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켈란젤로, <다비드>, 1501~1504
*선사시대(The Prehistoric Times)의 몸과 미술
; 멧돼지, 인간의 손과 반인반수의 몸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에 의하면, 원시인류가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0만년 또는 500만년 전의 일이다. 원시인류가 돌로 된 도구를 사용했던 최초의 흔적은 250만년에서 260만년 전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인류가 남긴 가장 오래된 구상미술은 약 4만 5000년이 되었다고 추정되는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Sulawesi) 섬에서 발견된 동굴벽화이다. 1)
<멧돼지와 인간의 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동굴벽화의 한 부분, 45000년 전 추정.
사진출처: https://news.artnet.com/art-world/indonesia-pig-art-oldest-painting-1937110#:~:text=Archaeologists%20believe%20they%20have%20discovered,found%20in%20Leang%20Tedongnge%20cave.

술라웨시워티피그 또는 셀레베스위티피그(Sus celebensis)의 이미지, 현재.
사진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EC%88%A0%EB%9D%BC%EC%9B%A8%EC%8B%9C%EC%9B%8C%ED%8B%B0%ED%94%BC%EA%B7%B8
술라웨시의 한 석회동굴에서 발견된 멧돼지로 추정되는 동물그림은 검붉은 황토색 색소를 이용하여 그려졌으며, 동물형상의 왼쪽으로 사람의 손바닥 자국들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멧돼지로 추정되는 이 형상의 길이는 136cm로, 현재도 술라웨시 섬에 서식하고 있는 술라웨시워티피그와 상당히 유사한 모습이다. 현재 술라웨시워티피그의 몸길이가 몸길이는 80~130cm 사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멧돼지 형상은 술라웨시워티피그이거나 그의 선조일 가능성이 크다. 인류학자들은 이 멧돼지를 그린 벽화를 두고서 술라웨시의 원시인류가 삶의 영역이 겹치는 동물의 행동생태에 대하여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온 것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지난 역사 및 인류학적 기록에 의하면, 구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시기의 동굴벽화에는 사냥감이 되는 동물만이 벽화에 나타나고,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에는 농작물, 식물, 해, 달, 별 등 농경과 관련된 주제들이 벽화에 표현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면, 술라웨시에 살던 원시인류는 멧돼지를 사냥감으로 하여 살았고, 그러한 이유로 멧돼지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벽화로 남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할 점은 술라웨시 벽화의 멧돼지 형상은 술라웨시워티피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멧돼지의 형상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생생한 묘사력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멧돼지 몸의 거칠게 난 털이나 몸집에 비해 작은 귀와 가냘픈 네 개의 다리 등 동물의 특징을 언어적 설명 없이도 인지할 수 있도록 그려 놓았다. 마치 이 멧돼지에 관한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처럼. 게다가 바라보는 감상자 시점에서 더 가까운 멧돼지 몸에 달린 두 다리는 나머지 두 다리와 비교해서 더 길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멧돼지의 형상을 그린 원시화가가 공간감을 주는 묘사법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술라웨시 원시인류가 소통했던 구어체적 언어의 존재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여러 사람과 공유할 수 있도록 사물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객관적 시각화하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원시인류의 멧돼지 벽화는 언어적 기능을 일부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주목할 점은 멧돼지 형상 옆에 남겨진 인간의 손바닥 자국이다. 이 손바닥 자국은 현존하는 인류의 몸 일부분의 최초 형상이다. 2) 이 손바닥 모양은 현대 인류가 가진 손바닥의 모양과 거의 동일하다. 다섯 손가락에 검지와 약지가 다른 손가락에 비하여 짧은 것을 보면, 영락없는 사람의 손이다. 침팬지나 원숭이의 손 같지는 않다. 이 손바닥의 크기를 고려하여 이 손바닥의 주인인 원시인간의 키를 가늠해 볼 수도 있겠지만, 멧돼지 형상과 함께 손바닥 형상이 남겨졌다는 사실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가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형 손을 가진 존재가 벽화를 남겼다는 것을 알리고자 손바닥 도장을 남긴 것일 수도 있고, 손바닥 도장을 멧돼지의 크기를 가늠하게 하는 측정의 목적으로 남겼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가설을 통해 완벽한 진실을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시대의 여러 동굴벽화의 형상 및 내용분석과 함께 여러 가지 가설을 가지고 고려한다면, 그 시대의 인간들이 그들의 몸에 대하여 어떠한 사유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냥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의 동굴벽화의 한 부분, 44000년 전 추정.
사진출처: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9/dec/11/earliest-known-cave-art-by-modern-humans-found-in-indonesia
이 멧돼지와 손바닥 형상의 동굴벽화 외에도 술라웨시 섬의 동굴에서 인류 최초의 사냥도가 발견되었는데, 이 그림은 4만 4000년 전 남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사냥도는 인간으로 보이는 8명이 매우 긴 형태의 칼이나 밧줄로 보이는 가느다란 도구를 가지고 멧돼지와 들소 종류와 같은 동물들을 둘러싸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사냥을 하는 인간들로 추정되는 생명체들이 반인반수의 형상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다. 반인반수 형상은 파충류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머리와 꼬리를 지닌 것이 있으며, 새의 부리와 흡사한 것을 가지고 있는 형상도 있다. 이러한 형상을 두고서 멧돼지를 사냥하는 인간들이 동물형상의 갑옷 또는 의상을 입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몸을 가졌던 존재를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3)
<부리를 가진 인간과 동물들>,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의 한 부분, 21000년 전 추정.
사진출처: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signs-of-modern-human-cognition-were-found-in-an-indonesian-cave/
이와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동굴벽화 연구팀은 이 반인반수 형상들이 신화적 존재나 샤머니즘(Shamanism)의 구원자들을 표현한 것이며, 이는 그 시대에 민속 및 종교적 문화가 존재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2만 1000년 전에 그려졌다고 알려진 프랑스의 라스코(Lascaux) 동굴벽화의 일부에서도 부리를 가진 새와 인간의 형상이 섞인 반인반수의 형상과 새로 보이는 형상이 있는 그림이 있다. 이를 두고서 학자들은 샤머니즘적 종교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둔다. 라스코의 반인반수 형상은 동물 옷이나 두건을 착용한 주술사이거나, 혹은 의인화된 동물신이라는 것이다.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술라웨시의 <사냥도>는 사냥을 하는 장면이 아닐 수도 있으며, 주술의식이나 종교적 정신세계의 이야기를 표현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술라웨시 동굴벽화에 대한 이러한 가설들을 뒤로하고, 현재의 우리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술라웨시의 원시인류는 그들의 현실 ‘몸’에 대한 ‘변형’의 사유적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반인반수의 외계인이 원시사회에 어떠한 알 수 없는 경로로 침투했을 아주 작은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어찌 되었든, 원시화가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파충류의 머리와 꼬리를 가진 인간, 새의 부리를 가진 인간을 그렸던 이유는-사냥의 상황을 묘사했던 것인지, 또는 종교적 의식을 표현했던 것인지 간에-현실의 인간형상과 다른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사유를 표출하고, 나가아 몸의 변형을 통해 인간 몸의 한계적 조건을 넘어선 것을 지향하는 것을 표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그리스신화에서 반인반수인 소의 머리를 가진 미노타우로스(Minotauros)와 말의 하반신을 가진 켄타우로스(Kentauros)가 인간의 몸을 가진 존재보다 월등히 강한 육체적 힘이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묘사되는 것과도 연결된다. 중세와 근대 문화에 나타난 흡혈귀와 늑대인간의 맥락도 이와 다르지 않다.
4만 5000년 전 술라웨이 동굴벽화의 손바닥 자국을 통해 우리는 원시인류가 그들 몸의 흔적, 또는 존재의 증거를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으며, 반인반수의 형상을 통해 원시인류가 몸의 변형에 대한 사유의 욕구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욕구는 현대의 인류와도 다르지 않다. 현대의 인간은 낙서를 하거나, 웹상의 플랫폼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남기고 알린다. 또한, 그들은 다른 옷을 갈아입고,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화장을 하거나, 성형수술을 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매일 인간은 변신을 시도한다. (물론 모든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몸을 치장하는 행위를 매일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선상에서 보면, 인간이 그들 몸 존재의 흔적을 남기고, 몸을 변형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 것은 원초적 본능과도 같은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서 미술과 함께 몸에 대한 사유를 더욱 숙고할 수 있다면, 몸과 관련한 인간의 원초적 중심사유를 알아내는데 더욱 가까이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는 술라웨시 동굴벽화 이후 2만 년 뒤의 라스코 동굴의 동물그림과 손바닥 자국(hand stencil)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1) 2017년, 호주 그리피스대학Griffith University)의 한 박사연구생이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Sulawesi) 섬에서 약 4만 5천 년이 된 동굴벽화를 발견하였다. 이것은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져 있던 프랑스의 쇼베(Chauvet) 동굴벽화(29000~32000년 전)와 라스코(Lascaux) 동굴벽화(15000~17000년 전) 보다도 오래된 벽화로 현재 가장 오래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2) 2018년 스페인의 말트라비에소(Maltravieso) 동굴에서 발견된 손바닥 자국(hand stencil)이 66,700년 전 남겨졌다는 연구가 다시 발표되면서 가장 오래된 손바닥 자국의 역사를 갱신하였다. 그러나 손바닥 자국이 인류의 몸 일부분의 최초 형상임에는 변함이 없다.
3) 샤머니즘(Shamanism)은 샤먼(주술사)이 신(God)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대행자와 중재자 역할을 하며 그가 속한 사회의 중심이 되는 원시의 종교체계를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