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처럼 온 카와라도 자신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자신의 자전적 정보를 매체에 자세하게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명확한 그의 출생일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19,771일을 살고 이 생을 떠났다는 사실만 남아있다.
우리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는 순간부터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연인이 생길 때부터, 아기가 탄생한 날부터, 반려견을 입양할 때부터 등 이벤트의 시작 점이 생기면서 시간은 이 전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 시간의 길이가 누적되어 갈수록 관계의 탄성이 늘어나고, 특별한 유대감이 생긴다. 100일 혹은 1주년 10주년을 기념하는 것도 그 날짜를 기념하기 보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관계가 지속됨에 만족과 안도를 느끼며 기념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이 오늘 몇 일째 살아가고 있는지 과연 새는 사람이 있을까?
주민등록상의 출생 년도로 카운팅을 시작하여 몇 년째 살아가고 있는지는 알지만, 몇 일째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타인을 기준으로 형성된 나의 모습을 카운팅을 하긴 하지만, 온전한 나의 생일부터 카운팅 하며 하루를 의미 있게 담아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자기애가 미치도록 강하지 않는 이상말이다.
온 카와라의 모습. (작가의 남겨진 사진이 별로 없다)
온 카와라의 작업실, New York, 1966. (Source: Kawara, 2002, p. 69).
작가 온 카와라 (On Kawara)는 매일을 붓으로 기록했다. 그는 일본 출생이지만 뉴욕에 기반을 잡으며 개념미술의 입지를 단단히 굳힌 작가다. 온 카와라가 “시간을 기록하는 작가”로 알려지게 된 이유는 무형의 시간을 회화로 남기기 때문인데 회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딱딱하고 경직돼 보이는 감이 있다. 검은 색 바탕에 년도와 날짜만 써 있기 때문이다.
온 카와라, Four Decades (OCT.13, 1970 / MAY 7, 1980 / NOV.22, 1990 / APR.16, 2000)
출처: 필립스
그의 대표 작 <오늘의 시리즈 Today Series>는 1966년 1월 4일부터 시작하여 그가 생을 마감하는 2014년 중반까지 제작되었다. 각 캔버스에 칠해져 있는 날짜는 온 카와라가 페인팅을 시작하여 끝낸 24시간 동안의 날짜이며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의 날짜 표기법을 따른다. 프랑스에 있을 때는 프랑스에서 날짜를 쓰는 방식, 영국에 있을 때는 영국,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에서 날짜표기 하는 방식대로 쓴다.
온 카와라, Jan. 4 1966, 1966/ 온 카와라가 Today Series를 시작한 최초 작업
언뜻 보면 ‘에잇 별거 아니네? 그냥 날짜만 적는 그림인데 어려워 보이지도 않네?’ 라고 볼 수 있지만 나름의 일관성 있는 규칙이 존재한다. 작가는 한 날짜에 작품 하나씩만 작업을 하며, 하루 안에 완성하지 못한 작품은 시리즈에서 제외시킨다. 시간의 유한함 역시 작품의 일부가 된다.
더 나아가 인내와 상당한 시간도 요한다. 자세히 보면 수많은 물감의 레이어로 겹겹이 쌓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일본의 옻칠 전통방식처럼 14-17개의 중첩된 표면들이 쌓아 올리며 물감을 칠한다. 그렇기에 모두 같아 보일지라도, 각각의 작품마다 자아내는 감정과 느낌이 다르다. 배경 색은 검정, 빨강, 파랑 이렇게 3가지 색으로만 칠하며 채도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 색이 만들어진다. 이 시리즈는 그가 50여년 동안 3000여 개의 작품을 제작하였고 그가 실행했던 프로젝트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공을 들인 작업이자 자신의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
온 카와라, 11.Nov.1990, 1990
그의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은 그가 작품을 보관하는 습관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에 기재된 날짜에 발행된 신문 기사를 함께 클리핑하여 본인이 제작한 박스에 함께 보관한다. 그 신문 기사들을 보면 그 날짜에 그 장소에서 무슨 사건들이 발생하였었는지 알 수 있으며 전시 공간에서 함께 선보이기도 한다.
온카와라, APR. 3, 1990 (Today Series No. 13)/ 신문기사 함께 클리핑 된 작품들
벽에 걸린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면 적막하고 고요함이 감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의 겉 포장만 보는 듯한 경험을 하며 그 상자 안에 무언가 거대한 사실이 들어있을 것만 같다. 이 작품처럼 온 카와라도 자신도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그는 자신을 드러내는 어떤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고, 자신의 자전적 정보를 매체에 자세하게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명확한 그의 출생일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19,771일을 살고 이 생을 떠났다는 사실만 남아있다.
작은 시간들이 모여 기록이 되고 그 기록 속에는 자신이 있었던 장소와 당시 일어난 사건들이 담기면서 의미 있는 기록의 덩어리가 된 것이다. 지금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그 시간들도 나의 사소한 기록을 담아내는데 귀한 시간이 될 수 있고 오늘이 바로 그 특별함을 만드는 1일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오늘은 n일 째다.
*온 카와라가 페인팅 제작하는 과정 (구겐하임 미술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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