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밤의 픽셀, 2017> <김현우, 픽셀의 만남1, 2019>
픽셀은 하나의 단위다. 세상의 모든 대상을 점점 단순화시키다 보면 어떤 모호함의 경계를 거치다 결국 형태를 가지게 되는데, 김현우 작가에게 ‘픽셀’이란 소재 그의 세계를 표현하는 분명한 하나의 방식이다. 조각조각 나뉘고 파편화된 것처럼 보이는 픽셀 세계 속에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세상은 작가의 손에 의해 해체되고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해체’라는 단어에 담긴 전복성이 이전 작가들의 많은 시도로 인해 이제는 고전적인 의미로 통용되지만, 사물을 새롭게 보려는 작가의 시도 자체는 주목할 만하다. 또한, 김현우 작가의 픽셀화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김현우, 바다모래 수학드로잉, 2018> <김현우, 바다 속 수학드로잉, 2018>
자칫 기계적인 과정으로 느껴질 ‘픽셀화’를 거치고 나면 거친 배열의 조각들만이 남게 되는데 이것들이 주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구분은 꽤나 매력적이다. 상상할 수 있는 대상을 픽셀화시킨 것에 충분히 익숙해졌을 무렵 김현우 작가의 작품은 수단과 방법을 다시 한번 변주한다. 눈에 보이는 자연물 혹은 무형의 대상에까지 자신의 영향력을 끼치려 한다. 픽셀화된 자연물 속에 떠다니는 무작위적 배열의 수학 기호들, 악보를 이용한 음악적인 접근 등 자신이 대상화하고자 하는 것들을 다양한 소재로 변모시키는 관찰력은 작가에게 있어 ‘픽셀’이 단순히 형태의 한 부분이 아닌 전부임을 증명한다. 정형화된 픽셀들이 모여 대상을 이루는 것이 아닌 이미 픽셀화된 대상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변주하는 것임을 점차 과감해지는 작품들에서 느끼게 된다.
<김현우, 픽셀의 숲산책, 2019>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하는데 춤을 추듯이 작업을 합니다.
바람소리, 아이들 소리, 그림 속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김현우 작가 인터뷰 中

<김현우, 공간의 진동, 2021> <김현우, 아이스픽셀, 2021>
김현우 작가에게 세계는 파편화된 조각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픽셀이다. 가령 단순해 보이는 대상물에도 그것과 관련된 모든 것, 작품 외적인 요소까지도 담으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픽셀이 주는 무한한 가능성은 여기서 나온다. 같은 대상물이라도 그 외적인 상황이 변한다면 구성하는 요소가 달라지고, 작가의 픽셀은 또 다른 변주를 준비할 것이다. 현실 세계의 메타버스를 픽셀에서 발견한 작가의 유레카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부닥치는 외부의 수많은 세계가 어떻게 캔버스에 담길지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