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24 근세시대의 몸(The Body of the Early Modern Era)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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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다비드의 회화에서 남성의 몸은 국가가 요구한 질서와 덕을 구현하는 장치이며, 여성의 몸은 그 질서가 끝내 수용하지 못한 감정과 고통이 머무는 자리이다. 남성에게 침묵과 결단을 요구한 프랑스 공화국과 제국은, 그 이면의 감정을 여성의 몸에 남겨두었다. 그 결과 여성의 몸은 빛 속에 놓여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대신 감당하거나, 때로는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근세시대의 미술과 몸; 다비드 회화 속의 남성적 몸과 여성적 몸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설립된 공화정은 시민에게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덕목을 요구하였다. 특히 강조되었던 것은 덕(vertu)이었으며, 절제(sobriété), 근면(travail), 자기통제(maîtrise de soi) 등 사적인 쾌락을 억제하는 태도들이 시민적 의무로 요청되었다. 독일 작가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가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영웅주의와 시민적 덕목”이라고 언급했던 것에서도 당대 사회가 요구한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프랑스 구체제 말기의 사회는 사적 쾌락과 유희에 기울어 있었고, 공화정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도덕적 긴장을 전면에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당대의 회화에 고스란히 반영되었고, 특히 회화에 나타난 ‘몸’의 형상들은 시대가 요구한 이데올로기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였다.
신고전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48-1825)는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미술을 프랑스 공화국의 정치적 이상과 융합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덕목들을 그의 회화작품으로 번역해냈다. 다비드는 특히 남성과 여성 몸의 역할 분담적 이데올로기를 그의 작품에 시각화하였는데, 남성의 몸은 공적이고 이성적이며 여성의 몸은 사적이고 감정적인 영역에 놓인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남성의 몸은 공화국이 요구하는 몸으로, 여성의 몸은 공화국이 요구하는 것에서 밀려난 몸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은 다비드의 대표작인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1784)이다(그림 1).
그림 1. 다비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Oath of the Horatii)>, 1784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에서 화면의 왼편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들의 몸을 보면, 각자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으며 긴장된 직선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호전적인 태도를 표출하고 있는데, 그들은 같은 사명감을 가지고 비장한 결단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전장에 나가기 직전인 호라티우스(Horatii) 삼형제와 그들의 아버지로 로마 건국 신화에서 그 서사를 가져온 것이다. 로마 왕정 초기에 로마에 인접한 도시인 알바 롱가(Alba Longa)와 로마는 서로 패권을 다투게 되었는데, 양측은 각각 세 명의 전사를 대표로 내세워 결투로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 결투를 위해 로마 측은 호라티우스 삼형제가 선정되었고, 알바 롱가 측은 쿠리아티우스(Curiatii) 삼형제가 선정되었다. 문제는 두 가문이 서로 혼인으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는 것인데, 호라티우스 형제의 한 누이는 쿠리아티우스 형제 중 한 명과 약혼을 한 상태였으며, 호라티우스 형제 중 한 명은 쿠리아티우스 가문의 여성과 결혼을 한 상태였다. 그러므로 이 결투는 국간 간의 충돌이자 가족 간의 전쟁이었다. 다비드가 포착한 순간은 호라티우스 삼형제가 결투에 나서기 직전 국가에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며, 그들에게 있어서 가족이 아닌 국가가 우선시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의 긴장된 직선형의 남성적 몸은 개인의 몸이 아니라 국가에 속한 몸이다. 반면에 우측에 위치한 슬픔에 젖어 구부러진 곡선적 자세를 하고 있는 것은 호라티우스 가문의 여성들의 몸이며,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과는 달리 국가를 앞세우기보다는 개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존재들이다. 이처럼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는 남성과 여성의 몸을 대비시킴으로써, 당시 공화국이 이상화한 몸의 형태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림 2. 다비드, <소크라테스의 죽음(The Death of Socrates)>, 1787
다비드의 또 다른 대표작인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 역시 이상화된 몸을 보여준다(그림 2). 이 그림은 소크라테스(Socrates, B.C.470–B.C.399)가 독이 든 잔을 들이키기 이전의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신을 부정하고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아테네의 시민 배심원단에 의해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도주하지 않고 독이든 잔을 받아들였는데,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의 소크라테스는 노년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직립하는 직선적 몸의 자세를 취하고 있고, 그의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르키며 이성과 진리를 개인의 생명보다 우선시하고 있음을 표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소크라테스의 몸은 철저히 이성적 몸으로 형상화되어 있으며, 이 작품에서 슬픔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적인 여성의 몸은 아예 화면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림 3. 다비드, <아들들의 시신을 받는 부르투스(The Lictors Bring to Brutus the Bodies of His Sons)>, 1789
이러한 경향은 <아들들의 시신을 받는 부르투스>)에서 더욱 극단적으로 나타난다(그림 3). 이 작품은 다비드가 1789년에 완성한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 발발 직후 전시된 그림이다. 이 작품의 배경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기원전 6세기 말, 로마는 폭군이었던 수페르부스(Lucius Tarquinius Superbus) 치하의 왕정을 무너뜨리고 귀족 중심의 공화정으로 이행하였는데, 이 혁명의 핵심 인물은 부르투스(Lucius Junius Brutus)였다. 문제는 폐위된 왕 타르퀴니우스 가문이 복위를 시도하였고 더불어 로마 내부에서 왕정복고 음모가 드러났는데, 그 음모의 핵심 가담자 중에 브루투스의 두 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부르투스는 망설이지 않고 아들들의 사형을 직접 명령하였으며, <아들들의 시신을 받는 부르투스>는 집행관들이 막 처형된 두 아들의 시신을 들고 부르투스의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브루투스는 어둠 속에 앉아 있는데, 몸은 굳어 있고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는 울지도 쓰러지지도 않는데, ‘아버지’가 아니라 ‘국가’의 몸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빛 속에 섬세하게 묘사된 그의 아내와 딸들은 몸을 움츠리고 팔을 벌리며 통곡과 절규에 빠져 있는데, 여기서 여성의 몸은 약자이자 국가 폭력의 결과를 떠안은 존재로 드러난다.
그림 4. 다비드,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Napoleon Crossing the Alps)>, 1801
1801년에 완성된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에서 남성적 몸은 더욱 이상화된다(그림 4). 이 작품에서 나폴레옹의 몸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작품의 화면에서 보이는 나폴레옹의 모습은 바람을 통제하고 있는데, 말에게는 영향을 주는 바람이 나폴레옹의 몸에는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 설명하자면, 화면에 나타난 거센 바람은 말의 갈기와 망토의 끝을 휘날리게 하지만, 나폴레옹의 몸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유지하고 있다. 다비드는 이 작품에서 남성의 몸을 신화적이고 초인적인 몸으로 형상화하고 있으며, 더 이상 윤리나 고통으로 설명되지 않는 권력의 몸 그 자체로 나타난다. 여기서 여성의 몸은 완전히 부재하고 있는데, 초월적 남성의 몸은 더 이상 타자의 몸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비드의 회화에서 남성의 몸은 국가가 요구한 질서와 덕을 구현하는 장치이며, 여성의 몸은 그 질서가 끝내 수용하지 못한 감정과 고통이 머무는 자리이다. 남성에게 침묵과 결단을 요구한 프랑스 공화국과 제국은, 그 이면의 감정을 여성의 몸에 남겨두었다. 그 결과 여성의 몸은 빛 속에 놓여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관객의 시선을 대신 감당하거나, 때로는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도 근세시대의 몸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번 칼럼의 일부 정보는 ‘캐롤 스트릭랜드의 <<클릭, 서양미술사>>를 참고하였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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