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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Boltanski, « Après » : 삶과 죽음의 거리 | ARTLECTURE

Christian Boltanski, « Après » : 삶과 죽음의 거리


/World Focus/
by 아트팩트
Christian Boltanski, « Après » : 삶과 죽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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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대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 1944- )의 개인전 « 아프레(Après)»가 파리 마리안 굿맨 갤러리( Marian Goodman Gallery)에서 개최되었다. 지난봄 코로나로 인한 봉쇄기간동안 새로이 작업한 설치, 조각, 비디오 작품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와 저변의 잠재의식을 탐구해보는 흥미로운 전시이다. ‘이후’를 뜻하는 « Après »는 내일이라는 희망찬 의미 보다는 볼탄스키의 전시 답게 사후를 말하며 이는 또한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남겨진 자들의 시간 이기도 하다. 지난해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의 대규모 회고전 « Faire son temps »에서 출발과 도착 이정표를 따라 인간 존재에 관한 지난 작품세계를 면밀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본 전시는 말 그대로 그 ‘이후’에 관한 이야기이다.

Après, 201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Les Linges,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흰 벽으로 둘러싸여 차가운 병원의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전시장, 하얀 천 들이 겹겹이 뒤엉킨 채   선반위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바퀴 때문인지 마치 아무도 없는 공간을 떠도는 유령들 같다.  생체 신호를 닮은 천장의LED 조명은 죽음의 무게 감 앞에서 우리의 무겁고 불안한 감정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흰색 천, 정확히 말하면 버려진 침대 시트는 성적인 메타포 이기도 하지만, 병원마다 넘쳐나는 환자로 병상이 모자라던 코비드19 상황이 떠오르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탁물(Les Linges)은 팬데믹에 대해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기 보다 오히려 터부시 되곤 하던 죽음이라는 주제가 이제는 일상으로 들어와 자연스럽게 얘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Les Esprits,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희미한 불빛 속에서 유령들 (Les esprits)이 출현한다.  아이들의 얼굴은 작가가 이전 작품에서 자주 사용했던 이미지들로, 오랜 시간이 흐른 후 회상하는 것 마냥 흐리다. 보통 유령이 그렇듯이 어둠이 짙어 질수록 모습이 선명 해 진다. 작가가 공간밝기, 동선까지 직접 연출한  전시는 하나의 공연처럼 작품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토탈 아트의 형태로 관람객의 시각을 자극하며 몰입감을 높인다. 최소한의 작품명이나 설명문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래서 텍스트를 통한 이해 보다는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 무엇인가 느낀다면 충분하다. 

 

지하 전시실로 향하는 통로에서는 점차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상영되고 있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이 영상은 퐁피두 센터에서 촬영된 것으로 Le Passage(2020)는 말 그대로 통로통과 등을 의미한다.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실은 채 하나 둘 사라져 간다. 




Subliminal,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이윽고 깊은 어둠 속에서 눈 앞에 더 없이 평화로운 네가지 자연 풍광이 나타난다잠재의식의(Subliminal)는 행복의 클리셰 영상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가공된 평화로운 장면들은 게티이미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 행복의 이미지들은 사실 무의식속에 잠재하고 있는 공포의 이미지를 숨기고 있다. 20세기 동안 실제로 벌어진 학살 장면들이 평화를 깨고 화면위로 불쑥 떠오른다. 작가 개인의 트라우마 이기도 하지만 이는 동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집단 무의식이기도 하다. 위층의 죽음이 개인의 기억과 관련된 개인적인 범주에 속해 있다면 이 곳에 이르러서는 집단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Les Vitrines,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예언자적인 Après(2016)가 밝히고 있는 신비한 푸른 빛 통로를 지나면 돌로 지어진 비밀스러운 공간에 당도한다. 엄숙함이 감도는 실내에는 흰 천이 담긴 관이 늘어서 있고영혼을 밝히듯 전구 하나가 은은히 빛 발하고 있다. 수의가 연상되는 흰 천은 다시한번 유한한 삶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켜준다. 그리고 전시 말미에 자리한 거울은 지나가는 이들을 말없이 비추며 죽음을 기억하라는 의미의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상기시킨다. 죽음에 관한 볼탄스키의 작품들은 친숙한 모습으로 낯설게 다가와 내밀한 관람객의 기억을 흔들어 깨운다. 


전시정보

Christian Boltanski 

Après 

2021년 1월 20일 – 3월 13일 

Galerie Marian Goodman


이미지 정보

1. Après, 201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2. Les Linges,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3. Les Esprits,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4. Subliminal,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5. Les Vitrines, 2020, Après 전시 전경, galerie Marian Goodma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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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보람_아트팩트-아트팩트는 미술사, 순수예술, 미학 등 예술 분야를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문화컨텐츠 제작 프로젝트 그룹이다. 아트팩트는 팟캐스트, 칼럼, 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탄탄한 관련 정보 수집 및 전공자들의 해석을 기반으로, 양질의 예술 정보를 대중들에게 전달하며, 대중적인 시각으로 예술을 사회적 논의로 풀어내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예술의 다양한 형태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예술에 관련한 풍부한 사회문화적 담론을 이끌어내 전공인과 비전공인 사이의 예술적 가교 역할을 추구하는 그룹이다. artfactproje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