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tlecture.com/project/4487
예술의 가장 아름다운 특질 중 하나는, 어떠한 사리사욕 없이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의 생계와 관련이 없더라도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고, 조각을 한다. 이것은 과연 우리의 삶과 무슨 연관인 말인가?
우리의 존재 이유는 생계보다 더욱 커다란 의의와 가치를 지닌다. 우리는 비단 이 삶에 먹고 살기 바쁘게 생활하기 위하여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존재 자체를 다시 상기시키고 서로의 영향력 속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마티스는 “내가 꿈꾸는 것은 바로 균형의 예술이다.(What I dream of is an art of balance)" 라고 말했다.
우리가 알건 모르건, 우리를 통하는 에너지는 모든 존재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스스로가 부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에너지를 세상에 방출하면 그것이 도로 본인에게 돌아오기 십상이고, 사랑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세상에 발산하면 그것이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본래 일하는 행위는 세상에 조화를 되돌리기 위한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하고 있더라고 그 일을 통해 이 세상에 신성한 리듬을 되돌리는 조율사라고 생각한다면 언제라도 자신의 완벽한 균형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 모르나 나라마크 시메오나
제 2회 청년작가 전시를 통하여, 스스로의 소명을 다하는 작가들을 추려 서로에게 좋은 영향과 서로의 조화 속에서 아름다운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또한 그들을 통하여 서로 다른 창조력을 공유하고 그럼으로 조금이라도 더 아름다운 물결이 삶을 통하여 흘러나갈 수 있는 바람이다.
이효원
이효원 작가의 작품에서는 섬세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이효원>
무엇인가를 찍는다는 행위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실현시키는 행위이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이 다르다. 한 가지의 사물을 보더라도 누구는 악하고 추하게 볼 수 있고 누군가는 선하고 아름답게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것들은 주관적인 해석일 뿐, 한 가지 사물에서 고정불변하고 절대적인 관념을 지니려 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바라보기 위하여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남겨진 이 짧은 시간 동안 생을 살아간다면 말이다.

<이효원>

<이효원>
일상적인 순간 속 섬세하게 내려앉는 빛, 그리고 여러 로고들이 합쳐져 그 자체로 재미있는 화면을 구성하는 건물의 간판과 커피샵의 풍경들.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거창한 건 없다. 내가 계속해서 보고 싶은 것을 찍는다.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그 사이에 작은 다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사진으로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느낌. 기억에 대한 집착일 지도 모르겠다. 저장하는 수단이 사진이라는 것이 마음에 든다. 다른 수단보다 사실적이고 확실하다. 시간이 지난다고 왜곡되지 않는다. 사진은 정직하다. 때론 사실보다 더 많은 것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누군가에게는 상상을. 온전한 나의 시선이 사진으로 담기길 바란다. 피사체를 보고, 뷰파인더로 보고 난 후 셔터를 누른다. 그 순간이 내 머릿속에 저장된다. 그 과정이 끝난 뒤 현상을 하면 비로소 그 때의 순간을 볼 수 있게 된다. 간단한 듯 간단하지 않은 이 과정은 언제나 설렘과 약감의 긴장감을 가져다준다. 이게 필름 사진의 매력인 것 같다. 평범한 일상도 카메라와 함께라면 조금 특별한 시선을 갖게 된다. “
거리를 걷다가 마음속에 담긴 화면의 전체적인 구상들, 그리고 순간의 아름다움들, 그 날의 아우라와 아주 작은 것에 대한 섬세한 시선들.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하여 사진을 통하여 섬세한 눈길을 바친다.
윤수빈 작가
환경조각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전공을 확장시켜 여러 장르의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참여형 아카이빙 사진 촬영이다.

<윤수빈>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하는 행위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서로의 소통이다. 소통이 되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 안의 작거나 큰 진심을 외면한 채 진행하는 것이고, 본래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잃기 쉽다.
윤수빈 작가는 모델과 함께 다음과 같은 질문을 공유하며 촬영에 임한다.
“<프로젝트에서 촬영자가 제공하는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요즘 생활은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만약 괜찮다면 어떤 점이 괜찮게 도와주는지
괜찮지 않다면, 어떤 점이 괜찮지 않은지
가장 버리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가장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
각자 요즘의 생활을 묻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며 본인의 모습을 다시 고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짓게 되고, 과정을 시각적 이미지로 모델에게 제공하며, 촬영을 종료한다.“

<지휘자였던 태훈씨_ kodak flim_11x13(inch)_2018>
이러한 대화를 이어 나가며, 모델은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고 반복적이고 습관화된 행동과 표정을 촬영자는 행위자의 모든 측면을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촬영자의 시선으로 그 사람의 특정 이미지를 담게 된다.

<울다웃는 윤지_ kodak flim_11x11(inch)_2018>
즉, 행위자의 가장 진솔한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면, 촬영자는 본인의 시선으로 그 행위를 해석하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진실한 시선으로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방식을 담는 것이다.
정영호
우리 내면은 텅 비어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내면의 가장 진실한 형태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여 생각이 만들어내는 잡음을 걷어치우고 아무런 생각도 없는 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사방은 온통 고요로 둘러 쌓여 있다. 그것이 원래 우리의 가장 맑고 향기로운 본모습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기억이라는 요소를 꺼낼 수 있다.
한 가지 순간이 지나가면 그것은 몸의 감각이든, 머리의 잔상이든, 어떠한 심상이든 기억으로 각인된다. 그것은 스스로만 꺼내 볼 수 있고 타인과 함께 공유할 수도 있다.
정영호 작가는 반추상과 추상 작업을 통하여 자신의 기억과 내면 속 심상을 형상화한다.

<loss, 65.1 x 53.0, 캔버스에 유화, 2019>
“추억을 기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사진, 영상, 기념품, 글. 그 중 나는 그림을 선택했다.”
정확하고 명확하게 형상을 재현한 것이 아닌, 마티에르와 굵은 선들의 모호한 표현으로 작가는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기억일 수도, 혹은 슬픈 기억일 수도 있는 표현을 캔버스에 실현시키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vagabond, 50 x 50, 캔버스에 유화, 2019>
작가가 작가 노트에서 말하듯 우리의 인생은 입체적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시각을 지니고 그것은 여러 가지 감정일 수도, 혹은 감흥일 수도, 혹은 잔잔한 파도 같을 수도 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시선과 행위, 그리고 감각과 느낌, 그리고 본질적인 행복 혹은 슬픔 등을 진솔하게 자신의 캔버스 위에 올려놓는 것이 진정한 삶이자 예술일 것이다.

<jugend, 50 x 50, 캔버스에 유화, 2019>
강지혜 작가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의 타고난 감각을 지닌 채 태어난다. 그리고 어렸을 때 아무런 관념 없이 하는 행위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순수한 행위임에 분명하다.
그 순수성을 성인이 되어서까지 간직하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이자 예술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요소 중 하나이다.
강지혜작가는 자신의 가장 깊은 본능에 충실하여 작업에 임한다. 어떠한 미사여구, 언어의 꾸밈 없이 가장 진솔한 방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만들어낸다.

“2019년 나의 최고의 관심사는 나였다. 내가 언제 행복한지 내가 언제 괴로운지 내 속마음이 하는 얘기를 더 잘 듣기로 했다. 예를 들면 직업, 성격, 나이, 유행, 기대, 부담감 등의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내 흐름의 중심을 찾고자 했다.

그림을 그리는 나를 위해 즉흥적인 상황을 만들고 나를 집어넣었다. 그냥 동대문에 가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집어오고 작업실에 돌아와 그 때의 기분에 맞게 붙이고 칠했다. 그동안의 내 페인팅 작업과 마찬가지로 계획하기보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즐겁고 흥미로운 감정으로 만든 작품에는 그 때의 감정이 담겨있다. 그냥 심미적인 것을 쫓는 사람으로 태어난 내가 본능적으로 보기 좋다고 느껴지는 무언가를 만들었다. “

어쩌면 누군가는 가장 진지하고 심각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업을 일구어 나갈 수도 있지만, 본래 우리 가장 깊은 심연 속의 예술을 하는 목표 중 하나는 흥미와 재미, 그리고 삶의 즐거움을 찾아나가는 요소가 포함될 것이다. 작가는 그 삶의 즐거움을 작업을 통하여 진솔하게 표현한다.

강예인
작가는 내면의 여러 심상을 작업에 표현하였다. 그 중 하나가 기억이다.
기억이라는 것은 어떠한 사물이나 사건 혹은 장소 등에 대한 몸과 감정의 반응이다. 기억은 감정과 얽혀 있고 그것은 좋고 나쁨을 구분 짓는다.
기억들은 선명하지 않고 희미하게 본인의 마음속에 잔상으로 남겨있다. 강예인 작가는 기억이라는 요소를 판타지적인 요소와 결합하여 작품에 임한다.

<무릉도원3, 장지에 채색, 46 x 34 cm , 2019>
초기에는 주로 기억이라는 소재, 단편적인 부분에 대하여 창작했고, 더 나아가 꿈과 내면세계로 확장되었다.
(내용 생략)
인간이 겪고 있는 불편한 감정들을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기억이 위로를 해준다고 생각했고 이 현상을 미완성 판타지라고 정의했다. 판타지는 각각의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내재되어있고, 여기서 말하는 판타지는 공상 과학같은 의미가 아니라 희망을 담고 있다. 사람들마다의 꿈꾸는 바가 다름을 인지하고 작가는 기억과 내면세계를 통해 완성에 다다를 수 없는 미완성 판타지를 그려나가고 있다.

<괜찮을 거야, 장지에 채색, 25 x 25, 2018>
즉, 피어오르는 기억과 작가 본인이 상상한 판타지적 요소를 통하여, 몽환적이면서 아름답고 어두우면서도 따스한 빛들을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건이나 형상의 단편적인 모습을 목격할 수 있고, 동시에 작가의 마음 속 순수하고 따뜻한 판타지 또한 읽을 수 있다.

<영원한, 순지에 채색, 73 x 91, 2018>
니름
마음이라는 건 여러 가지를 창조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해석하고, 변형하고, 느끼고, 바라본다. 온전하게 마음이라는 걸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한 욕구는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겠지만, 삶에 대한 열의와 이해를 위함이 아닐까?

<name>
셔터를 누른 지 3년이 되었다. 빛을 이해하려 하던 때를 지나 사람을 이해하려 찍었고, 요즘은 내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느낀 것을 우리는 평생을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그 문장은 나의 세계 안에서만 통용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도 마음 자체를 말 할 수는 없는 법이었고, 나 자신도 말할 수는 없는 법이었고, 나 자신도 마음의 생김새를 온전히 볼 수 없었다. 따라서 누군가를 찍음으로 인해 수많은 세계 속 마음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보고자 하였고 이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 니름 작가노트 중

<공허>
작가의 작업에는 여러 피사체의 여성이 나온다. 꿈속에서 볼 수 있는 몽환적인 장면들,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흐르고 있는 듯한 스토리들.
여러 사람들의 선들이 모여서 매듭을 짓고, 그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공허>
관람자는 그의 작품을 통하여, 텅 비어버린 검정색 사각형의 공간 속에서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되듯, 우리의 마음 속 다양한 요소들의 장면들을 감상하고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사람들이 찾는 어둠>
또한 그의 작업을 통하여 우리는 감각적인 형태의 구성을 통하여 이미지의 재미 요소를 발견할 수 있고, 오감적인 요소를 통하여 여러 형태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