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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 산다 - 손은영의 집 | ARTLECTURE

그 집에 산다 - 손은영의 집


/Artist's Studio/
by 최다운
Tag : #, #손은영, #일상, #사진
그 집에 산다 - 손은영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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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손은영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장소인 집을 “사라지지 않는 최후의 가치"로 보았습니다. ‘집’. 형태로만 보면 짧은 한 음절 단어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결코 짧게 설명할 수 없는 무수한 의미를 내포한 단어입니다. 작가가 계속하여 집을 파고드는 이유는 어쩌면 이러한 집의 근원을 표현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작가가 꺼내 놓은 밤의 골목길에서, 바닷가 마을에서, 어딘가, 누군가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듯한 풍경에서 자기만의 집, 그 안에 담긴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사진이 세상을 재현한다는 명제는 이제 다큐멘터리와 보도사진 같은 장르에만 국한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예술가에게 사진은 있는 그대로 세상을 기록하고 보여주는 매체가 아니라, 작가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마음의 풍경을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하는 손은영 작가의 이미지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회화 같은 리터칭을 통해 완성한 프레임은 작가의 심상에서 길어 낸 한 장면을 보여 줍니다. 평론가 박영택이 손은영의 <밤의 집> 풍경을 보며 쓴 글을 읽으면, 사진가의 시선을 거친 이미지가 어떤 느낌으로 변모했는지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박영택은 사진이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다시"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다시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 안목, 조형감각" 덕분에 현실과 똑같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사진이란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다시 보여주는 일일 텐데 그렇게 자리한 대상 자체가 지닌 묘한 시각적인 힘을 작가는 날카롭게 찍어 낸다. 비록 더없이 소박하지만 충분히 흥미로운 구조와 형태, 매력적인 색채를 품고 있는 레디메이드로서의 이 건축물/집의 외관은 그 자체로 당당한 회화작품처럼 다가온다. 흡사 색채들의 콜라주로 이루어진 색면 회화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름의 조형적인 매력을 간직한 오브제를 선명하고 밀도 있게 건져 올리는 감각이 돋보인다. 이 사진은 그러한 작가의 안목이랄까, 미에 대한 묘한 감각의 결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사진에 들어와 박힌 대상보다도 그것을 다시 보여주는 작가의 시선, 안목, 조형감각이 우선하는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1)

 

<검은 집>(2020), <밤의 집>(2021), <기억의 집>(2023), <그 집에 산다>(2024)로 이어지고 있는 손은영의 집 시리즈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유화적으로, 그리고 추상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필자는 <밤의 집>으로 손은영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발표하는 작업을 계속 관심 있게 보고 있는데, 이번 글에서는 세 프로젝트를 조금씩 살펴보겠습니다.

 

<밤의 집>에서는 언젠가 한 번쯤 걸었던 것만 같은 골목길의 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낡은 주택 현관문의 깔깔한 유리 촉감과 낮은 담벼락 틈새로 보이는 빨래 건조대가 ‘밤’ 풍경에서만 느낄 수 있는 노이즈와 만나면서, 작가의 표현대로 “충만한 색감"을 재현해 보여 줍니다.

 

반면 낮의 풍경을 담고 있는 <기억의 집> 속 공간은 조금 더 직설적이면서 선명합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품은 프레임은 서서히 스며드는 밤의 시간과 달리 성큼 다가오는데, 이러한 감정은 감상자의 마음속 추억을 불러오는, 강렬한 회상 기제로 작동합니다. 작가는 여기에 더해 고양이와 빨간 그네, 세발자전거 같은 오브제를 배치했는데(그렸는데), 이는 기억 속으로 한 뼘 더 손을 뻗게 해주는 촉매가 됩니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그 집에 산다>에서는 앞선 두 프로젝트보다 회화성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느낌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프레임 구성인데요. 이전 작품이 풍경의 디테일이나 소재에 조금 더 힘을 쏟았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장면의 색과 면 구성에 더 집중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의 집>에서는 하늘이 중요한 배경의 요소였다면, 이번에는 중립적인 하늘 톤으로 시선을 빼앗기지 않도록 합니다. 또 <밤의 집>을 볼 때는 한 번쯤 지나쳤던 기분이 드는 풍경이었다면, <그 집에 산다>는 작가가 창조한 상상 속의 공간을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손은영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서울과 지방을 오고 가며" 다양한 형태의 집들을 찍고, “마치 도색하듯이 색을 입히고, 낡거나 헌 물건을 고치듯이 새롭게" 2) 만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더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보는 기분이 드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필자가 집 시리즈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은 작은 디테일입니다. 양철 지붕의 연결 못 하나, 낡은 현관 유리 뒤의 흙먼지처럼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현실성과 공간감을 고증하는 디테일이 더 강하게 이미지에 빠져들도록 합니다. 그녀의 이미지에는 한 발짝 떨어져 넓은 풍경을 바라보고, 다시 한발 다가가 하나하나 자그마한 것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손은영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들어 내는” 장소인 집을 “사라지지 않는 최후의 가치"로 보았습니다. ‘집’. 형태로만 보면 짧은 한 음절 단어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결코 짧게 설명할 수 없는 무수한 의미를 내포한 단어입니다. 작가가 계속하여 집을 파고드는 이유는 어쩌면 이러한 집의 근원을 표현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작가가 꺼내 놓은 밤의 골목길에서, 바닷가 마을에서, 어딘가, 누군가의 마음 안에 존재하는 듯한 풍경에서 자기만의 집, 그 안에 담긴 기억 속으로 들어갑니다.

 


밤의 집> 시리즈. ©손은영


<밤의 집> 시리즈. ©손은영


<밤의 집> 시리즈 - 디테일. ©손은영


<기억의 집> 시리즈. ©손은영


<기억의 집> 시리즈. ©손은영


<그 집에 산다> 시리즈. ©손은영


<그 집에 산다> 시리즈. ©손은영

 

참조.

1)    손은영, 박영택, 『밤의 집』, 눈빛, 2020, p. 112 - “밤에 본 집", 박영택 해설

2)    <그 집에 산다> 전시 도록,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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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다운_아마추어 사진 애호가로 뉴욕의 사진 전문 갤러리에 대한 <뉴욕, 사진, 갤러리>를 출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