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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나요? | ARTLECTURE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나요?

-수전 손택과 지그문트 바우만을 통해 본 현대 사회-

/Insight/
by 학연
무엇을 위해 사진을 찍나요?
-수전 손택과 지그문트 바우만을 통해 본 현대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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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는 말의 의미는 이제 몇십 년 전과 달라졌다. 지나가 사라져버리는 순간들을 붙잡으려 셔터를 누르던 그 시절과 지금의 사진은 완전히 다르다. 그 언젠가의 사진은 과거를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면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어대는 사진은 사진을 찍기 위한 사진에 더 가깝다. 매일 매분 매초 생성되는 디지털 이미지들은 어딘가에 전시되지 않고서야 다시 주목받을 일도 잘 없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눈앞의 현실을 세세하게 아카이빙 하려 하지만 이 모든 데이터들의 가치의 총량은 그대로인 듯하다. 데이터의 양과 개별 데이터의 가치는 반비례하는 것이다. 조만간 ‘0’에 수렴할지도 모른다.

경험의 파편화

 

사진은 본래 경험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이 사진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았는가? 여행을 가서 풍경을 즐기기보다 사진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 된다. 바디 프로필 촬영을 위한 운동, 여행, 심지어는 사랑을 서약하는 결혼식마저도 사진을 위한 이벤트로 변질되었다. 공유하고 자랑하지 않을 경험의 가치는 어디로 갔을까.

 

결혼식이라는 개인적인 행사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는 이제 결혼식에서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고, 하객들과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SNS에 올릴 멋진 이미지를 위해 모든 요소를 계획하며 거액을 지불한다. 이런 개인적인 일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행사들조차도 사진이나 영상이 목적이 되기도 한다.

 

기술 복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전에 녹음된 음원을 언제든 원할 때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으니 오히려 라이브 공연의 가치에 주목한다고들 하지만, 막상 공연에 가보면 관객들은 내가 늘 듣던 음악을 눈앞에서 실제로 연주하거나 노래하고 있는 가수를 맨눈으로 보기보다는 카메라로 담기 바쁘다. 사진으로만 접했던 예술 작품을 직접 관람하러 미술관에 갔을 때도 현장에서의 경험보다는 사진으로 남기는 문화가 더 지배적이다.

 



 

수전 손택(Susan Sontag) - 사진과 경험

 

스마트폰이 등장하여 지금과 같은 세상이 되기 한참 전인 1970년대에 이미 사진 철학자 수전 손택은 그의 책 『사진에 관하여』에서 사진이라는 도구의 속성에 대해 간파했다. 그 당시의 사람들도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여행 사진을 찍는 일에 익숙했다. 사람들의 일상이 경험 대신 사진이 목적이 되는 일들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을 손택의 글에서 알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경험을 증명해 주는 방법이기도 하지만경험을 거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사진으로 찍기 좋은 것들을 찾아다니는 일만을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나 경험을 일종의 이미지일종의 기념품과 맞바꿔버리려고 하게 되니 말이다그러니까 여행이 고작 사진을 모으는 수단이 되어버리는 것이다사실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여행 도중 흔히 격해질지도 모를 혼란스러움을 진정시켜 주고 완화시켜 주는 활동이다여행객들은 카메라를 꼭 들고 가야 된다고 생각하며여행 중 마주치는 것에는 모두 주목하려고 한다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사진을 찍어댄다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경험에 형태를 부여하는 것이다멈춘다사진을 찍는다그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 (사진에 관하여, 26)


게다가 우리는 사진을 가지고 조작된 현실을 만들고 조작된 현실을 보며 조작된 현실 속에서 살아간다. 손택은 사진이 세계를 파편화하여 기록함으로써 현실을 재구성하고 소비하게 만드는 도구가 되었다고 보았다. 찰나에 지나가버렸을 순간을 포착해 원할 때 언제라도 꺼내 볼 수 있게 만들고, 이것을 소유할 수 있다는 감각을 갖는다.


사진은 다양한 형태의 소유이다우리는 사진이라는 대용품을 통해서 소중한 사람이나 사물을 소유하는데이런 소유 방식 덕택에 사진은 독특한 오브제로서의 성격을 띠게 된다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일부 경험했든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든 어떤 사건을 소비하기도 한다이런 소비에 길들여진 탓에 우리는 경험(직접 겪었는지 전혀 못 겪어본 경험인지)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사진에 관하여, 222)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 유동화된 현대 사회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그의 책 『액체 근대』에서 현대 사회의 유동적인 성질에 대해 설명한다. 모든 것이 가벼워지고 언제든 재조립될 준비가 되어 있는 현대에는 과거의 견고했던 사회적 구조가 이제 어디로든 흐를 수 있는 액체처럼 변했다. 바우만은 현대 사회에서 속도와 유동성이 가치를 결정하며 이로 인해 개인의 정체성과 관계도 점점 더 유동적이고 일시적인 것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이 내용은 앞서 서술했듯 사진이 현대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게 된 것과도 연결된다. 디지털 이미지와 데이터는 끊임없이 생산되지만 그 개별적인 가치는 빠르게 소멸한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조차도 일시적이고 비공식적으로 변화했다고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순간도 사진으로 남기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시대다. 사진과 데이터는 과거를 회상하는 도구라기보다는 현재의 존재를 증명하고 불안을 완화하는 장치가 되었다.

 

바우만은 이러한 변화를 소비주의와 연결 짓는다. 현대 사회는 모든 경험과 관계를 상품화하고, 이것으로 인간의 불안을 잠시 덮어줄 수 있는 소비 가능한 대상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증거 집착이 궁극적으로 우리의 불안을 해소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증거를 위한 경험

 

사진은 본래 지나가 사라질 순간을 붙잡으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사진은 경험의 보조가 아니라 목적이 되었고, 경험은 점점 사진과 데이터 속으로 축소되고 있다. 수전 손택은 사진이 현실을 가리고, 경험의 깊이를 얕게 만든다고 비판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의 유동성이 경험과 관계를 더 불안정하고 일회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분석한다.

 

사진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현대 사회의 이러한 특성은 사실 사진뿐만 아니라 많은 영역에서 볼 수 있다. 이력서나 서류로 남는 무언가, 숫자로 환산되는 무언가, 증거비교를 위해 많은 것들이 변했다. 삶의 수많은 가치들과 경험들이 이제는 증거로 남거나 숫자로 정량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스스로의 모습과 경험을 파편화하여 전시하고 끊임없이 어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데이터가 된다.

 

1.44MB 짜리 얇은 플로피 디스크에서 시작해 2GB 정도의 USB를 거쳐 기본 1TB의 외장하드, 이제는 북극에서 열을 식히며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데이터 센터에 정보를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비롯한 각종 데이터들로 우리는 모든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이 기록들로 무엇을 붙잡으려 하는가? 경험이라는 것의 본질 자체를 달리 해석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일까?

 

 

참고 자료

수전 손택, 『사진에 관하여』, 2005, 이후

지그문트 바우만, 『액체 근대』,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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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학연_예술과 사람과 세상에 진심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