고 부르며,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가진 것을 주고, 파괴하고, 낭비하는 것을 소모라고 한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에서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은 생산적인 것이며 소모는 생존이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쓸데없는 것이나 바람직하지 않은 낭비로 치부된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많은 것을 생산하고 성취하고자 경쟁한다. 이와 반대로, 바타유의 관점에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너무 많이 가진 것 또는 부의 불균형에서 야기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소모에 좀더 치중해야 한다. 그래서 인간에게 더욱 핵심적인 것은 생산이 아닌 소모이다. 선물 역시 소모라는 점에서 의미있다. 바타유가 큰 관심을 가지고 분석하는 포틀래치는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파괴적이고 강제적인 선물공세이며 따뜻하고 정감넘치는 선물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선물의 핵심이 비용, 시간, 노력 등 자신에게 유용한 것을 포기하는 소모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준다.



영화 <나홀로 집에>, 1991

 


바타유는 또다른 소모의 활동으로 예술에 주목한다. 예술은 규칙적 노동과 합리적 과정을 따르지 않으며, 어떤 유용성도 없고 아무 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예술가는 이러한 쓸데없는 것에 자신의 삶을 바치고 때로 파멸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소진한다. 예술은 이렇게 유용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유용하지 못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인간에게 중요하다. 바타유는 진정한 인간은 노동이 아니라 예술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예술을 인간에게 본질적인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가 보는 예술의 핵심은 소모와 놀이이다. 생산과 노동에 치우진 세상의 가치관을 거부하고, 체계적인 계획과 규칙적인 노력을 따르지 않으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자신을 속박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들떠있는, 끝없는 소비와 축제가 넘쳐나는 시즌, 과소비와 무질서, 유흥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가운데 생각해본다. 생산이 아니라 소모가 인간의 핵심이자 본질이라 한다면, 이 시기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본질에 가까이 있는 게 아닐까. 예쁘지만 쓸모없는 것들, 즐겁지만 유익하지 않은 것들, 버려지는 수많은 것들, 무질서한 풍경에 얼굴 찌푸리지 않고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선물들에 정다운 눈길을 두어본다. 현실에서 살짝 빗겨서있는 예술을, 예술가를 떠올려본다. 그 쓸데없고 비생산적인 것에 우리의 마음과 인간의 핵심이 있고 이러한 소모에 의해 세상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라고..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 박수현_매일의 삶과 함께 하는 예술을 바라며, 글을 쓰고 기획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