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Facebook

Artlecture Twitter

Artlecture Blog

Artlecture Post

Artlecture Band

Artlecture Main

신화에서 미래를 찾다 | ARTLECTURE

신화에서 미래를 찾다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ΕΜΣΤ) [WHAT IF WOMEN RULED THE WORLD?]-

/Site-specific / Art-Space/
by YOON
신화에서 미래를 찾다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ΕΜΣΤ) [WHAT IF WOMEN RULED THE WORLD?]-
VIEW 336

HIGHLIGHT


ΕΜΣΤ는 2023년 12월부터 2024년 말까지 [WHAT IF WOMEN RULED THE WORLD?] 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19개의 다양한 개인전과 ΕΜΣΤ 컬렉션 전시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여성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보고 현재의 기후위기와 전쟁 같은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 현대 무사이들의 새로운 신전 -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

 

여름의 늦더위가 미련을 보인 9월 초, 우리가 살고있는 현대에 수많은 영향을 끼친 문명의 발상지이자 신화로 가득찬 도시 아테네를 방문했다. 민주주의가 시작된 곳이자 건축, 조각 등 많은 예술이 꽃 피기도 했던 이 도시에는 역사의 흐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수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관람객을 반기고 있다. 아테네의 대표적인 명소이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1파르테논 신전이 위치한 아크로폴리스에서 20분정도 걸어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Athens(ΕΜΣΤ))을 만날 수 있다. ΕΜΣΤ는 아테네에서 오랫동안 운영되었던 픽스가문의 FIX 양조장을 개조한 건물에서 2000년부터 그리스 및 국제 예술가의 다양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2312월부터 2024년 말까지 ΕΜΣΤ<WHAT IF WOMEN RULED THE WORLD?>를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4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는 동안 ΕΜΣΤ의 컬렉션 전을 비롯한 개인전들로 구성된 19개의 전시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업들을 소개해왔다. 프로젝트의 제목은 여성이 세상을 지배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 미술관 외벽에 걸린 야엘 바르타나(Yael Bartana)의 네온사인 작품의 제목과 동일하게 지어졌다. 아티스틱 디렉터 카테리나 그레고스(Katerina Gregos)는 서문에서 제목의 의미를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생물학적으로 이미 여성이거나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의한 작가 또는 작가 단체의 작품들을 통해 여성이 정부를 이끌거나 우리 삶의 모든 지점에서 주요 결정권자가 된다면, 세상은 더 나은 장소가 되었을까?”라는 가정을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을 통해 현재 전세계가 맞이한 기후위기, 환경파괴, 전쟁 등을 이끌고 있는 지배적인 가치관과 체계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있는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전시 공간에서 발생하는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을 강조하고 있다. ‘상호교차성은 한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이 하나의 기준으로 정해지지 않고, 여러 다른 측면들이 서로 영향을 주며 형성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자신의 성격이나 취향, 가치관을 만들어 갈 때, 주변을 둘러싼 부모, 친구, 선생님 등 다양한 사람들과 자라난 국가, 문화권과 같이 수많은 요소들이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사회에서 드러나는 타인에 대한 억압과 차별 같은 것들도 다양한 측면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해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여성이 중심이 되는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시각예술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페미니즘 운동이 없었다고 평가받기에 다른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들의 경험과 시각이 더욱 중요시 여겨졌을 것이다.

 


가운데 작품: Yael Bartana ‘What If Women Ruled The World’, 2016, Neon light installation

(Courtesy of Annet Gelink Gallery, Amsterdam; Sommer Contemporary Art, Tel Aviv; Galleria Raffaella Cortese, Milano; Petzel Gallery, New York and Capitain Petzel, Berlin)

 


* 신화와 현실, 그 사이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예술가들

 

방문 당시, 프로젝트의 4개 파트 중 마지막인 ‘PART IV’가 진행되고 있었다. 많은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인 전시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크리사 로마노스의 개인전 <The search for happiness for as many as possible>‘The Rape of Europa’라는 영상작품이었다.

 


Chryssa Romanos, ‘Map-Labyrinth’, (1994), Silkscreen Print on plexiglass, metalic base, 250x180x150cm, Private Collection, Athens

 


크리사 로마노스(Chryssa Romanos (1931~2006))1960년대 그리스의 주요 여성 예술가이자 파리 예술계 중요한 여성으로 활발한 국제적 활동을 펼쳤다. 4층에서 진행되는 <The search for happiness for as many as possible(가능한 많은 이들을 위한 행복 찾기)>에서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전반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전시의 제목은 비평가 피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ty)가 작가에게 헌정한 카탈로그에서 유래했다.


초기 그녀의 작품들에서는 신화와 종교에 대한 그녀의 흥미가 드러나는 듯하다. 이는 초기작인 MYTH 시리즈의 제목과 COLLAGE 시리즈의 작품들 중 일부에서도 별자리(zodiac, 황도12)를 작품에 큰 글씨로 적어둔 것에서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성숙기로 평가 받는 MAPS-LABYRINTHS & IMAGES 시리즈에서는 신화에 대한 관심들은 줄어들고, 지도를 여러장 겹치거나 다양한 색채로 표현하며 그녀의 삶의 방식이었던 여행이 드러난다. 특히 그녀는 고향인 그리스를 떠나 예술의 중심지로 불린 파리에서 활동했다. 이러한 그녀의 삶은 타지에 속하지 못한 이방인으로써 여행과 같은 나날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작품들은 크게 신화지도로 나뉘어 보여지는 듯 하지만 사실 이 두 가지는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누군가에게는 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지도는 지상에서 방향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땅의 형태에 대한 데이터라면, 신화는 과거 사람들의 교훈이나 가치를 모아 삶을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주는 이야기이다. 로마노스가 이 두 요소를 작업에 사용한 것은 형태가 있고 없고를 떠나 많은 이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온 것에 큰 매력을 느껴서가 아닐까. 전시 제목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오래된 보물지도처럼 알아보기 힘들더라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나가는 행복에 대한 방향을 모색하는 듯하다.

 

Mary Reid Kelly and Patrick Kelly, ‘The Rape of Europa’, (2021) HD video, sound, 9’07’’, Courtesy of the artist and Pilar Corrias, London

 


‘The Rape of Europa(2021)’는 마리 레이드 켈리(Mary Reid Kelly)와 패트릭 캘리(Patrick Kelley)의 영상작업으로 미술관의 지하1층에서 상영된다. 이 작품은 트라우마로 인해 악의에 찬 여자 주인공 유로파가 무대에 올라 여성 혐오, 성폭력과 같은 사건들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유로파는 그리스 유적지처럼 보이는 폐허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이는 마치 유로파의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녀가 설명하는 에피소드들은 그녀의 마음과 달리 만들어진 무대 위에서 제3자가 되어 설명해 마치 극 중 극처럼 이야기는 진행된다.


여자 주인공의 이름 유로파(Europa)’는 우리에게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오는데, 목성의 4대 위성 중 하나의 이름이자, ‘유럽의 어원이라는 설로도 유명한 신화 속 인물이다. 바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페니키아의 공주이자 크레타 미노스 왕의 어머니로써 한국에서는 에우로페로 더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아름다웠던 에우로페에게 반한 신들의 왕 제우스는 새하얀 황소로 변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에우로페는 순한 황소의 태도에 등 위에 올라탔고, 기회를 노리던 황소 모습을 한 제우스는 그녀를 업고 바다 넘어 크레타 섬까지 헤엄쳐 갔다. 그리고 다시 제우스의 모습으로 돌아와 에우로페와 사랑을 나누었고, 제우스가 변했던 황소는 5월의 별자리인 황소자리가 되었다는 신화이다.


사실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특히 제우스와 연관되어져 나오는 여성들은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면 바람둥이의 피해자로 보인다. 알크메네는 남편으로 변장한 제우스에게 속아 헤라클레스를 낳았고, 세멜레는 질투심에 불탄 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속임수에 넘어가 디오니소스를 임신한 채 제우스의 번개에 타죽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작가는 에우로페의 이야기를 작품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짧은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많은 사건을 겪어야 했던 에우로페의 서사는 흥미로운 신화 속 이야기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과정에서 에우로페가 느꼈을 심정을 꼬집어 드러낸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황소에게 납치 당했을 때 느꼈을 두려움과 에우로페가 제우스를 사랑을 나누고픈 상대로 생각했는지 묻는다.


이 작품에서는 시간을 초월해 벌어지는 수많은 여성 대상 범죄를 나열하는 어두운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컬러와 마치 만화 캐릭터와 같은 인물들의 과한 분장으로 인해 찰리 채플린 같은 옛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검은색 아이라인과 공허한 눈동자가 도드라지게 보이는 달걀같은 눈 분장은 작품 속 인물들의 코믹함과 허구성을 더욱 드러낸다. 또한 이들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올 법한 튜닉에 샌들을 신다가도 레깅스에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나오기도 한다. 특히 주인공인 유로파는 시스루 셔츠에 구두와 같은 현대적 디자인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 시대가 뒤섞여 등장하는 수많은 소품들은 이들이 말하는 이야기가 옛날 이야기가 아닌 현대성을 가지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환기 시킨다.

 

이 전시의 제목은 여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작품 속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성별과 관계 없이 모두가 마주하고 있는 담론들이다. ΕΜΣΤ여성이라는 예를 들어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문제들에 대해 비틀어 생각해 볼 수 있는 물꼬를 트고자 하는 것이다. 과거 그리스를 포함한 많은 문화권에서 여성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약자에 속하는 계급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노인, 성소수자, 장애를 가진 사람 등 약자계급에 속하는 수많은 인물 군상이 더욱 세분화되었고, 이들에 대한 사람들 생각과 판단도 다양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단 하나 뿐이며 함께 살아가야 하기에 과거의 가치관들은 흥미로운 옛 이야기로 남겨두고 새로운 신화를 써 내려가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아테네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emst.gr/en

Katerina Gregos 외 6. (2024). <WHAT IF WOMEN RULED THE WORLD?>. ΕΜΣΤ (editor: Katerina Gregos, Anny Malama). p.1~96

전시 정보

Chryssa Romanos. <The search for happiness for as many as possible>. 4th Floor. 14.12.2023~15.12.2024

Yael Bartana. ‘What if women ruled thd world’. ΕΜΣΤ North and South Façades. 08.03.2024~12.01.2025

Mary Reid Kelley & Patrick Kelly. ‘The rape of Europa’. Floor 1 Screening Room. 17.05.2024~12.01.2025

 

추가 전시 정보

Phyllida Barlow. ‘Rig:Untitled;Blocks’. 2nd Floor. 13.06.2024~16.02.2025

재건되는 붕괴되고 재생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도시 구조에 대해 말하는 작가의 대규모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다양한 재료들이 조립되어 마치 건축처럼 지어지는 조각을 선보인다.

 

Yael Bartana. ‘Two minutes to Midnight’. Screening Room-Mezzanine. 08.03.2024~12.01.2025

영상 작업에서는 핵 위협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여성으로만 구성된 전문가들이 국제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회의를 벌인다제목은 지구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들 속에서 지구의 종말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내포하며 이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한다.


all images/words ⓒ the artist(s) and organization(s)

☆Donation: https://www.paypal.com/paypalme/artlecture

글.YOON_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