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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불멸의 동물들 | ARTLECTURE

그림 속 불멸의 동물들


/Art & History/
by 허연재
그림 속 불멸의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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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몇 년 전 낮잠을 곤히 자는 내 반려견의 작은 뒤통수를 보니 이렇게 작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고민이 없겠지 생각했었다. 지켜 보다가 빼꼼 나온 내 엄지 마디 만한 뒷발 바닥을 간지럼 태워 단잠을 깨웠다. 움찔 하고 깨더니 나를 쓱 쳐다보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쳐다본다. 그러고는 뒷다리를 이상하게 꽈배기처럼 꼰 채로 다시 잔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아마 내가 가진 사진들 중 여행 사진 다음으로 두 번 째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진들이 나의 강아지일 것이다.

반려 동물을 키우면서 느꼈던 점은 사람과는 다르게 언어를 쓰지 않는 대신 본능적인 표현을 가감없이 한다자기가 귀찮으면 고개를 무안할 정도로 휙 돌려버리고신나면 주인이 공들인 메이크업은 신경도 안쓴 채 혀로 얼굴을 사정 없이 핥는다거실에서 티비를 볼 때 가끔 내 엉덩이에 자신의 엉덩이를 꼭 맞닿게 해서 앉는다주인과의 체온을 느끼며 안정감을 찾고자 하는 모습이 귀엽고 기특하다아마도 사람들은 동물들의 예측 불가한 모습 때문에 볼 때마다 매일매일 새로움을 느끼는 듯 하다.

 

이런 동물들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게는 소중한 소재가 되기도 하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상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프랑스 후기 인상주의 작가였던 앙리 툴르즈 로트렉은 말의 모습을 자주 그렸다어린 시절부터 말을 좋아하여 승마를 했지만 다리 골절상으로 인해 더 이상 말을 타지 못하게 되었다부모님의 근친혼으로 인해 성장 장애를 겪어 성인이 되어도 150 센티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키 때문에 말을 제대로 탈 수 없었다어린 시절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던 로트렉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고 말은 그의 제약적인 움직임을 대신해 줄 수 있는 만족스러운 주제였다탄탄한 근육으로 에너지 넘치게 움직이고 달리는 모습서서 쉬는 모습사냥하는 모습마차를 끄는 모습 등 말의 다양한 포즈를 캔버스에 담았다.



▲ 앙리 툴르즈 로트렉말타는 여성, 1899


▲ 앙리 툴르즈 로트렉흰색 말 가젤”, 1881


▲ 앙리 툴르즈 로트렉기수, 1899


▲ 앙리 툴르즈 로트렉말들, 1878-1879

 


영국 작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는 자신의 그림에 주로 새를 그려 넣었다여성의 초상화에 주로 배경이나 조연으로 등장한다로제티가 그림에 자주 그려 넣은 여성 인물은 사랑했던 여인 엘리자베스 시달이다시달은 아편 약물 중독으로 인해 젊은 나이에 죽게 된다. 로제티는 시달의 죽음 이후 식음을 전패하며 건강이 악화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다어느 날 윌리엄 벨 스콧 이라는 시인의 집에 방문을 했는데 이때 푸른머리되새가 날아와 로제티의 손바닥에 앉아 그를 쳐다보았다로제티는 이 작은 새에 자유로웠던 시달의 영혼이 깃들었다고 믿기 시작했고 그 후부터 그림에 줄 곧 새를 넣었다그 누구도 납득할 수 없지만 로제티는 그렇게 믿었다.

 

<축복 받은 베아트리체라는 작품은 그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다빨간 머리 시달의 오른 쪽 편으로 날아들어오는 작은 새를 볼 수 있다이 새는 양귀비를 가지고 날라 들어오는데 이 양귀비의 아편은 시달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이 외 작품들에도 비둘기나 까마귀 같은 새들을 삽입하여 시달에 대한 사랑순수함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운명을 암시하기 위한 상징성을 부여했다.

 



▲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축복받은 베아트리체, 1871/72


▲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베로니카 베로네스, 1872

 

▲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바다주문, 1875-77

 


반려견을 사랑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던 화가를 꼽자면 데이비드 호크니가 빠질 수 없다어린 시절 이웃집 닥스훈트 강아지를 보고 마음을 뺏긴 후 닥스훈트를 입양해 스탠리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2년 후 부지라는 이름의 또 다른 닥스훈트를 입양한다소시지처럼 생긴 이들은 어느새 호크니 일상의 일부가 되어 그의 스튜디오해변공원 등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1900년 중반 AIDS에 걸린 4명의 친한 친구들을 떠나 보낸 호크니는 정신적으로 힘들어했고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이 시기에 호크니를 위로해준 건 이 작은 소시지 강아지들이었다대부분의 시간을 이들과 함께 보낸 호크니는 스탠리와 부지가 잠자고먹고서로 몸이 뒤엉켜서 엎드려 있거나바르게 앉은 모습 등 모든 순간들을 그림으로 남겼다이렇게 탄생한 회화와 드로잉들을 <Dog Days>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고 도록도 출판하며 자신의 사랑스러운 반려견을 불멸하게 하였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 그의 강아지 스탠리&부지사진출처리차드 슈미츠


▲ 데이비드 호크니강아지 스탠리&부지, 1853


데이비드 호크니, Dog Etching No. 12, from Dog Wall, 1998


데이비드 호크니, Dog Etching No. 1, from Dog Wall, 1998

 


화가들이 그린 대부분의 동물들은 자신과 교감을 했던 가족과도 같은 존재들이다직접 키운 동물은 아니지만 로제티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와 연관시켜 그 사람을 나타내는 상징성으로 표현하기도 하고호크니 처럼 자신이 힘들었던 시기를 함께 해준 감사하고 소중한 존재를 그림으로 영원히 남기기도 한다또한 로트렉 처럼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고 좋아하던 동물이 그림의 지속적인 소재가 되기도 한다이처럼 동물들의 존재는 아티스트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한 동반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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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허연재.테이스티 아트(Tastea Art): 미술사& 티(tea) 관련 강의 컨텐츠를 제작하며, 일상 속에서 예술을 통해 힐링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바라보니 어느새 내 맘에>2020 저자. / 브런치 @tasteaart / 인스타그램 @tastea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