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여기는 사회적 덕목에 반문하며, <사회로부터 탈출해야 할 7가지 이유>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월드 판타스틱 레드 섹션에 초청을 받은 영화 <사회로부터 탈출해야 할 7가지 이유> (2019)는 동명의 연극을 기반으로 에스테브 솔러, 제랄드 퀀토, 그리고 데이비드 토라스 감독이 힘을 합쳐 완성한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7가지 가치로 가족, 연대, 질서, 소유, 노동, 진보, 그리고 헌신이 선택되었으며, <사회로부터 탈출해야 할 7가지 이유>는 이와 같은 가치가 당연하지 않다고 가정했을 때 일어나는 상황을 7가지 에피소드로 엮어낸 블랙코미디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긍정적으로 간주되는 가족의 가치를 반박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무언가를 고백하려는 부모와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아들이 등장한다. 부모는 피임 대신 질외사정을 해 임신을 피하려고 했지만, 의도하지 않게 아이를 낳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부모는 아들을 향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악담을 퍼붓다가 결국 자신들의 손으로 아들을 제거해버린다. 따라서, 이 에피소드는 부모의 충격적인 고백과 아들을 정말로 살해하는 경악스러운 실천적 행동을 묘사함으로써 과연 무조건적 사랑을 베푸는 게 당연한 일인지 반문한다




6. 진보
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우며 사회 전체의 복지를 중요시하는 공리주의 개념과 SNS 중독을 끌고 와 진보의 가치를 논한다.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여성은 무리하게 길을 건너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남성을 우선 공장으로 피신시킨다. 남성은 여성에게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빌지만, 여성은 한 사람 때문에 구급차를 부르면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다른 많은 사람이 불편을 겪을 수 있으므로 강경히 거부한다. 오히려, 여성은 남성이 죽기를 소망한다. 결국 남성이 사망하게 되는데, 여성은 방긋 웃으며 SNS 계정에 남길 셀피를 찍는다. 이를 통해 다수를 위하는 척하며 개인의 편리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이기심을 확인할뿐더러, 사리 분별없이 뭐든지 찍어 올리는 SNS 중독과 인간성 결여를 목격하게 된다.
7. 헌신
마지막 에피소드는 결혼식 소동을 매개로 삼아 긍정적으로만 그려지는 헌신의 가치를 뒤집는다. 혼인서약만 마치면 결혼식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여성은 결혼을 맹세하겠다는 말 대신 오히려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이 남녀 모두에게 공평한지 질문을 던진다. 여러 섹스 체위 중 하나를 예시로 제시하는 건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시선 교환 없이 여성이 일방적으로 남성에게 맞춰야 하는 체위는 부부 관계를 맺었지만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를 요구하는 가부장제를 상징한다. 따라서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헌신이 어떤 관계에서는 일절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사회로부터 탈출해야 할 7가지 이유>는 에피소드마다 흔히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가치 때문에 희생을 당하는 인물을 등장시킨다. 희생된 인물들은 각자 앞에 놓인 문을 열고 사회로부터 탈출하려고 하지만, 문은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이는 이 영화가 선정한 7가지 덕목이 아무런 의심 없이 견고히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그려낸 거로 해석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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