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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8 고대의 몸(the body on ancient times) -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 ARTLECTURE

No.8 고대의 몸(the body on ancient times) -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Artlecture/
by Celest
No.8 고대의 몸(the body on ancient times) - 몸과 미술(The Body and Visual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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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우리는 지난번 살펴보았던 진시황제의 병마용들 통해 고대 중국인들이 인간 몸의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표현하여 사실성에 기반한 재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산해경의 변형된 몸의 존재들을 통해 고대 중국인들은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몸의 형상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고대 중국인들이 몸과 관련하여 ‘사실에 기반한 시각’과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시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현대인들이 몸을 생각하는 방식과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고대 중국의 미술과 몸; 산해경(山海經) 을 통해서 본 변형된 몸의 형상들


<산해경의 판본 중 하나>

사진출처: http://weirdtales.me/the-classic-of-mountains-and-seas-shanhaijing/



산해경(山海經)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B.C.475~221)부터 한나라(B.C.206~A.D.220)와 진나라(220~420) 시대에 걸쳐 저술되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리학신화동물학약학종교 등의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모은 중국의 가장 오래된 저서 중 하나이다. 산해경은 산경(山經)과 해경(海經) 두 편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백익(伯益)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최초의 저자로 알려져 있으나, 이름이 알려진 약간 명의 학자들을 포함하여 익명의 많은 학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이야기를 보탠 것이다. 중국의 명나라와 청나라 시대에는 산해경의 내용을 교정하여 여러 판본들이 저술되기도 하였다(사진 1). 주요 내용은 산, 강, 바다 등의 지형 및 지리적 이야기가 중심이고, 어떤 장소, 어떤 공간, 어떤 생물체가 존재하며 그들의 특징은 무엇인지 서술되어 있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소설의 구조는 아니다. 실제가 아닌 상상력의 소산으로 보이는 단편적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같은 구조이며, 역사적 사실이 부분적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허구가 훨씬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산해경에 인간의 몸이 변형된 형태의 존재들과 상상의 동물들 또는 생명체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것이다.


<산해경의 서왕모>

사진출처: https://zh.wikipedia.org/zh-tw/%E5%B1%B1%E6%B5%B7%E7%BB%8F



산해경에는 고대중국의 신화나 전설에 등장하는 신들이 변형된 인간의 몸의 상태로 등장한다. 이는 인간의 모습 거의 그대로 등장하는 그리스 신들과는 사뭇 다르다. 간혹 날개를 달고 있거나 하지만 그리스 신들은 대부분 인간의 모습이고 필요에 따라서 동물의 모습으로 변신한다(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로스 같은 반인반수의 존재는 엄밀하게 말해 완전체인 신의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산해경에 등장하는 많은 신들은 인간의 변형된 몸 형상인 반인반수의 모습이 그들의 본 모습이다. 그중 중국신화에 빈번하게 나오는 도교(道敎)의 여신인 서왕모(西王母)에 대한 묘사를 보자(사진 2).



다시 서쪽으로 350리를 가면 옥산이라는 곳인데 이곳은 서왕모가 살고 있는 곳이다. 서왕모는 그 형상이 사람 같지만 표범의 꼬리에 호랑이 이빨을 하고 휘파람을 잘 불며 더부룩한 머리에 머리꾸미개를 꽂고 있다. 그녀는 하늘의 재앙과 오형을 주관하고 있다.



고대중국의 신화나 소설 속에서 서왕모는 항상 젊음을 유지하는 절세미인으로 알려졌지만, 산해경에서의 서왕모에 대한 묘사는 이와는 차이가 있으며 인간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영락없는 반인반수이다. 언뜻 보기에 사람과 비슷하지만, 그녀의 꼬리와 이빨을 보면, 원초적 야생성이 두드러지는 느낌이며 그녀가 산속이나 맹수들이 사는 장소에 거주하는 존재라는 점을 추측하게 한다. 이와 같은 서왕모를 포함하여 산해경에서 다수의 신들이 반인반수의 몸의 형상을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산해경의 형천>

사진출처: https://zh.wikipedia.org/zh-cn/%E5%88%91%E5%A4%A9



그러나 이와는 달리 형천(刑天)이라는 남신은 머리가 없는 불완전한 인간 몸의 형태로 등장한다. 산해경에서의 형천에 대한 묘사는 다음과 같다(사진 3).



형천이 이곳에서 천제와 신의 지위를 다투었는데 천제가 그의 머리를 잘라 상양산에 묻자 곧 젖으로 눈을 삼고 배꼽으로 입을 삼아 방패와 도끼를 들고 춤추었다.



형천은 특이하게도 머리가 없어졌는데 머리가 다시 재생된 것이 아니라 그의 몸통의 일부를 머리에서 주요 기능을 하던 눈과 입으로 바꾸어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이러한 몸 상태의 설정은 여느 문명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머리가 없는 불완전한 몸이라고 해도 신의 능력으로 인해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초월적 특성을 강조하고자 했던 것 같다. 또 다른 머리 없는 신인 제강(帝江)에 관한 묘사를 보자(사진 4).



<산해경의 제강>

사진출처: https://de.wikipedia.org/wiki/Dijiang




다시 서쪽으로 350리를 가면 천산이라는 곳인데 금과 옥이 많이 나고 청웅황도 산출된다. 영수가 여기에서 나와 서남쪽으로 양곡에 흘러든다. 이곳의 어떤 신은 그 형상이 누런 자루 같은데 붉기가 빨간 불꽃 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얼굴이 전연 없다. 가무(歌舞)를 이해할 줄 아는 이 신이 바로 ‘제강’이다.



예술의 신으로 알려진 제강은 아예 인간 몸의 형태도 아니고 어떤 동물을 구체적으로 연상시키지도 않는 몸의 형상을 하고 있다. 형천과는 달리 몸에 감각을 느끼는 대표적 기관인 눈, 코, 입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감각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데 예술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제강은 중국의 창조신 중 하나이며 세계가 성립되기 이전인 혼돈 속에서 살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중요한 감각기관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혼돈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다면, 무언가를 관찰하고 판단하여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니 제강의 몸 형상을 보고 혼돈과 항상 함께하는 혼돈 그 자체로 간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무(歌舞), 즉 노래와 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점인데, 제강의 몸에 있는 네 개의 날개와 여섯 개의 다리는 공기 및 바닥의 진동과 더불어 다른 존재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기능을 한다는 설정이 아닌가 가늠하게 한다. 사실 소리도 일종의 진동이라고 간주할 수 있기에 제강의 능력이 아주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산해경의 인어, 저인국 사람>,

사진출처: https://old.shuge.org/ebook/shan-hai-jing/



또한, 산해경에서는 신들의 영역을 벗어난 반인반수의 몸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상당히 많이 언급된다. 그중 우리가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온 인어(人魚)와 비슷한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그들의 몸 형상은 대략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첫째는 물고기 같이 생겼으나 발이 네 개 달렸으며 ‘인어(人魚)’라고 불리고, 둘째는 사람의 얼굴에 팔과 다리가 있으나 몸통은 물고기이며 ‘능어(陵魚)’라고 불린다. 셋째는 상반신은 사람의 몸이고 하반신은 물고기의 몸을 한 ‘저인국(低人國) 사람들’이다(사진 5). 저인국 사람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안데르센 동화의 인어공주와 같은 몸의 구조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아름다운 미인의 모습은 아니다. 이들은 인간처럼 베를 짜서 팔고 눈물을 흘리면 진주와도 같은 구슬이 나와 숙박비로 지불했다고 한다. 저인국 사람들은 바닷속에서 살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간과 같은 감각기관을 대부분 가지고 있고 인간의 형상에 가까운 만큼 그들의 살아가기 위한 방식도 인간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물고기의 하반신을 가졌기 때문에 눈물로 구슬을 만들어내는 인간이 할 수 없는 초자연적 일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구슬은 바다 조개의 진주를 연상시킨다.



산해경에는 너무도 다양하고 많은 수의 생명체들이 등장하지만 변형된 인간 몸의 형상을 하고 있는 존재들에게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공통점을 들자면, 반인반수들이 서식하는 장소가 그들의 몸의 형태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장소에 따라 특화되어 변형된 몸을 통해 초자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산해경의 반인반수들은 선과 악이 확연히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영역에 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그들이 삶을 영위하는 방식은 인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인간이 선과 악의 구분이 확연하게 되지 않는 존재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부분 인간들은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존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도 하고 해를 끼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산해경의 반인반수들도 마찬가지이며 각 종족의 타고난 본연의 특성을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간다. 그들은 집단적 특성으로서 극단적 선이나 악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다. 다만 이들은 인간과는 차별화된 반인반수의 몸을 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특수한 능력을 중심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 인간과 다른 지점이다. 이러한 산해경의 변형된 몸의 존재들은 고대 중국 및 동아시아 사람들의 몸에 대한 환상과 무의식적 의지를 대변한다. 산해경의 상상의 생명체들은 기이하고 터무니없는 존재들이기는 하지만 고대 중국인들에게는 혐오나 멸시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신기하고 궁금한 존재들이다. 나아가 이들의 존재는 고대 중국인들이 몸에 대해 꿈꿔 왔던 염원을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변형된 몸의 형상을 예술로 표출하는 것을 통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능력을 초월하는 것을 꿈꾸고 갈망했던 것이 아닐까 한다. 이것은 첫 번째 칼럼에서 언급했던 원시인들이 동굴벽화에 반인반수의 형상을 그려 넣으며 무의식적으로 내재했던 염원과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지난번 살펴보았던 진시황제의 병마용들 통해 고대 중국인들이 인간 몸의 자연스러운 리얼리티를 표현하여 사실성에 기반한 재현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산해경의 변형된 몸의 존재들을 통해 고대 중국인들은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몸의 형상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고대 중국인들이 몸과 관련하여 ‘사실에 기반한 시각’과 ‘현실에서 벗어난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시각’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던 것은 현대인들이 몸을 생각하는 방식과 엄청난 간극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문명의 발달로 인해 현대인의 몸에 대한 관념이나 가치가 많이 바뀌었을 것 같지만, 오히려 원시시대나 고대의 인간들이 몸과 관련하여 품었던 내재적 사유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계속해서 몸의 변신을 시도하고, 변형된 몸을 사유하고, 또한 현실의 몸의 한계를 초월할 것을 꿈꾼다. 앞으로 이어질 몸과 미술의 이야기에서 이러한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한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어지는 칼럼에서는 이번에 못다 한 [산해경] 과 관련한 몸 이야기를 고대 한국의 미술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몸과 미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이 글을 위해서 주요 참고문헌은 ‘[산해경], 정재서 역주, 서울: 민음사, 2021.’과 ‘예태일, 전발평, [산해경], 서경호, 김영지 옮김, 서울: 안티쿠스, 2013.’를 사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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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Celest_시각예술가로 활동하며 예술철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