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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시선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 ARTLECTURE

어린이의 시선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Site-specific / Art-Space/
by 유빈
어린이의 시선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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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어린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이번 원고에서는 국립춘천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을 중심으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의 의미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어린이박물관에서 성인 관람객을 위한 새로운 관람법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어린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국립 기관을 다니다 보면 어린이박물관이라는 존재를 당연히 눈치챌 수밖에 없다국립중앙박물관은 물론이고국립한글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등 많은 국공립 기관에서는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을 위한 별도의 특화 전시 공간을 마련해 놓고 있다하지만 소수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며어린이를 동반하지 않을 시 관람이 불가하기에 미혼의 20·30세대가 어린이박물관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주 운 좋게도 국립춘천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재개장 프리뷰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이번 원고에서는 춘천 어린이박물관의 사례로 어린이의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의 의미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시그니처 유물을 활용한 어린이 특화 콘텐츠

 


영유아 공간 아장아장 박물관 첫걸음 포스터 ⓒ국립춘천박물관

초등학생 공간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 포스터 ⓒ국립춘천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0~3세의 영유아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아장아장 박물관 첫걸음과 초등학생을 위한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의 두 공간에서 개편이 진행되었다특징적인 것은 두 공간 모두 국립춘천박물관의 시그니처 유물 5점을 선정하여 이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다채로운 체험과 활동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먼저영유아 및 가족 공간인 아장아장 박물관 첫 걸음’ 공간에서 어떻게 유물을 어린이의 시선으로 해석했는지를 알아보자아장아장 박물관 첫 걸음은 지난 8월 개편이 마무리되어 이미 운영되고 있던 공간으로필자가 방문했을 때에도 많은 아동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이용하고 있었다아장아장 박물관 첫 걸음에서는 국립춘천박물관의 대표 유물인 나한상·토기··보살상·탑을 활용해 여섯 가지의 체험 섹션을 구성하였다.

 



 

강원도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 속을 누벼요’, 나한상처럼 망토를 두르고 사진을 찍어보는 짜잔 변신해요!’, 강원의 토기를 직접 조립해 보는 무늬를 만들어요’, 종 모형의 공간에 들어가 종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소리로 느껴요’, 옛 절터 보살상을 직접 쿠션으로 쌓아보는 조각들을 쌓아요’, 색상과 크기가 가지각색인 유물을 나만의 분류법으로 섞어보는 자유롭게 나누어요까지 전시실에서 처음 만나면 재미없다고 느꼈을 만한 유물을 저마다의 콘텐츠로 색다르게 제시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국립춘천박물관이 영유아 전시 공간을 구상할 때 아기들은 박물관을 어떻게 인식할까요?’라는 의문점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국립춘천박물관의 학예 연구진은 아기들이 박물관을 경험하고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의 모습을 사려 깊게 고민하며 아기의 대·소근육을 활용한 특화 공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래서 나한상과 함께 사진을 찍고쿠션으로 토기를 조립해 보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전시 감상이라는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국립춘천박물관의 아장아장 박물관 첫 걸음은 놀이의 형식으로 박물관에 첫 걸음 하는 순간의 경험을 설계하여이후 아기가 성장해서 상설전시실로 걸음을 돌리게 될 미래의 순간까지 긍정적인 감정을 연속적으로 고안한 연결의 공간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와 유사하게 어린이박물관의 핵심 공간이자 지난 11월 26일 재개장한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 역시 시그니처 유물을 활용해 어린이의 박물관 경험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었다.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는 강원의 다섯 가지 문화유산을 어린이박물관의 전시 주제로 설정하여디지털과 아날로그가 혼합된 방식으로 문화유산의 가치와 어린이 스스로가 이를 공유할 수 있게끔 공간을 설계하였다.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에서 활용된 유물은 창령사 터 나한상금강산 그림그릇선림원 동종채집 도구의 5점으로국립춘천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외 강원의 문화유산을 전반적으로 포괄하는 유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전시의 포문을 여는 메인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어린이의 시선과 눈높이에 맞춘 친절하고 상냥한 전시 소개를 따라 읽다 보면, ‘이렇게 즐겨요라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이런 지점이었다아이들의 발달 과정과 흥미 요소에 맞게 전시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어떻게’ 어린이박물관을 즐겨야 하는지또 어떻게’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아장아장 박물관 첫 걸음과 같이 강원 문화유산 모두 모여라!’ 역시 5가지의 유물을 활용한 다섯 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기쁨·슬픔·놀람·두려움·화남의 표정을 나한상으로 만들어보는 내가 만드는 표정’, 조선시대 정선의 금강산 그림을 탐색해 보고 나만의 여행 기록을 남기는 내가 그리는 금강산’, 청자와 백자 등 다양한 그릇의 제작 과정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내가 만드는 그릇’, 선림원 동종의 소리를 청각과 촉각으로 느껴보는 내가 살리는 종소리’, 돌칼갈판갈돌 등의 도구 모양을 한 플라스틱 볼로 곡식을 추수해 보는 나는야 최고의 채집가가 메인 전시 콘텐츠로아이들의 관심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재치 있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단순히 전시 콘텐츠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전시실 기획이 한정되었다면어린이박물관의 큰 목표인 문화유산의 가치와 아이 스스로가 이를 연결해 보는 영역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춘천 어린이박물관은 전시실 중간중간에 어린이들이 박물관 경험의 목표를 계속해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패널을 배치하여단순히 조작하는 차원의 체험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탐색하고선택하고표현하며 전시를 감상하게 유도하였다그리고 전시의 아웃트로에 이를 한 번 더 강조하며 어린이박물관을 통해 박물관 전시를 재밌게 경험하고이곳에서의 긍정적인 감정을 실제 전시실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린이의 전시 감상을 돕는다는 것은

 

보호자님께’ 전시 패널 필자 촬영

 

 

이런 맥락에서 또 하나의 재밌는 지점을 어린이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얼핏 보기에는 일반적인 전시 패널이지만자세히 들여다보면 보호자님께라는 지칭 대상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어린이박물관에서는 어린이와 동반한 보호자에게 어린이가 전시를 감상하는 데 있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향을 부탁 내지는 권장하고 있다이처럼 감상의 방향을 제한하는 패널은 일반 전시실에서 찾아보기 힘들기에해당 패널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어린이의 전시 감상만을 돕기 위한 장치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여러 개의 패널을 반복해서 발견하고 보호자에게도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들로 확장되는 내용을 보며오히려 어린이박물관의 이런 장치가 일반 전시실에도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점을 가지게 되었다.

 


 

상설전시실에서 작품 설명문으로 나한상을 처음 접하는 일반 성인 관람객과 어린이박물관에서 자신의 얼굴로 나한상을 직접 만들어보고 감정에 따라 변하는 표정을 실제로 경험해 본 어린이 관람객 중에서 누가 작품에 더 공감할 수 있을까본인은 단언컨대 후자의 어린이 관람객이라고 판단한다.

 

어린이박물관에서의 전시 콘텐츠는 단순히 놀이나 유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실제 작품과 유물로의 연결을 위한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어린이박물관은 박물관의 오리엔테이션 공간이자 전시 감상을 위한 도움 공간인 것이다하지만 성인 관람객 대상의 일반 전시실에는 그러한 장치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답하기가 어렵다물론 기관에서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매개 프로그램과 교육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지만, ‘첫 걸음의 측면에서는 어린이박물관과 같은 연결 다리가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원고에서 살펴본 국립춘천박물관의 어린이박물관 사례를 통해어린이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여겨졌던 어린이박물관에서 오히려 성인 관람객의 이해를 제고할 방법의 실마리를 발견한 듯싶다어린이의 시선으로 감상하는 것이 사실은 박물관의 유물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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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유빈_뮤지엄텔러, 박물관과 미술관의 '매개'를 주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