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 이름만 들어도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가수다. 그런 그가 전시회를 열었다. 언제부턴가 가수 겸 배우, 영화감독 겸 화가, 소설가 겸 사진작가 등 예술 간 장르를 뛰어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주목받았다. 그중에는 솔지나 구혜선처럼 본인이 도전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사람도 있었지만, 원래 분야에 있던 사람들에게 밀리며 주목받지 못한 사람도 꽤 많았다. 그래서 나얼의 전시회는 가기 전부터 걱정이 반이었다. 그리고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간 전시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유나얼, 햇살벽>
먼저 나얼의 전시회는 사진전이다. 회화가 아닌 사진, 그것도 전문 카메라 장비가 아닌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었다는 것만으로 그가 얼마큼 힘을 뺐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전시회를 연다고 하면 너무 힘이 들어간 나머지 과한 퍼포먼스나 작품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히려 자신의 분야가 아니기에 담백하게 가려는 그의 모습은 우리가 무대에서 봐왔던 그의 모습과도 일치하는 것 같아 한편으로 안심이 됐다.

<유나얼, 에버랜드 방울>/ <유나얼, 빨노초>
사진전의 가장 큰 주제는 빛, 빛으로 인해 익숙해지고 또 낯설어지는 일상을 기록한 나얼의 사진들이 정렬돼 있다. 일상 속에서 낯섦을 찾는 건 삶에 대한 애정이고 사물과 사람에 관한 관심이다. 작가는 사진으로 남기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것들의 자꾸만 존재를 증명해주려 한다. 일상 속 특별함이란 말은 이미 진부한 표현이 돼 버렸지만 그 진부한 표현을 등에 업은 나얼의 기록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일상을 살아갈 힘을 준다.
<유나얼, 일본전철여고생>/ <유나얼, 7/11>
윤가은, 김보라 감독의 영화나 아즈망가대왕이나 아따맘마처럼 일상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들이 왜 재밌었는지를 떠올려보면, 단순히 촬영 기법이나 그림체가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들을 보여주고 그걸 본 사람들은 영화나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순간의 기억을 불러오기 때문인데, 나얼의 사진전의 최종 목표는 그런 점과 일맥상통해 있다. 특히 <빛물땅>이란 작품은 이 모든 사실을 함축한다.
<유나얼, 빛물땅> / <유나얼, 자리>
“자연과 사물과 사람이 있는 곳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찾는다.
그 순간들은 항상 곁에 있지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상일 뿐이다. …
빛은 세상을 비추고 나는 그 빛에 반응하고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그렇게 특별한 순간의 장면들은 태어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모두가 작가가 될 수 있다. 지나가는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의미를 부여할 때 나의 일상은 조금 더 특별해진다. 나얼의 사진전에서 매일 즐거울 순 없어도 매일 즐거운 일 하나씩은 꼭 있다고 말했던 한 만화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