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개:
https://artlecture.com/project/5129

1) [비정성시] <김현주> (Interpreting Hyun-ju, 2020)
• 연출: 강지효
• 출연: 김윤하, 전하늘, 송아영
<김현주>는누군가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섣부른 믿음과 그로 인한 공포를 이야기하는 단편영화이다. 영화는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학생들을 교실에서 내려다보는 초등학교 선생님 ‘선영(김윤하)’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선영’은 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놀이터에 홀로 서 있는 ‘현주(전하늘)’가 신경 쓰인다. 돕고싶은 마음이 큰 ‘선영’은 ‘현주’에게만 일기 숙제를 매일 방과 후에 면담하는 것으로 대체하자고제안하고, ‘현주’는 승낙한다. 면담을 진행하면서 ‘현주’는일상생활, 가족, 좋아하는 음식 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선영’은 그런 모습을 보며 ‘현주’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굳건히 믿는다. 업무 때문에 ‘현주’에게 관심을 평소보다 많이 두지 못한 어느 날, ‘현주’는 의도적으로 ‘선영’의 옆을 지나가면서 양쪽 소매를 걷어 상처를 보여준다. 충격에 빠진‘선영’은 진상 파악을 위해 학부모에게 전화를 걸던 중, 반 아이들의 뒷담화를 듣게 된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현주’의 진술과 엇갈리자 ‘선영’은 혼란스러워한다. 본인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해 가정방문을 했는데, 어머니의 모습은 ‘현주’의 묘사와 상반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생과의 일화가 거짓말이라는 어머니의말씀을 들었다. 들은 것과 들은 것의 차이, 그리고 들은것과 목격한 것의 차이는 ‘선영’에게 배신감을 안긴다.

믿음이 불신으로 전환된 시점부터 영화는 ‘현주’를 피하려는 ‘선영’과그런 ‘선영’의 곁을 돌아다니는 ‘현주’ 간의 긴장감과 공포를 관객이 수동적 체험을 하도록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음향 및 음악 사용과 편집을 통해 섬뜩함을 일으키지만, <김현주>는 그런 관습에 종속되지 않으려고 한다. 알랭 기로디 감독의영화 <호수의 이방인> (2013)처럼 음향과음악을 사용하지 않고, 빛과 어둠의 대비, 그리고 촬영기법만으로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형성한다. 트래킹 숏은 카메라가 멈추는 지점에서 어떤 두려운 대상이 있을지 예상할수 있게 하지만, 관객은 트래킹 숏의 방향을 거스르지 못하며 예정된 공포에 갇힌다. 아울러 <김현주>에서촬영기법은 철저히 계산적이지만, 가끔 숏 안에서 일어나는 대상과 시선의 좌우 운동 및 상하 운동을 지연함으로써리듬을 바꾸고, 예정된 공포와 더불어 예상하지 못한 공포를 경험하게 만든다. 후반부에 ‘선영’은 밤에도자신을 따라다니는 ‘현주’에게 얼마나 솔직하냐고 물으며, 거짓말을 계속하면 도와줄 수 없다고 소리를 지른다. 이애 ‘현주’는 도와달라고 한 적이 없다면서 차갑게 돌아선다. 비로소 본인의 오만함을 깨달은 ‘선영’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린다. 끝으로 영화는 한동안 결석했던 ‘현주’가 오랜만에 등교하는 날로 시간 이동을 한다. 수업 도중에 입실한 ‘현주’는마스크를 벗어서 부은 눈과 터진 입술을 드러내고, ‘선영’은겁에 질려 돌처럼 굳은 채로 서 있는다. 이때 다른 아이들은 ‘선영’이 낸 최단 거리 문제를 풀기 위해 소리를 내며 숫자를 센다. 오름차순으로진행되는 카운팅은 ‘선영’을 압박한다. 영화는 ‘현주’의 초라한몰골이 실제 가정 폭력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여전히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놔둔다. 대신, 심리적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선영’을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경우의 수를 간과하고, 본인만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섣불리 판단하는 오만함을 경고한다.
2) [비정성시] <작년에 봤던 새> (The Bird We Saw Once,2017)
• 연출: 이다영
• 출연: 강진아, 김미진, 조정민, 어성욱
<작년에 봤던 새>는자유의지가 결여된 선택과 이에 관한 씁쓸함을 담담하게 포착한 영화이다. ‘선재(김미진)’는 오랫동안 ‘양수(강진아)’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일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본인이 거주하는 마을이 제주 제2공항 건설지로 선정되어 떠나야 한다. ‘선재’는 ‘양수’와 함께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반대 운동 전단을 붙이고, 다른방법을 강구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원치 않는 변화에 굴복한다. ‘양수’는 임신까지 겹치면서 카페를 정리하고 육지 지역으로 떠나야만 하고, 덩달아‘선재’는 다른 카페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할 처지에놓인다. 만약 스스로 택한 변화였다면, 미래가 지금처럼 불투명하지않았을 테다. 그러나 불가항력적인 변화에 청각 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까지 겹치면서 ‘선재’는 씁쓸함을 느낀다.

<작년에 봤던 새>의카메라는 변화 앞에 무기력해진 두 사람의 모습과 동선을 뒤따른다. 그들의 감정을 또렷하게 보여주고 싶을때 일반적으로 반응 숏을 활용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카메라가 두 사람의 눈이 되어 비가 내리고 안개가낀 제주도의 풍경을 여러 컷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택한다. 절제된 카메라는 풍경들에 담긴 습도와 우중충한분위기로만 두 인물이 어떤 감정 상태에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마을을 떠나기 전 두 사람은 작년에갔던 폐허가 된 초등학교 건물에 간다. 그렇게 하루가 끝난다. 암전후 페이드인과 함께 계절이 바뀐 마을이 나온다. 휑한 나무, 누구도살지 않는 마을, 먼지가 쌓인 ‘양수’의 카페 등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오프닝 시퀀스 때 시점으로돌아간다. 이전 괴괴한 이미지와 달리, 새 떼들이 하천에서유유자적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선재’와 ‘양수’가 떠난 이후장소의 이미지와 이전의 이미지가 충돌하고, 카메라의 담담한 스탠스는 작년에 봤던 새를 더는 볼 수 없음을강조함으로써 상실감을 도드라지게 형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