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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학문간 교류 -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미국 암트랙 프로젝트) | ARTLECTURE

소통과 학문간 교류 -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미국 암트랙 프로젝트)

-Part 2. 공동체 예술의 사례 -

/Art & Life/
소통과 학문간 교류 -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미국 암트랙 프로젝트)
-Part 2. 공동체 예술의 사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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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지구화 시대의 예술가 공동체는 견고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예술가 공동체가 취약하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 기반으로 결속된 공동체는 느슨하게 그러나 끈끈한 연대를 유지한다. 이러한 예술가 공동체는 유동적이고, 일시적이며,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접속 가능하기도 하며, 때로는 가상의 상상적인 유기체와 같은 공동체가 그 정체성을 지켜주기도 하는 듯하다. (1)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은 2005년 9월 13일부터 21일까지 7박 8일 동안 미국의 암트랙(Amtrak)에 흰 천을 씌운 열차가 미국 대륙을 횡단했던 움직이는 설치미술 프로젝트였다. 이 열차의 탑승객은 작품의 일부가 되었고, 달리는 열차 안에서는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심포지움이 열렸다. 故전수천 작가의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고, 언젠가는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가 남북-시베리아 대륙을 가로지르기를 꿈꾸어 본다면, (2) 이동성과 우연이 교차하는 무빙 드로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유효한 프로젝트이다.

Prologue : 긴 세월 내게 불었던 바람_움직이는 드로잉 

선로가 교차하는 철길 위, 지원금을 얻기 위해 헤매던 기억, 작업에 대한 열정으로 쫒아 다녔던 현지답사, 암트랙과의 어려웠던 계약, 사람들의 격려와 비판. 진행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와 헤프닝······, 이 모든 것이 내게 불었던 강한 바람이었던 것 같다. 

_2006년 여름 끝에서 전수천 (3)



세인트루이스 등을 지나 18일 저녁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도착했다. 이 열차는 7박8일간 미국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 로스앤젤레스까지 5500㎞를 가로질러 순백의 선을 긋는 드로잉 붓이 되어 문명간 상생과 화합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하게 된다. (4)



이 글은 <지구화 시대의 공동체 예술>이라는 대주제 아래 공동체 예술의 사례를 다루는 첫 번째 글이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드로잉”이란 무엇인가? 나아가 “예술가 공동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은 이 모든 물음에 명확한 답을 한다기보다는 끊임없이 질문을 생산해내는 ‘황당함’에 가깝다. (5)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는 정체성과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양산한다. 열차에 흰 천을 씌운다는 것이 여전히 한국인의 정체성과 연결이 되는가?  프로젝트 기금의 책무성(accountability)은 어떻게 설명 할 수 있는가? (6) 기차를 타는 것이 어떻게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오늘날 현대미술의 재료와 방법들은 일반적인 상식선을 훨씬 초월한다. 



하얀 천으로 감싼 미국 대륙횡단 열차. 14일(현지시각) 미국 동해안 뉴욕을 출발시키고 시카고,

세인트루이스, 앨버커키 등을 거쳐 서해안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하는 8일간의 여정이다. (7) 




예를 들어, 안드레 세라노(Andres Serano)의 오줌 예수(Piss Christ)에는 사람의 오줌이 사용되고,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의 작품에는 코끼리의 똥이 등장한다. 빛과 공간도 미술작품의 재료가 된다. 홀리스 프램튼(Hollis Frampton)은 2012년 뉴욕에서 열린 강연에서 강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청중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다. 이는 빛을 상상하게하기 위한 의도이다. 프램튼의 강연에서 어둠속 한 줄기 빛은 사각형이 되고, 프로젝터로부터 스크린에 투사된 빛은 네모난 빛의 공간이 된다. (8) 리차드 롱(Richard Long)에게 자연 속에서 ‘걷기’는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외에도 공기, 온도, 습도, 천, 비닐, 연기, 중력, 에너지, 호흡, 심장 박동과 같은 것도 미술작품의 재료가 된다. 


천은 크리스토(Christo Vladimirov Javacheff)의 대지미술 프로젝트에서 건물의 외벽과 자연속의 구조물들을 포장하는 재료가 되었다.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에서도 흰 천은 암트랙 기차를 포장하는데 사용되어 장소특정적 내러티브를 이끌어낸다.  


전수천_MOVING DRAWING 일정 (9)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은 7박 8일 동안 미대륙을 달리며 열차는 장소적인 사회관계망 안으로 진입하여, 작가의 작품의 제작 동기와 문화적인 내러티브와 함께 여러 학문 간의 크로스 오버를 시도한다. 열차 안에는 국내에서는 사진평론가, 미술비평가, 동양학자, 기자 등이 동승했고, 시카고대학 미술사 교수 윌리엄 미첼, 비평가 프란시스 리차드, 캔자스시티대 존 폴츠 교수가 심포지엄네 참여해 인류의 환경과 문화 생태 문제와 ‘움직이는 드로잉’이 상징하는 것에 관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10) 


열차 안의 참가자들이 생산해내는 내러티브에는 각자의 개인의 이야기들에서 부터 특정 지역의 역사와 문화와 기억에 관한 것들. 환경 위기나 전지구적 위협에 관한 경고들, 정체성의 장소 개념이 포함되었다. (11)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전수천 작가의 고민이 함께 했다.  


전수천 작가는 무빙 드로잉 프로젝트의 예술개념에 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예술가가 제각기 만들어내는 예술개념. 움직이는 드로잉의 예술개념을 정의하라면 나로서는 내놓을 수 있는 답이 바로 이것이다. 움직이는moving 예술개념.” (12)  



Cumberland, Pittsburgh, Cleveland에 이르는 풍요로운 숲 속의 구릉은

서부 사막과 대조적으로 섬세한 자연의 모습을 드로잉 선과 함께 보여주었다. (13)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를 응원하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참여했던 모든 이들은 이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무빙 드로잉 프로젝트가 2005년에 있었으니,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이 프로젝트를 알게된 이들이 있다면 그들 또한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대륙을 횡단했던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의 후속 작으로 언젠가는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열차를 꿈꾸어 본다면,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이 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움직이는 드로잉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한 지구화 시대의 움직이는 열린 공동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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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1) 상상의 공동체 개념과 공동체에 관연 역사적 계보에 관해서는 다음 참고. 

앤드류 링클레이터, 전재성 옮김. “지구화 시대의 정치 공동체의 변환”, 『세계정치론』, 을유문화사. 2015, 650-667쪽.

2) 전수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시공사, 2006, 188쪽. 전수천의 이번 프로젝트가 반복될 수 있는 기회가 남북-시베리아에 대륙횡단에 있기를 꿈꾼다는 정연심의 글에서 인용.

3) 전수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시공사, 2006, 13쪽.

4) 사진 출처, “화가 전수천씨 ‘드로잉 열차’ 미국횡단”, <한겨레>, 2005.09.19.,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65276.html#ace04ou

5) 전수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시공사, 2006, 80쪽. ‘황당함’은 무빙드로잉 열차에 탑승했던 미술평론가 김복기의 ‘이런 황당함이 만들어내는 역사가 20세기 이후의 미술이라고’ 한 말에서 인용.

6) 책무성(accountability)은 책임(responsibility)과는 다른 개념이다. 공공기금으로 수행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이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사업의 진행과 결과 전반에 걸친 “책무성”에 대한 설명을 필요로 한다.  

7) “뉴욕발 '한민족 기차' 전수천씨 '움직이는 선 프로젝트' 미횡단 시작”,<조선일보>, 2005.09.15.,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5/09/15/2005091570414.html?outputType=amp

8) Hollis Frampton, “A Lecture,” On the Camera Arts and Consecutive Matters : The Writings of Hollis Frampton, ed. Bruce Jenkins (Cambridge, MA: MIT Press, 2009), pp. 125-130.

9) 사진 출처, “[미술]전수천씨 美 철도횡단 프로젝트 동행記”, <동아일보>, 2005.09.20.,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050920/8229803/1

10) 전수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시공사, 2006, 128쪽.

11) 권미원,  「장소  특정성의  계보」,  『장소  특정적  미술』,  김인규,  우정아,  이영욱  옮김,  현실문화, 2013, 25-55쪽.

12) 전수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시공사, 2006, 176쪽.

13) 사진 출처. 전수천, 「전수천의 움직이는 드로잉」, 시공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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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유승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