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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를 살아가는 삼대(三代), <파도치는 땅>(2018) | ARTLECTURE

폭력의 역사를 살아가는 삼대(三代), <파도치는 땅>(2018)

-임태규 감독의 <파도치는 땅> (The Land on the Waves, 2018)-

/Art & Preview/
폭력의 역사를 살아가는 삼대(三代), <파도치는 땅>(2018)
-임태규 감독의 <파도치는 땅> (The Land on the Wave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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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44회서울독립영화제 공식 초청작 <파도치는 땅> (2018)은삼대의 갈등을 통해 역사의 상흔, 국가 권력의 폭력으로 인한 현대인의 갈등을 핑퐁 게임에 가까운 리듬으로따라간다. 한국 현대사의 이데올로기 대립의 산물 중 하나인 1967년납북 어부 간첩 조작 사건과 국가 폭력의 대표적인 사례인 세월호 참사는 직간접적으로 주인공 문성(박정학), 그의 아버지, 그리고 문성의 아들인 도진(맹세창)을 둘러싸며 삼대의 관계를 흔들어 놓는다. 간첩 조작 사건 혐의에 연루된 문성의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 받고, 그로인한 국가 보상금으로 상당한 유산을 남긴다. 문성은 국가가 안긴 폭력에 더는 시달리기 싫어서 고향을떠나 상경했지만, 아버지 관련 문제 때문에 30여 년 만에군산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파도치는 땅>은 폭력의 역사를 살아가는 삼대의 이야기를 펼친다.

 



우선 <파도치는 땅>은잊고 지냈던 상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괴로워하는 개인, 특히 문성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익스트림 롱 숏을 기반으로 인물의 표정을 공간의 여백에 파묻히게 만들거나, 인물을 스크린의 중앙에 배치하는 대신 극단적으로 양옆에 배치해 불안정한 심리를 표현한다. 이뿐만 아니라, 건물 내부 구조나 사물을 이용해 비좁은 이차적인프레임을 형성하고, 그 프레임 안에 인물을 배치함으로써 문성의 답답한 내면을 나타낸다. 아울러 대화 장면에서도 숏과 리버스 숏의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헤드룸을전혀 확보하지 않은 채 두 인물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숏을 활용함으로써 국가를 향한 분노와 개인적인 분노를 동시에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암울하고 불안한 상태는 가족 관계를 단순히 서먹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아예 그 기반을 흔든다. 단적인 예가 바로 아버지 문성을 따라 군산으로 함께 내려간 아들 도진과의 장면들이 있다. 두 인물은 함께 다니면서 멀어진 관계를 아주 미세하게 좁히는 듯해 보인다. 하지만, 두 번의 아주 느린 패닝 숏은 두 사람의 핑퐁 게임 같은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음을 시사한다.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첫 번째 패닝 숏은 문성이 예전에 살았던 마을을 아들과 오랜만에 방문할 때 등장한다. 이 패닝 숏은 문성에서 시작해 도진의 모습으로 끝난다. 다시 한번느리게 진행되는 두 번째 패닝 숏은 밤이 늦어 두 사람이 군산에 있는 어느 한 호텔에 같이 묵는 모습을 보여줄 때 시작한다. 앞선 패닝 숏과 달리 베란다에 서 있는 도진의 모습에서 시작해 침대에 누워있는 문의 모습으로 끝난다. 패닝 숏을 사용함으로써 물리적인 거리는 멀지않지만, 심리적 거리가 굉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와 함께, 시작하는 지점과 끝나는 지점을 바꿈으로써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불안한 심리를 전이하려는 문성과 그런 아버지와거리를 두려는 아들 도진의 갈등을 더욱더 선명하게 조명한다.

 



랠리가 길어지는 핑퐁 게임처럼 끝나기는커녕 고조되는 갈등은 곧이어 미시적인 측면에서 거시적인 측면으로 확장된다. 영화 후반부는 오늘날 군산의 모습을 시작으로 간첩 사건과 과거 군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서트 숏으로 구성되어있다. 시간 역순으로 군산의 모습을 포착한 숏들은 기민한 교차 편집에 의해 강하게 충돌하고, 이는 거시적 맥락의 핑퐁 게임(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상흔과 이를어떻게든 지워내고 새롭게 단장하려는 현대인 간의 갈등)으로 확장된다.<파도치는 땅>은 새해를 맞이했음에도 아직도 표정이 굳은 아버지 문성과 아이를바라보며 웃는 아들 도진의 상반되는 모습을 담은 숏으로 마무리한다. 얼핏 보면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숏 안에 직접 목격하게 되는 상충되는 감정은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의 상흔을 환기하며 계속 진행중인 세대 간 갈등을 성찰하기를 호소하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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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승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