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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를 위한 입문서 | ARTLECTURE

젊은 예술가를 위한 입문서

-ART & FEAR-

/Art & Preview/
by 최지규
젊은 예술가를 위한 입문서
-ART & F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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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극소수의 예술가만이 자신의 창작물로 먹고 살 수 있다. 즉 예술가가 된다는 선언은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항상 옆에 두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심장한 태도이기도 하다.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멋진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의 첫걸음을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가 이끌어 준다.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책이 있다. 예술대학 강의보다 예술가 지망생들에게는 더 와닿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Art and Fear』는 데이비드 베일즈와 테드 올랜드가 공동 집필한 책으로, 7년 동안 예술 창작에 대한 여러 대화와 논의를 엮었다고 한다. 예술이 존재하고 작동하는 원리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포기하는 본질적인 문제까지 탐구해 나간다. 즉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예술가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는 입문서이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극소수의 예술가만이 자신의 창작물로 먹고 살 수 있다. 즉 예술가가 된다는 선언은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항상 옆에 두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다는 의미심장한 태도이기도 하다.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멋진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의 첫걸음을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가 이끌어 준다.





예술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예술은 재능이 필수이자 우열을 정하는 척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노력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예술에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천재만이 예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천재들만 예술가로 기억되고 기록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예술가가 된다고 주장한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모차르트와 같은 천재 예술가는 극히 드물지만 좋은 예술 작품은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을 근거로 든다. 또한 결점이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인다.





대학 시절 나는 번역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오랜 시간 유학 생활을 한 교수님이 나에게 좋은 예술가가 되고 싶으면 노르웨이와 같은 먼 외국에 나갔다 오라고 조언했다. 이유가 조금은 의아했는데, 내가 굳이 예술을 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이었던 나는 항상 자신감에 찬 학생이었다. 미술 전공 수업 시간에 과제로 그린 작품으로 바라지도 않던 작가 데뷔를 하게 되었다. 또한 학과 성적이 항상 수석이었기에 장학금과 각종 지원금 그리고 작품을 판매한 돈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대학 생활을 보냈다. 사실 그때의 나는 작품에 대하여 전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미대생으로서 자유로운 대학 생활을 즐겼을 뿐이었다. 예술가가 될 필요를 못 느낄 만큼 낭만적인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를 읽고 난 후 비로소 나는 깨닫게 되었다. 번역 수업 교수님이 나에게 한 말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연고지가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온전한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순간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자기혐오를 경험하고 이러한 고통으로 자신만의 작품과 언어를 찾아보라는 의미였다. 예술 창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이러한 순간들을 거쳐야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업을 할 수 있다. 즉 너무나도 완벽한 조건에서는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다. 삶이 짜인 각본처럼 순탄하기에 자신에 대하여 고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외국에 나가지 못했지만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라는 재앙을 만났다. 그리고 내가 무력한 개인이자 특별함과 먼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코로나를 도망치듯 직장인이 된 나는 출근 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버스가 서울로 향하는 톨게이트를 지나자 문득 예술가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평범한 날의 일이었다.



재능이라는 덫과 완벽이라는 함정


한때 나는 타고난 재능에 의문과 아쉬움을 가졌다. 특히 입시 미술을 할 때는 이러한 생각이 정말 머릿속에 가득했다. 내가 다니던 예술고등학교에는 소위 말하는 실기 괴물들이 많았다. 나는 4시간을 필사적으로 그려도 도달하지 못하는 완성도를 몇몇의 재능 넘치는 친구들은 2시간 30분 만에 이룩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입시 미술로 한정하여 본다면 미술적 재능과 완벽한 그림은 확실히 존재한다. 하지만 입시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과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인 친구들 중 대부분은 예술가가 아닌 입시 미술 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모차르트>, 바바라 크라프트, 1819년작 / <자화상>, 레오나르도 다빈치, 1512년작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에서는 가진 재능이 얼마나 되는지 걱정하는 것보다 더 쓸모없는 흔해빠진 에너지 소모는 없다고 말한다. 만약 예술 창작에 있어서 재능이 전제조건이라면, 예술 작품이 훌륭할수록 창작하기가 쉽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자신만의 작품을 남기지 못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이 책의 작가는 재능을 단지 유혹하는 덫일 뿐이라고 말한다. 일시적으로 시선은 사로잡을 수는 있지만 본질적으로 관객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재능이 많고 적음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또한 예술 작품은 완벽하게 남은 고정불변의 상태가 아니다. 이 책의 작가는 훌륭한 작품을 완벽한 작품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예술은 인간이 하는 영역이기에 실수와 결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꼭 필요한 요소이다. 완벽을 요구하는 것은 마비 상태를 초래하기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뻔하게 만든다. 또한 예술 작품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결국 창작자는 자신이 결코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답이 존재하는 입시 미술에만 특화된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지 못하여 미술을 포기한다. 재능이라는 덫과 완벽이라는 함정에 스스로 빠져버린 것이다.


예술 창작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그리고 왕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완벽한 예술 창작이란 불가능한 개념이다. 창작이란 오늘의 작품 속 불완전한 요소를 씨앗으로 삼아 내일의 작품을 만드는 변화와 발전을 반복하는 과정이다. 단지 그뿐이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예술 창작은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답을 노래하는 행위이다. 그림 그리기를 어떻게 배우는지를 보여주는 언어는 있을 수 있어도, 자신의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말은 없다.


위와 같은 말을 들으면 왠지 예술 창작이 어렵고 두려운 일 같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쉽게 할 수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로 태어나고 모든 사람은 어린아이였던 시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술가이자 은퇴한 교수 하워드 이케모토가 자신의 딸에게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친다고 말하자, 딸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그에게 “그림을 그리는 법도 잊어버리나요?”라고 질문한 일화가 있다. 이처럼 예술 창작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고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행위이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스스로가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다. 그래서 많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자 예술가로 남지 못하는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범하다. 그리고 모두 일정 시간 이상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예술가로 살아갈 자질이 충분하다. 그리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고유한 인생을 살아왔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는 예술가 지망생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목소리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모든 사람에게 지혜와 용기를 준다. 불확실성을 딛고 자신만의 길을 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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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최지규 : 눈에 맺힌 동시대의 잔상을 그림으로 그리고 글로 남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