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많은 재불 작가들이 프랑스에서 활동중이다. 다양한 색깔과 규모의 갤러리 거리인 파리의 마레지구에서는 종종 한국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갤러리의 전시기획 자체가 한국의 현대미술을 주제로 하는 것은 최초이다. 이 전시는 Odile Ouizeman 갤러리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인 Lisa Lebel의 기획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는 프랑스 로컬 갤러리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문화원 혹은 어떠한 정치적 개입 없이 진행된 한국을 주제로 하는 전시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 한국의 문화 성장에 따라 청년 재불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리고 있음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다.

갤러리 Odile Ouizeman는 2007년부터 마레지구에 자리를 잡고, 현재까지 다양한 소재나 방법의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고 있다. 또한 회화, 사진, 설치, 조각, 비디오와 같은 다양한 표현 분야를 통해 민감하고 이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파리의 신진 아티스트들을 지원하며, 약 15년간 굳건히 한 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개인 갤러리가 어떠한 후원이나 지원 없이 마레지구에서 15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것 그 자체가 오늘날 그들의 명성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이 갤러리는 파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트페어인 FIAC과 PARIS PHOTO에 연속적으로 참가하면서 그들의 실험적이고 다양한 컬렉션을 대중에게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 한국의 또 다른 장면, (Une autre scène de Corée) »이라는 전시 제목으로 그들은 1980년대에 태어나 현재 재불작가로 활동중인 4명의 작가(한지희, 조주원, 이승환, 권혁기)들과 함께 이번 전시를 꾸렸다. 이 전시는 2022년 5월 12일부터 2022년 5월 31일 까지 진행되었다. 전시의 제목에 대해 큐레이터인 Lisa Lebel은 먼저 « 장면 »에 대해 새롭게 정의했다.
1950년대에 파리에 온 작가들의 경우 한국인으로써 그들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발전시켰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재불 한인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한국인의 역동성에 집중하였다고 한다. 또한 오늘날 예술적 표현에 늘 자유가 함께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청년 작가들의 작업은 « 재구성 »에 가깝다고 한다. 국토의 70%가 산과 나무로 뒤덮여 있고, 삼면의 바다로 둘러 쌓인 한국에서 불교, 도교, 유교와 연결되어 발전 된 영적 차원은 인간과 자연을 일체로 연결시킨다. 따라서 자연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그 곳에서 자라 온 재불 청년 작가들은 오늘날 대부분의 작가들과 같이 재구성된 작업과 함께 한국 특유의 역동성을 가진다. 작가들은 자연에 직접적으로 동화되어 조화를 이루는데, 그것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4명의 작가가 각자의 작업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큐레이터 Lisa Lebel은 이번 테마에 대해 작가들이 각기 다른 독특한 비전을 통해 성찰과 자기 이해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전시 도록을 통해 설명했다.
Série From no-w-here, 디지털 사진, 2021 / Gravité invisible, 석고 조각과 얼음, 2021
권혁기 작가의 사진, 오브제, 그리고 설치 작품은 만남의 대상이자 상징적이고 영적인 요소로서 물을 강조한다. 물의 양면성과 유동성은 우리로 하여금 명상을 이끌어낸다. 이는 물이 진리의 형식에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면 그것은 서로 다른 상태로 인해 역설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사용하여 작가는 인간의 한계에 의문을 제기한다. 본능적인 상태를 강조하는 그의 작품은 감정적으로 분류할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
N’2 Acer Palmatum Thunb²π, 디지털아트, 2022 / Basswood²π, 디지털아트, 2022
이승환 작가는 예술과 과학이 결합되어 최종적 매체로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인간과 자연은 수학적 모델에 의해 통제될 수 있고 자연의 형태의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숫자, 수학이 드러내는 조화로운 관계를 강조한다. 작가가 자연 환경의 탐구를 통해 얻어낸 그만의 관찰 값을 기반으로 매우 정확한 계산을 사용하여 작업에서 우연의 환상을 만든다. 이렇게 탄생한 그의 작업은 자연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작가에 의해 통제화 되고 구조화 된 것이다.
Stepstones n. 94, 잉크와 3D 디지털, 피그먼트 인화, 2022 / Stepstones n. 93, 잉크와 3D 디지털, 피그먼트 인화, 2022
조주원 작가는 3D와 UV맵핑을 사용하여 인화 된 형태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자연에서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을 지각할 수 없는 것을 통해 공존시킨다. 그의 우주에서 명상의 중요성은 관람객들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질문을 이끌어낸다. 또한 앞서 설명한 3D와 UV맵핑을 통해 정신적 그리고 기술적인 탐구를 은유적으로 혼합하여 그의 작품을 선보인다.
The words you left me II, 아크릴과 피그먼트, 2022 / Première Roche II, 아크릴과 피그먼트, 2021
한지희 작가는 명상을 시작으로 고요한 자연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탐구한다. 그녀는 바다와 산 사이의 영적 성찰로 관객을 인도하고, 관객에게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추상과 리얼리즘의 이중성에 의해 형성된 고요함과 혼돈의 시선을 제시한다. 한지희 작가의 붓은 빙하에서 바위로, 물의 유동성에서 무한한 하늘을 따라 뻗어 나아간다. 따라서 그녀의 작업은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새로운 시각인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를 구성하는 풍경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는 재불 청년 작가들에게 프랑스 미술시장 내의 유리벽이라고 느껴졌던 것을 넘어서게 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프랑스 미술 시장은 굉장히 실험적임과 동시에 보수적인 성향을 띄고 있기에 다양한 한국인 작가들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로컬 갤러리에서 전시의 테마 자체가 젊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집중된 전시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보수적 성향이 짙은 갤러리 고객들이 바라보는 시선이나 편견에 개의치 않고, 전시를 잘 이끌어 낸 큐레이터 Lisa Lebel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한 이 전시가 또 다른 재불 청년 작가들에게도 더욱 다양한 기회의 장이 열리는 길로 발전하여, 프랑스 내의 미술 시장에서 더 이상의 편견 없이 모든 작가들에게 동등한 기회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