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힘, LA 디즈니랜드
작업자가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이다.
전 세계의 디즈니랜드가 있지만 LA의 디즈니랜드는 특히나 중요한 의미가 있다. 디즈니의 창시자인 월트 디즈니 CEO가 생존했을 때 완성한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 디즈니랜드는 가장 디즈니스럽고, 오래된 디즈니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 LA 디즈니랜드 주변에는 디즈니 호텔이 있는데, 전편에서 소개했던 Pixer Place Hotel을 비롯해 Disney’s Grand California Hotel&Spa, Disneyland Hotel, The Villas at Disneyland Hotel 4곳의 호텔이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즈니는 대부분 신세대(?) 캐릭터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서 소개한 호텔인 Pixer Place Hotel을 제외하고는 주로 미키마우스를 볼 수 있는 호텔이거나 아예 디즈니와 관련이 있나 싶은 분위기의 호텔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디즈니캐릭터가 한정적이어서 그랬을까. 현재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주변 호텔들도 디즈니 캐릭터들의 분위기를 가져가는 모양새다.
이 호텔들의 비용은 평균 60만 원을 넘어가는 호화호텔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인기가 좋은 건, 각 호텔에 맞는 분위기를 반영한 점과 더불어 디즈니랜드를 남들보다 무려 1시간 더 일찍 들어갈 수 있는 얼리 엑세스 시스템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테마파크를 다녀봤다면 1시간이 상당히 귀한 시간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인기가 있는 어트랙션은 대부분 오픈 후 바로 타지 못하면 1시간은 기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굉장히 큰 메리트이다. 게다가 디즈니랜드는 글로벌 테마파크여서, 날씨에 상관없이 기본 1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성수기에는 2~3시간을 기다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로 디즈니 호텔 숙박에 따른 얼리 엑세스는 디즈니랜드를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메리트이기도 하다.
스타워즈 배경으로 꾸며진 공간
단순히 우리가 아는 디즈니뿐만 아니라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많은 컨텐츠를 이 테마파크에 녹여냈다. 각 구간마다 컨텐츠에 맞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는데, 스타워즈를 보지 않은 내게도 스타워즈 컨셉의 구역은 상당히 웅장했다. 특히 직원들도 스타워즈 영화 속 인물처럼 분장하고 매장을 운영 중이어서 더 몰입되는 환경이었다.
마블에 나오는 어벤져스와 토르와 관련된 성
마블 구역을 방문하는 도중 우연히 블랙 위도우와 블랙팬서가 악당들과 싸우는 공연이 어벤져스 건물에서 연출됐다. 영화에서 본 것처럼 실감나는 배경으로 연기하는 배우들 덕분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서서 촬영하기 바빴다.

매점에 꾸며져 있는 캐릭터들
그 외에도 핫도그를 파는 가게나 상품을 파는 가게에는 디즈니 캐릭터가 반영되어 있어 디즈니 팬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디즈니랜드에서 누리는 확장현실
디즈니 캘리포니아 어드벤쳐 파크 전경
오른쪽 놀이공원 너머 Pixer Place Hotel이 보인다.
디즈니랜드는 그들이 가진 강력한 컨텐츠를 활용해 다양한 탈것, 먹거리, 장난감 등을 구현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면 꼭 사게끔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고, 진짜가 운영하는 진짜 컨텐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곳이 디즈니랜드다. 특히 디즈니를 사랑하는 사람에겐 LA에 방문하면 꼭 오게끔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다. 이는 OSMU라는 문화산업용어와 너무 잘 맞는 예이다. OSMU는 One Source Multi-Use의 약어로, 하나의 무언가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이곳의 One Source는 디즈니라는 브랜드이고, 여기서 파생되는 디즈니 캐릭터 굿즈, 먹거리, 놀이공원까지도 OSMU의 예가 되는 것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을 통해 가상현실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환경 속에서 진짜가, 진짜로 만들어낸 진짜의 공간을 통해 관람객들은 가장 확장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는 시대를 거슬러 디즈니라는 컨텐츠가 건재하다면, 가장 디즈니다운 체험이 가능한 곳이다.
우리는 언제쯤 가질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테마파크도 고유의 캐릭터를 갖고 있으나 그 캐릭터의 영향력이 강하지 못하다. 대표적인 놀이공원인 서울랜드, 롯데월드, 에버랜드가 있지만 그들의 캐릭터나 캐릭터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반 대중에게는 놀이공원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고, 그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어트랙션만 기억되는 게 현실이다.
디즈니랜드 내 몬스터 주식회사 어트랙션을 탈 때 만날 수 있는 컨텐츠들.
그나마 최근 국내 테마파크는 국외의 인기캐릭터와 협업해 놀이공원 내 특별한 공간을 제공하는 분위기이다. 독자 콘텐츠에 인지도 있는 외부 콘텐츠를 결합해 상승효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반면 디즈니는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역사 깊은 회사다. 각각의 캐릭터들은 깊은 역사와 팬덤이 있고 이를 활용해 디즈니랜드 내 어트랙션을 꾸몄다. 특히 좋았던 점은 어트랙션을 기다리는 대기라인에도 그들의 컨텐츠를 풍부하게 활용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기다리면서 누군가 타고 있는 것만을 지켜보는 기다림이 아닌, 관련 콘텐츠를 보면서 사진도 찍고 새로운 스토리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디즈니 내 어트랙션을 타기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 놀이기구를 타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것을 마냥 듣고 있는 것보단, 이렇게 시선이 분산되어 짧지만 각자가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놀이공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 먹거리와 굿즈 등의 디자인도 캐릭터를 적극 활용했는데, 오픈하자마자 구매하는 게 아니라면 원하는 굿즈를 갖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그만큼 컨텐츠의 힘은 디즈니랜드의 원동력이 되었다.
인기캐릭터인 키티, 산리오 등과 협업한 에버랜드 튤립축제
출처 : https://blog.naver.com/gksmf4289/223387326279
이미 구성된 테마파크의 컨셉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신 인기 캐릭터들과 협업해 테마파크의 분위기를 바꾸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비록 외부의 컨텐츠를 활용하지만, 보유 중인 고유의 콘텐츠도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되는 방식이다.
일본 나가사키에 위치한 하우스텐보스는 네덜란드 컨셉의 테마파크로,
네덜란드 국민 캐릭터 미피와 협업했다.
출처 : https://huistenbosch.co.jp/
일본의 하우스텐보스의 경우, 네덜란드 컨셉의 테마파크인데 네덜란드 국민 캐릭터와 협업해 다양한 공간을 꾸며내는 등 콘텐츠와의 협업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외에도 유니버셜스튜디오나 지브리 테마파크처럼 고유의 콘텐츠를 잘 활용한 테마파크들도 존재한다. 이처럼 고유의 컨텐츠를 보유한 디즈니, 유니버셜, 지브리 테마파크와 협업 테마파크의 차이는 몰입감과 실제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디즈니나 유니버셜, 지브리 테마파크는 애니메이션 속에 나오던 공간을 그대로 재현하여 확장현실의 느낌을 주는 반면, 협업 컨텐츠는 일종의 팝업스토어 느낌이 강하고 그 협업의 기간도 한정적이라 장기적으로 만나보기가 어렵다.
나는 우리나라의 고유 콘텐츠를 활용한, 디즈니랜드 같은 곳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이 말을 쓰는 나 자신도 참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얘기처럼 느껴지긴 한다. 그러나 우리는 할 수 없으니 그냥 남의 나라의 랜드나 돌아다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까. 분명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하고 그것을 꾸준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 너무나 먼 길이겠지만, 시작하지 않으면 가질 수도 없다. 그야말로 컨텐츠판 대기만성(大器晩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 창시자 월트 디즈니는 1955년, 7월 17일, 아스팔트는 제대로 굳지 못하고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수도관에서는 물이 안 나왔으며 가짜 초청권에 사람이 뒤엉키던 땡볕에서 디즈니랜드 개장 연설을 했다.
“이 행복한 장소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디즈니랜드는 바로 여러분의 나라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곳에서 과거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되살아 날 것이며,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도전과 미래에 대한 약속을 향유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즈니랜드는 지금의 미국을 만들어낸 이상과 꿈, 그리고 힘겨운 현신들에 헌신을 바치는 곳입니다. (중략) 이곳이 전 세계로 향하는 즐거움과 영감의 원천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전편 보기 테마파크와 확장현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