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예술가 라울뒤피

라울 뒤피는 세잔과 마티스의 영향을 받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활동한 야수파 작가이다. 뒤피는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했지만 미술사에서 이름이 잊혀진 작가 중 한 명이다. 뒤피의 작품은 바다 풍경, 창, 음악 등 주제별로 내부와 외부 그리고 시각과 청각의 세계를 넘나들 뿐 아니라 꽃과 잎의 재현적 장식성이 드러난 패션 분야까지 섭렵했다. 상이한 두 세계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흐려 놓은 재현의 시도는 아방가르드적 특징으로 볼 수있다.  모호한 경계는 전쟁으로 인한 붕괴적 현실 그리고 개인적 궁핍을 분절된 세계의 통합으로의 시도로서의 경계로 해석할 수 있다. 장르의 통합을 통한 삶의 낙관주의와 유토피아를 지향한 뒤피의 작픔 속에선 현실의 고난은 찾아 볼 수 없다.

뒤피는 야수주의와 입체주의를 거쳐 마티스와 피카소와는 다르게 화려한 작품, 장식적 미술, 삽화가에 불과하다고 폄하되었다. 하지만 뒤피가 자신의 예술에서 보여준 ‘통합’적 예술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실험적 면모를 볼 수 있음이 틀림없다. 뒤피는 18세기 낭만적 환상에 빠져있지 않았다. 오히려 화려한 외관과 다르게 진지한 삶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통합의 개념으로 예술을 재조명하였으며. 상이한 요소들의 융합을 살펴보면, 간과된 세기말 경향들을 재조명 할 수 있는 연구적 발판의 토대가 된다. 뒤피 작품에서 보여지는 장식적 요소들은 오히려 아르누보적 특징이라기보다 장식성 통합을 조형적 관점으로 변환시킨 양태라고 볼 수 있다. 내부와 외부, 재현과 상상, 시각과 청각, 현실과 상상의 통합적 구도는 그동안 폄하되어 온 시각 예술의 장식성의 새로운 언어로 생성되었다.

이렇게 통합과 교류의 가능성에 대한 장으로서의 뒤피의 이중적 경계선은 작가의 끊임없는 연구 주제인 ‘통합’에 대한 결과로서의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처한 사회적 문제(전쟁) 개인적 문제(가난)을 작품에 반영하려 하지 않는 의도는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파레트를 등장시킨다. 현실과는 다르게 작품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는 뒤피의 작품에서 우리는 삶의 고통이 고조될수록 인간은 예술로의 전환과 그 안에서 다른 환상의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본질을 볼 수 있다. 뒤피 작품의 오케스트라는 여러명의 연주자가 하나의 음을 내는 교향곡의 특징인 ‘통합’의 개념을 차용하여 음악과 미술의 통합이라는 양태로서의 매개체를 말해준다. 

세기 말 아르누보에서 찾을 수 있는 재현과 추상의 공존은 뒤피의 작품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식물의 재현을 작위적으로 설정하고 의도된 장식성 또한 뒤피의 표현법 중 하나이다. 장식성의 재현은 독자적 두 개를 통합으로 위치시키며 이것을 통해 그 축이 확장됨을 알 수 있다. 뒤피의 작품에서 통합된 세계는 작가가 처한 현실과는 다른 유토피아를 향한 갈구이며 통합적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의 통합을 통해 견고한 아름다움과 지속적 기쁨으로 승화된 작가로부터 확장된 세계를 우리는 볼 수 있다. 인생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속한 세계의 긍정은 결국 반대의 세계에 대한 긍정이며 이러한 천진한 낙관주의는 뒤피의 작품속에서 영롱하게 빛이 난다. 뒤피의 아름다운 작품은 예술의 전당과 더현대 서울 현대백화점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