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은 과거와는 다르게 작가가 재료와 기법적인 측면에서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자유롭고 넓어졌다. 특히, 현대 섬유예술은 1980년대 이후 투명한 비닐 소재뿐 아니라 금속, 와이어 등을 사용해 기하학적인 구성으로 섬유 구조물을 표현하며 벽에서 내려트리거나 부조와 같은 설치작품으로 공간의 영역까지 확장한다. 공간은 조형물로부터 인간이 존재하는 방향, 위치, 거리 등 인간이 시각적으로 인지하는 심적인 경험을 하게 하는데, 그 연결의 매개가 투영이다. 투영에 의한 공간표현은 작가의 미적 경험을 조형적으로 표현하고 의미를 전달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 된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이원경 작가가 자신의 주 작업재료로써 와이어를 선택한 것도 와이어가 전시 공간에서 연출되었을 때 금속, 빛의 배합에 따라 광택 부각 정도가 달라져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선과 형태, 직물 표현 등 빛의 움직임, 리듬, 구성뿐 아니라 기술적인 요소를 전환하는 등의 빛을 매개로 기술과 예술의 결합으로 나타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이 작가는 본인의 작업에서 재료의 이중성에 주목한다. 와이어를 뜨개질로 꼬고, 엮어 진행한다. 금속을 차갑고 단단하며, 냉철한 느낌으로 간주하는 반면에 뜨개질은 어릴 적 엄마 품에서 느꼈던 편안하고 따뜻한 안식처로 작가는 믿는다. 이들의 이질적이고 이중적인 이미지로부터 다시 인공물과 자연물을 그리고 또다시 동․식물의 이미지로 전환되어 공중에서 비행하거나 움직이고 있는 듯한 동물의 형상으로 재탄생되었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금속 선 하나의 개념에서 시작하여 같은 형태의 반복으로 구조를 형성하고 입체적인 조각 개념으로 여러 개의 그물 형태를 제작하여 다시 그들을 조립하고 연결한다. 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한 개, 한 개의 금속 선이지만, 점점 작품에서 멀어질수록 건축물에서 느껴지는 시공간적이고 기하학적인 느낌으로 시야에 전달한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어느덧 이렇게 형성된 뜨개질 기법은 와이어 실 가닥이 반복되어 오버랩(overlap)의 중첩 표현되어 서로 상관관계를 형성하면서 끊임없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이들이 한 몸체나 한 주제의 작품으로 나타난다. 결국, 이들은 그저 다른 존재, 그저 붙어 있기만 한 개념이 아닌 서로 결합하고, 공존(共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을 엮어 직물을 표현하는 가장 전통적인 섬유기법을 바탕으로 와이어를 뜨개질하여 표현하는 응용된 하나의 그물 또는 완성된 망의 형태를 제작하는 개념이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하나의 망과 고리들의 연속으로 새로운 고리와 연결되고 확장되어 하나의 패턴구조를 형성한다.
그물과 그물 사이에 연속성을 또 다른 그물을 사용하여 3차원적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구조적이고 입체적인 형태로 표현된다. 이는 물고기 조각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연못가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 떼를 보고 있는 듯한 형상이기도 하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그런데 어쩐지 이 모습이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자연스러운 듯, 부자연스러운, 금속재료와 따스한 뜨개질 기법이 주는 이중적인 느낌처럼 서로서로 교차하고 엮어가며, 작품과 작품 사이로 둘러싸고 있는 모든 요소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품의 형태가 거대해진다.

Moving_사실은 멈추어져 있던 것들
Moving_Objects that are Motionless in Reality/ 230X60X50cm, 33ea,
Aluminum Wire, Variable Installation, 2016~2017.
작가는 현재 2021년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입주예술가로 선정되어 이번 9월에 결과 보고 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9년도 이응노미술관 파리 레지던시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준 만큼 9월 전시가 기대된다. 대전 창작센터 입주예술가 결과 보고 전은 9월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