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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7 르네상스의 몸(The body of the Renaissance) | ARTLECTURE

No.17 르네상스의 몸(The body of the Renaissance)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

/Artlecture/
by Celest
No.17 르네상스의 몸(The body of the Renaissance)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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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어느 예술가보다 인간의 몸에 관한 진지한 탐구를 하였으며, 몸의 해부학적 지식을 그의 작품 창작을 위한 근본으로 삼았다. 다빈치는 30구가 넘는 시체들을 해부하였는데, 몸 내부의 각 기관의 기능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생명의 근원과 자연의 원리에 관한 것들을 밝히고자 하였다.

*르네상스의 미술과 몸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해부학 노트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는 대략 14세기 후반부터 17세기까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이루어진 문예 부흥의 시기를 말한다르네상스인들은 중세 기독교 문화에서 탈피하여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인본주의 문화의 부흥을 꿈꾸었다그들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인간의 몸을 세계를 인식하는 기준으로 삼았으며이러한 흐름에서 르네상스의 3대 화가들로 잘 알려진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da Urbino, 1483-1520),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을 포함한 한 르네상스 예술가들은 몸과 몸에 관한 해부학적 지식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였다이번 칼럼에서는 다빈치가 남긴 인체 및 해부학 드로잉 및 노트와 관련하여 몸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사진 1).

 


<사진 1> 레오나르도 다빈치비트루비우스의 인간, 1492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Vitruvian_Man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간(Vitruvian Man)>은 르네상스 시대 인간의 몸에 관한 관념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드로잉이다(사진 1). 이 드로잉은 르네상스인들이 이상으로 삼은 균형미 있는 인간을 구현한 것으로기원전 1세기 고대 로마에서 활동했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Marcus Vitruvius Pollio)가 고대 그리스 조각가 폴리클레이토스(Polycleitos)의 카논(canon)에서 발전시킨 인체 비례를 참고하여 그려졌다비트루비우스는 10권으로 구성된 그의 저서건축술(De Architectura)에서 아름다움은 인체의 조화로운 비례에서 나온다고 언급하였으며몸의 수학적 이상적인 비율을 건축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이러한 맥락에 따라 다빈치는 몸의 비례가 자연과 우주의 수학적 질서와 일치한다고 생각하였다.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에서 인간의 몸을 둘러싸 그려져 있는 정사각형은 물질적 차원을 뜻하며 원은 정신적 차원을 상징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데다빈치가 인간이 물질적 정신적 두 차원의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하여 그렸다고 보고 있다또한정사각형은 지구그리고 원은 우주를 상징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1522년 마젤란 일행이 세계일주에 성공하면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였는데다빈치가 이 드로잉을 그렸을 시점에는 지구가 사각형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어느 예술가보다 인간의 몸에 관한 진지한 탐구를 하였으며몸의 해부학적 지식을 그의 작품 창작을 위한 근본으로 삼았다다빈치는 30구가 넘는 시체들을 해부하였는데몸 내부의 각 기관의 기능을 분석하는 것보다는 생명의 근원과 자연의 원리에 관한 것들을 밝히고자 하였다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노트 도입부에서 다빈치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사진 2).

 

이 작업은 인간의 개념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 그리고 자궁의 본성을 밝히고아기가 어떻게 그 안에 살며어느 정도까지 그 안에 머무는지아기가 생명과 양분을 얻는 방법성장과 성장의 각 단계들 사이에 놓인 시간적 간격그리고 아기를 어머니 몸에서 밀어내는 것은 무엇이며어떤 이유에서 아기가 때가 되기 전에 어머니 자궁에서 밖으로 나오는지 등을 서술하여야 한다. ... 그리고 나는 인간의 4가지 보편적인 상태를 설명하려고 한다그것은 다음과 같다첫째 환희여러 가지 웃는 동작과 웃음의 원인을 서술한다둘째 여러 가지 원인에서 나오는 다양한 방식의 울음을 서술한다셋째 죽임싸움두려움잔인함대담살인그밖에도 비슷한 상태에 맞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다툼그리고 넷째 끌기밀기운반하기멈추기받치기 등의 일을 서술한다그런 다음 태도와 동작을 서술한다.”

 


<사진 2> Leonardo da Vinci: pen-and-ink studies of human fetus Human fetus, pen-and-ink studies by Leonardo da Vinci, 1510.

출처: https://www.britannica.com/biography/Leonardo-da-Vinci/Anatomical-studies-and-drawings

 


다빈치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그에게 있어 해부학이란 단순히 몸의 기관이 어떤 기능을 실행하는지 분석하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그것을 넘어서서 인간의 본성과 보편적 성질을 연구하려는 학문이었다무엇보다도 다빈치는 인간의 몸을 형성하고 움직이게 하는 영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해부학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였다그는 인간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 다음을 언급하였다.

 

영혼은 모든 감각들이 한데 모이는 곳에 있으며공감각실이라 불리는 판단 영역에 자리잡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처럼 신체 곳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다빈치의 의견은 고대 그리스와 중세 시대의 관념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고대에는 인간의 뇌에 3개의 방이 있으며 다섯 가지 감각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수집실(imprensiva)’, 수집실로부터 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성상상력지능이 있는 공감각실(sensus communis)’, 기억을 저장해두는 기억실(memoria)’로 구성된다이와 크게 다르지 않게 중세의 관념에서는 뇌에 5개의 방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본 칼럼 시리즈의 No.11 참고)다빈치는 이러한 맥락을 따라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었으며뇌에 위치한 공감각실에 영혼이 거처한다고 보았던 것이다그러나 엄밀히 말하면해부학을 통해 다빈치는 영혼이 위치한 자리를 파악했다고 볼 수는 없다그 대신에 그는 뇌와 신경 구조가 어떻게 서로 엮여 작동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사진 3> Man's shoulders and neck 1510. (s) Pen and Ink Royal Library, Windsor Castle

Arm and shoulder. (s) The muscles of the right arm from the front.

출처: https://www.italian-renaissance-art.com/leonardo-drawings.html


 

다빈치는 예술가적 입장에서 인체의 근육에 대한 관찰과 묘사에 관심을 두고 드로잉과 그에 관련한 메모를 많이 남겼는데특히 근육과 뼈가 어떠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인체의 외부로 드러나는지 알고자 하였다무엇보다도 팔 근육의 해부학적 드로잉이 주목할 만한데거의 전방위에서 팔의 근육들을 묘사하였다(사진 3)이러한 팔 근육의 구조에 대한 숙지는 팔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떠한 동작을 취할 때 인체의 표면에서 어떻게 근육들이 구성되어 나타나는지 과학자처럼 인식하게 하여 다빈치가 작품을 창작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그는 인체의 움직임을 이전 시대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인간 몸의 생동감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심혈을 기울였다.

 


<사진 4> Anatomy of the eye, a section of a man's head. Red chalk, pen, and ink. Royal Library, Windsor Castle; Studies of the heart of an ox, 1513

출처: https://www.italian-renaissance-art.com/leonardo-drawings.html


 

다빈치의 해부학 노트가 인류사에 있어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이유는 이 노트를 통해 그가 인체에 관련하여 고대와 중세의 지식과 관념을 기반으로 출발하여 기존의 잘못된 오류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냈기 때문이다그 중 대표적인 오류발견은 눈에 관련한 것이다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은 눈에서 입자들이 방출되어 물체들에 닿고 그것이 다시 눈으로 돌아오면서 세계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였는데이러한 생각은 다빈치의 시대까지 지속되고 있었다그러나 다빈치는 이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으며눈에서 방출된 입자들이 물체들에 닿아서 눈으로 돌아온다면 그 돌아오는 시각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논리에 의하여 세계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였다.

 

또한다빈치는 눈의 신경이 눈의 뒤쪽에 있으며 뇌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최초로 발견하였다(사진 4)고대에는 눈과 뇌에 어떠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알지 못하였지만다빈치는 눈의 신경과 뇌가 연결된 구조를 자세히 그려내어 그 관계를 설명하였다더불어 심장을 관찰한 다빈치의 드로잉과 노트를 보면심장은 발열하는 연소기관이고 폐는 냉각기관처럼 간주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혈액이 순환하며 에너지를 전달하여 인간이 움직일 수 있다고 보았다이는 현대의학적 시점에서 보면 오류가 있는 사실을 포함하고 있지만 혈액이 순환한다는 사실에 대한 발견은 상당히 시대를 앞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안타까운 것은 다빈치의 인체 해부드로잉과 메모는 개인적인 기록으로만 남았다는 사실이다교회와 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다빈치는 그의 노트를 좌우를 뒤집은 문자로 기록하였으며그의 해부학 노트를 출판하지 못했다(출판계획은 있었으나 무산되었다). 다빈치의 사후 그의 해부학 노트는 몇몇 사람을 거치다가 1796년 일부분이 출판되면서 그 존재와 가치를 각인시켰다그러나 이미 벨기에의 의학자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 1514-1564)에 의해서 해부학의 혁명적인 전환점이 된 책 인체해부학 대계(De humani corpois fabrica libri septem)’가 출판(1543)되고서 한 참 뒤의 일이라 다빈치의 몸에 관한 혁신적인 관찰은 의학계에 기여할 수 없었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베살리우스의 해부학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의 몸과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번 칼럼의 일부 정보는 홍덕선박규현의 <<몸과 문화>>, 2016’과 마이클 화이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최초의 과학자>>, 2003‘을 참고하였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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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Celest_시각예술가로 활동하며 예술철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