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의 미술과 몸; 황금마스크, 미이라와 파피루스(papyrus) 회화
고대 이집트는 약 기원전 3200년부터 기원전 332년까지 현재의 이집트 나일강 하류와 수에즈 운하에서 번영했던 문명과 국가를 가리킨다. 고대 이집트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오래되었다고 추측하는 가설도 많기는 하지만 이러한 가설을 제외하더라도 고대 이집트는 가장 오래된 고대국가들 중 두드러지게 화려하고 번성한 문명을 이루었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왕의 무덤이었던 ‘피라미드(pyramid)’ 건축물과 왕을 칭하는 ‘파라오(pharaoh)’의 마스크는 고대 이집트 미술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각인되어 있는데, 이는 모두 왕과 지배 계급을 위한 문화의 산물이었다.
<투탕카멘 왕의 황금마스크>, 이집트, B.C.1361~1342년 추정, 이집트 카이로 박물관
사진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ncient_Egyptian_funerary_practices#Mummification
파라오의 마스크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투탕카멘(Tutankhamun) 왕의 황금 마스크이다(사진 1). 투탕카멘은 기원전 1341년에 태어나 기원전 1323년에 아주 짧은 생을 마감하였으며, 그렇기에 소년 왕으로 알려져 있다. 투탕카멘은 근친결혼으로 태어났기에 면역력이 약하였고 유전병을 앓고 있었는데, 이는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는 금을 비롯하여 터키옥, 청금석, 홍옥수, 가공한 유리 등의 호화로운 보석 및 재료를 이용하여 만들어졌으며, 보석 세공된 상태와 얼굴 형태는 고대 이집트의 다른 시대의 파라오들의 마스크와 비교했을 때(사진 2) 매우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이다. 투탕카멘의 마스크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들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모든 조형적 요소가 합이 맞는 조화미를 갖추고 있어 완벽한 자태를 뽐낸다.
<파라오의 마스크들>, 이집트
Gold masks of King Psusennes, center, and the gold coffin and mummy mask of King Amenemope, from the royal necropolis of Tanis
사진출처: https://www.thecollector.com/ancient-egypt-only-intact-egyptian-pharaohs-tombs-ever-discovered/
투탄카멘 황금마스크의 두건(nemes) 이마 부분을 보면, 독수리 머리와 코브라의 몸통이 붙어 있는데, 이는 각각 남부 및 북부 이집트와 왕을 수호하는 상징물이다. 또한, 그의 양쪽 어깨에는 태양의 신인 호루스(Horus)를 상징하는 매의 머리 모양이 새겨져 있다. 그의 눈을 보면 눈썹은 아치형으로 검고 짙게 그려져 있으며, 눈가에 두껍고 검은 아이라인(Kohl)이 그려져 있다. 이 아이라인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대부분 그리고 다녔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눈이 커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강렬한 햇빛과 벌레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턱을 보면 긴 수염이 달려 있는데 이것은 왕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하여 인조로 부착한 수염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위생을 중요시하여 수염을 포함한 몸의 대부분의 체모를 제거하였기 때문에 인조 수염을 대신하여 달았을 것이라고 한다.
원시시대의 비너스나 사자인간과 비교했을 때, 파라오의 황금마스크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권력자의 머리와 얼굴 형상의 특성을 매우 중요시했다는 것이다. 원시시대의 인간 조형물의 두상에서는 개인의 개별적인 특성을 알 수 있는 표식의 체계를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파라오의 황금마스크에서는 왕이라는 신분의 표식을 위해 특별한 두건이나 관을 쓰고 권위를 위해 얼굴에 긴 수염을 부착하는 등 권력자임을 표식하기 위한 여러 가지 문화적 상징물들을 발견할 수 있으며, 어떤 특정한 개인임을 표식하는 코와 입 형태의 특성들이 드러난다. 더불어 투탄카멘 왕의 황금마스크 얼굴 형태는 그의 실제 얼굴을 본뜬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원시시대의 인간 조형물들은 익명성에 의거하였던 것과는 다르게 고대 파라오 조형물들은 개인성에 의거하였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된다. 다시 말해, 고대 이집트에서는 권력자일수록 개인의 특성을 신체와 함께 표출하고 그것을 기록 및 영구적 조형물로 남기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욱 화려하고 커다란 머리 장식을 했다고 전해진다(사진4).
<투탕카멘 왕의 미이라를 발견하고 있는 하워드 카터>, 이집트, 1925년 사진 컬러 수정본
사진출처: https://www.thecollector.com/king-tutankhamun-tomb/
투탄카멘 왕의 마스크의 용도는 왕의 미이라(mummy), 즉 시신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1925년 고고학자인 하워드 카터((Howard Carter, 1874~1939)가 투탄카멘 왕의 관을 열었을 때, 이 마스크는 왕의 미이라의 머리에 부착되어 있었다(사진 3). 이 마스크를 미이라에서 떼어내기가 매우 힘들어서 결국 미이라에서 머리 부분을 분리하여 떼어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이라는 널리 알려진 대로 오랜 시간 보관되기 위해 가공된 형태의 시신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왕 또는 권력자의 시신을 미이라로 만들어 피라미드에 보존하였는데, 이는 죽은 권력자의 몸의 부활을 기다리기 위해서라고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세가 사후 그리고 부활 뒤에도 지속되기를 바랬고, 그들의 시신은 그들의 염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훗날을 기약하며 미이라가 되어야 했다. 권력자의 시신은 미이라화가 되기 전에 시신의 내부의 주요 장기기관, 심장과 폐 등을 꺼내 작은 항아리에 따로 담았으며, 뇌는 꺼내어 버려졌다고 하는데 뇌를 중요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이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고대 이집트인들은 뇌에 정신이 들어있다거나 뇌가 몸을 지배한다는 등의 뇌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투탕카멘왕 무덤 벽화>, 이집트, B.C.1323~1332년 추정.
사진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Tutankhamun
투탕카멘 무덤의 벽화들을 보면, 다른 문명과는 다른 고대 이집트인들의 인간 몸에 대한 특별한 사유방식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인간의 신체를 표현한 방법에 일정한 법칙이 발견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사진 4). 이는 무덤 벽화가 아닌 파피루스(papyrus) 회화에서도 보이는 표현법인데(사진 5, 6), 이 표현법은 이집트 문명이 지속된 오랜 세월 동안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지켜졌는데, 바로 ‘정면성’의 표현법이다.
<파피루스 회화>, 이집트, B.C.1250년
A funeral procession depicted in the Book of the Dead
사진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ncient_Egyptian_funerary_practices#Mummification
<파피루스 회화>, 이집트, B.C.1300년
The Opening of the Mouth ceremony in the Book of the Dead
사진출처:https://en.wikipedia.org/wiki/Ancient_Egyptian_funerary_practices#Mummification
벽화를 포함한 모든 회화에서 인간의 상반신은 앞, 즉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반면 얼굴과 하반신은 옆면의 형태를 묘사하고 있다. 얼굴은 옆모습을 묘사하고 있지만, 얼굴을 구성하는 요소 중의 눈은 옆면이 아닌 정면에서 바라본 눈의 형태이다. 반면 사슴이나 소 등의 네발로 걷는 동물들은 정면이 아닌 옆모습으로 전체 몸의 형태가 묘사되고 있는데, 동물의 경우도 눈의 형태는 정면에서 바라본 형태이긴 하다(사진 5). 사실 이러한 묘사법은 인체의 형태를 평면의 화폭에서 다각도의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4)와 브라크(Georges Braque, 1882~1963)의 입체파(cubism) 회화작품을 떠올리게 하지만, 입체파가 주는 뒤틀린 기괴한 느낌은 아니다. 그렇다기보다는 그림 속의 인물들이 마치 자신의 인체에 관한 모든 정보를 평면에서 한 번에 보여주고자 허리를 틀어서 어색하게 서 있다는 느낌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 몸의 중요한 특징은 상반신은 정면에서 머리와 하반신은 옆면에서 포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눈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 정면의 형태인 것으로 보아 정면의 눈의 형태가 중요한 정보 및 은유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옆면으로 묘사된 발은 발의 주인이 행할 수 있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방향성을 부여하여 정지되어있는 장면이지만 어느 정도 운동성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인간의 몸을 묘사했던 방법은 실제 우리가 사진이나 멈춰진 시선에서 보는 일정한 인체의 한 측면보다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현대의 우리가 즐겨보는 유튜브 쇼츠영상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시간에 보다 많은 이미지 정보를 제공하는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인간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원하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어지는 칼럼들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미술과 몸, 고대 중국의 반인반수의 형상과 몸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