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몇 시인데 아직도 도착하지를 않느냐?”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우담의 목소리는 그 만이 가지고 있는 힘과 강직함 그리고 엄격함이 느껴졌다. 약속시간 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기도 하였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우담의 작업실까지는 먼 거리여서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했지만 시간에 엄격한 그를 오랜 시간 기다리게 하였다. 시간을 쪼개어 생활하는 이들에겐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기에 꽤 죄송한 마음으로 우담을 찾아뵈었다.

<누드/우담 이영수>
우담은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4,500장 이상의 누드를 그린다. 그가 누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線’ 때문이다. 우담이 회화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이 線이다. 그는 지금껏 수많은 線을 찾아 그림을 그렸으나 여성의 몸처럼 아름다운 線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드(Nude)란 회화의 세계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사회에서는 외설적이거나 性적인 표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여 화가가 작품을 아직도 세상에 드러내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담의 누드는 작은 宇宙의 공간 속에 들어서는 느낌을 자아낸다. 동양화의 수묵기법 중 백묘법(白描法)을 이용하여 순간의 찰나에 선을 이용하여 힘 있고 화가만의 자신감 넘치도록 그려진 누드는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는 우주의 힘과 더불어 시원한 느낌을 자아내어 전혀 猥褻的인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고대부터 美術의 世界에 있어 女性의 몸은 美적임에 있어 가장 기본적 요소 중 하나이다. 이에 18C-19C의 많은 화가들은 여성의 몸을 탐미하듯 누드를 표현하였다. 수많은 거장을 제자로 두었던 도미닉 앵그르, 마티스 등이 그렸던 여성의 모습하면 떠오르는 ‘오달리스크-odalisque’와 달리 우담은 여성의 몸을 美의 상징이나 猥褻的으로 표현하려 하던 이전 세대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과는 사뭇 다르게 生命 孕胎의 근원인 여성을 자애롭고 아름답게 작품으로 승화시킨 장본인이다.
<호작도/우담이영수> <십장생/우담이영수>
우담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으며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천경자의 제자로 채색기법을 사사받았다. 또한 운보 김기창에게는 선의 사용법 즉 선의 생명력과 아름다움 등을 12년 동안 연마한 한국에서는 독보적인 자리에 있는 화가이다. 그의 그림은 민화로 부터 출발한다. 민화란 조선시대 서민들이 도교적 영향으로 액막이나 자신의 소원과 기원 등을 표현한 서민적 그림의 한 분야이다. 우담은 채도가 높은 한국의 오방색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렸으나, 아주 가벼운 선으로 사물을 표현하였으며, 전체적으로 공간을 두어 종전의 민화는 다르게 그림을 마주하는 이로 하여금 숨통을 트이게 하며 해학적인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그는 석채화(石彩畵-보석화라고도 불린다.)를 그린다. 인간이 처음 그림을 그렸던 것이 바로 벽화이다. 고대부터 벽화의 재료는 대부분 석채였다. 그는 수정, 루비와 같은 석채(보석)를 이용하여 회화가 가지는 2차원의 평면 세계를 4차원의 입체성 즉 조형성을 만들어낸다. 우담의 그림은 전체적으로 먹이 천연 종이를 만나 퍼지는 먹물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그리고 아름다움을 자아내지만 그의 그림이 가지고 있는 질감은 석채를 이용하였기에 매우 거칠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수묵화의 고요함과 석채의 질감이 만나 오묘한 세계를 자아내는 것은 마치 우리네 삶은 잔잔한 호수의 물과 같이 고요한듯하나 실제 우리가 만나는 삶이란 한 없이 굴곡지고 거칠다는 것과 반면 보석과 같이 아름다운 것이라는 것이 삶이라는 이중성을 말하고 있었다.

<우주시리즈-공간/우담이영수>
우담이 현재 추구하는 회화의 세계는 우주라는 공간이다. 그것은 동양적인 사유의 음양사상을 바탕을 한 우주관이다. 지구는 혼돈의 세계에서 파생되어 생명이 탄생되었다. 그러나 그 이전 지구는 우주의 한 부분으로 그 근원을 찾아 간다면 지구의 근원은 바로 우주이기 때문이다. 피상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우주관은 현재 물리적이고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뿜어내는 기운과 힘 등을 우담은 치밀한 구조로 화면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그의 우주 시리즈는 살아 꿈틀대어 생명력을 가득하게 느껴진다.
우담 이영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였으며, 러시아 하바로스코프 국립사범대학 명예 예술학 박사, 국립부산대학교, 경남대학교, 세종대학교, 홍익대학교. 육군사관학교, 강남대학교 강사 및 교수와 단국대학교 예술대학학장, 단국대학교 산업디자인대학원장을 엮임 하였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예술대학 종신 명예교수 및 개인 화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1월이란 왠지 누군가에게 떠밀려 어깨에 짐을 얹고 맞이하듯 무거운 느낌이다. 그러나 2월은 자의적으로 무언가를 계획하며 시작하기에 알맞은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2월의 첫날이다. 우담의 그림에서 느껴지듯 자신을 위해 생명력 넘치고, 자애롭게 뒤돌아보지 않는 삶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