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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가 말했다 "읽어라" | ARTLECTURE

천사가 말했다 "읽어라"

-이슬람 건축과 공예에 대하여-

/Art & History/
by 안노라
Tag : #이슬람, #건축, #공예
천사가 말했다 "읽어라"
-이슬람 건축과 공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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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오늘은 이슬람 미술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했어요. 우리에게 낯선 문화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서구 유럽보다 회화가 발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슬람 작품을 접하기 어렵지요. 물론 다 이유가 있답니다. 기독교를 이해하려면 성경을 읽어야 하듯, 이슬람을 이해하려면 꾸란이 담고 있는 기본 정신을 알아야 합니다...

 무함마드가 히라동굴에서 수행하다 천사 가브리엘의 음성을 듣습니다. 천사는 그의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나타나 무함마드에게 "읽어라"라고 말합니다.(이슬람 경전 '꾸란'은 아랍어로 '읽어라'라는 뜻입니다.)

 "전 글을 읽을 줄 모릅니다."라고 말하자 천사의 음성이 다시 들립니다. "읽어라."  

오늘은 이슬람 미술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했어요. 우리에게 낯선 문화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서구 유럽보다 회화가 발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슬람 작품을 접하기 어렵지요. 물론 다 이유가 있답니다. 기독교를 이해하려면 성경을 읽어야 하듯, 이슬람을 이해하려면 꾸란이 담고 있는 기본 정신을 알아야 해요.  

꾸란은 이슬람을 믿는 모든 신도들에게 있어 정수(精髓), 그 자체입니다. 글자를 변경해서도 해석해서도 안되지요. 꾸란은 번역하지 않아요. 이슬람은 그리거나 형상화하지 않고 글을 통해서만 신의 음성을 들려주고 모습을 보여줍니다. 신의 말씀을 귀한 종이에 쓰고 보석으로 장식합니다. 왕족이나 귀족 또는 세력가들이 2~3년 동안 세공사들을 고용하여 금박, 귀한 안료, 보석 장식 등으로 꾸민 화려한 꾸란은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인 동시에 신에게 복종하는 신실함과 겸손함을 보여 주는 것이었습니다.


금세공 꾸란



그런데 이 꾸란의 외경, 이슬람의 교리서, 하디스(전승)에 나오는 무함마드의 그림 금지 구절입니다.


"그림을 만드는 사람들은 심판의 날, 너희가 창조한 것들이 살아나게 하여 벌을 받을 것이다."


이슬람교에서 '창조'는 오로지 신의 영역입니다. 화가는 곧 창조자에 대한 은유였고 마지막 날, 신은 결단코 이들을 지옥에 던진다고 합니다.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 그건 절대 불가한 일이지요. 그것이 예언자 무함마드 일지라도 신성모독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사람의 목에 검은 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목에 검은 줄을 긋는 것은 '죽은 사람'임을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산 사람은 그려선 안되었으니까요.

                                          

<중세 그림, 연도 미상>


  

그래서 먼저 이슬람의 건축과 공예에 대해 몇 가지 나누겠습니다. 그림의 역사는 다음 번에 풀어 드릴게요. 시작해 볼까요?


726년, 동로마 황제 레오 3세가 내린 성상 숭배 금지령으로 크리스트교가 동. 서로 갈라지듯,  이슬람 미술은 회화의 창조성을 신의 영역으로 넘긴 뒤, 회화 대신 건축, 공예, 서예가 이끌어 갑니다. 이슬람의 기본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건축물 하나를 먼저 봅니다. 이슬람에서 최고의 종교 지도자를 '칼리프'라고 합니다. 정치 지도자는 '술탄'이라고 하지요.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제14대 술탄 아흐메드 1세가 1616년에 완성한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블루 모스크)입니다.


블루 모스크

   

사진만으로도 정말 아름답지요. 6개의 첨탑은 술탄의 권력을 나타낸 것이라고 하고, 하루에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절을 하는 예배를 상징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하는 교리 다섯 가지를 아시나요?


첫째는 알라 외에는 다른 신이 없다는 신앙고백 
둘째는 하루에 다섯 번 메카를 향한 기도 
셋째는 나보다 가난한 이를 위한 기부 
넷째는 일생의 한 번은 메카를 순례하는 것 
다섯째는 라마단(9월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은 금식하는 것)을 지키는 것이에요.

  

흔히들 이슬람 세계를 아주 작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만, 16세기까지 세계의 역사는 머리에 두건을 쓰고 사막을 종횡무진 누볐던 아랍과 이슬람 세계가 중심이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인도(무굴제국)를 포함, 중부 유럽(지금의 중동), 북아프리카, 심지어는 이베리아 반도까지 건너가 스페인을 자신의 발아래 두었던 거대하고 위대한 제국이었습니다. 이전의 페르시아 제국의 거버넌스를 그대로 흡수했지요. 이란은 과거 찬란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적자입니다. 현대 세계사에서 굴곡진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왜 그리 도도하고 콧대 높은지 아시겠지요? 서구가 중세 천년의 암흑기를 지나는 동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배양한 아랍 문명은 과학과 수학, 천문학 등 많은 부분에서 세계 문명을 진두지휘했습니다.

  

대항해 시대, 쉽게 말하자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에르난도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잉카, 마야, 아즈텍이 있는 중남미 대륙에 상륙하고 난 뒤, 역사는 몸을 뒤채어 자리를 바꾸게 되지요. 금을 비롯해 상상을 초월한 대륙의 자원이 유럽에 쏟아지게 됩니다. 그걸 기반으로 지금의 서구 문명이 근, 현대를 쥐락펴락하게 된 것이에요.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서구 중심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한 우리들이 갖는 편견인 경우가 많아요. 어쨌든, 이때 카카오 열매를 먹어 본 코르테스가 유럽에 이 것을 들고 와 설탕을 가미한 것이 초콜릿입니다. 커피도 이슬람의 문화랍니다.


자 이제 우리들이 익히 아는 건축물을 하나 더 볼까요?


알람브라 궁전

  

기타 연주로 먼저 기억하는 알람브라 궁전입니다. 스페인 그라나다에 있는데, 개인의 호불호를 뛰어넘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지요. 그라나다는 기독교 문화, 이슬람 문화, 토착문화 등이 섞여 깊이 있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산재해 있습니다. 스페인에 걸출한 예술가가 많이 등장한 것은 이런 역사적 DNA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견고하고 위대한 왕조였던 에스파냐(스페인)는 칼레 해전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무릎 꿇으며 서서히 침몰해 가기 시작하지요.

  

인도의 이슬람 건축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인도도 오랜 기간 이슬람 지배를 받았습니다. 무굴제국(1526~1857)이라고 들어 보셨지요? 무굴제국의 다섯 번째 황제인 샤 자한이 사랑했던 아내 뭄투즈 마할을 기리며 세운 아름다운 궁, 타지마할입니다. 그녀는 열네 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던 그는 아내를 잊지 못하고 이 전설적인 궁을 지었지요. 전 보지 못했습니다만, 이슬람 문화의 우미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이 타지마할을 완성한 뒤 샤 자한은 건축에 참여한 장인들의 손을 다 잘랐다고 해요. 다시는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려고요.


타지마할 정면(좌)과 현관(우)

    

그래서인지 샤 자한은 권력욕이 강한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아그라 성에 감금되었다 죽습니다. 역사 이면의 이야기가 몹시 흥미로와요. 인도의 최대 판도를 형성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이루었던 아우랑제브가 죽자마자 인도는 끝없이 추락합니다. 이 타지마할은 영화 <슬럼 덕 밀리어네어>에서 박제되가는 유물처럼, 관광객의 전유물이 되어 나옵니다. 이 궁의 현관 건축물 꼭대기의 장식은 이 궁이 22년 동안 지어진 것을 나타냅니다. 스물 두 개예요.

  

아, 그리고 옛 왕궁 문양 속 보석은 지금처럼 이미테이션이 아닙니다. 진짜 진주, 사파이어, 루비, 토파즈, 금, 은 등으로 박은 리얼(^^) 보석입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물론 지금은 다 유리지만요. 여러분들이 유럽 가실 때, 꼭 들러보시는 소피아 성당도 마찬가지예요.


<슬럼 덕 밀리어네어> 후반부입니다. 타지마할이 나와요.

   

역사를 설명할 때, 그림이나 영화는 무척 요긴한 교재예요. 입체적이고 다양한 관점의 전달이 가능한 방법이죠. 특히 시대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를 이해하게 해 준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인종적, 종교적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시위와 데모가 빈번하고 테러의 위험도 그 어느 때보다 높죠. 그럴수록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문화와 종교에 대해서 알아봐야 하는 것 같아요. 이해와 공감은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이제 이슬람의 공예품입니다. 금과 은 등 다양한 재료가 쓰였지만 당시 유리는 보석만큼의 귀한 공예 재료로 인정받았습니다. 빛나면서 사치스럽지 않기 때문이지요. 요즘은 유리를 돌멩이처럼 취급하지만, 한때 어마어마한 몸값을 가진 귀물이었답니다. 빈 박물관에 갔을 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유리공예품이 옛 영화를 그리워하며 전시실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어요.(사진 찾기가 힘들어 핸드폰에 있는 몇 장 올립니다)

  

꾸란은 "은 그릇으로 밥을 먹는 자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로 인간의 사치를 경계했습니다. 지금 아랍의 부호들이 명품 소비의 60% 정도를 차지한다니 무함마드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이슬람의 유리, 은과 보석 공예품

    

서유럽의 왕이 자신을 드러내고자 화가들에게 초상화를 주문했다면 술탄은 '투우라'라는 인장으로 자신의 권력과 자비를 나타냅니다. 이슬람 회화사 올릴 때,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릴게요. 인장은 상징물입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히자면 서유럽에선 11세기의 베네치아에서 시작했습니다. 베네치아 상인들의 인장은 황금사자였어요. 성 마르코 성당(성경 4대 복음 저자, 마가를 말합니다.)에 가시면 정면에 날개달린 황금사자가 위용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베니스(베네치아) 영화제의 최고 상이 황금사자상입니다.


참고로 중세의 도상(圖像)에서 성경 4대 복음의 저자인 마태(마태오)는 천사, 누가(루카)는 황소, 요한은 독수리로 상징합니다. 신의 나라를 독점했던 중세 시기에 인간의 길을 닦은 근대를 견인한 힘은 황금사자의 어깨였습니다. 베네치아의 막대한 부가 메디치가를 만들었으니까요.


  

가외의 얘기입니다만 메디치가의 막대한 부는 베네치아를 낭만과 예술과 무용담이 넘치는 도시(당시는 나라일 때도 있었고요.)로 만들었습니다. 축제와 파티가 끊이지 않는 환락의 도시였지요. 무수한 사생아가 생겨났어요. 수도원 뒷 담벼락에 아이를 넣는 구멍이 있답니다.(아직도 남아있어요.) 이 구멍에 아이를 넣어두면 수녀님들이 키웁니다. 이들이 수녀원에서 성장하며 성가대를 구성했지요. 이 고아들을 데리고 맘껏 음악적 실험을 한 작곡가가 비발디예요. 비발디의 사계는 모두 아시지요?

  

이제 술탄의 인장을 볼까요?



술탄의 인장들


  

유럽의 13~14세기는 높은 고딕의 첨탑 아래 신비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빛을 뿌리고, 가슴으로 부터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위엄 있고 고뇌에 찬 성부와 성자들이 주인공이었습니다. 동시대에 이슬람 사원은 영원을 상징하는 아라베스크로 장식됩니다. 현생이란 부질없고 모든 인간은 죽으며 신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라베스크 같이 끝없이 반복되는 이상적이고 기하학적인 무늬가 무슬림의 감성에 더 부합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특히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성상(聖像)을 완전히 금지합니다. 무함마드의 얼굴도 그리지 않아요. 현재도 영화나 그림에서 무함마드가 나올 때는 목소리나 불꽃으로 상징합니다. 그들에게 형상은 우상과 같은 이름이에요.

  

그런 문화 아래서 직물, 즉 양탄자가 유행합니다. 세계 어느 유목민들에게나 바닥의 깔개란 보온과 신분의 차이를 드러내는 유용한 수단이었지요. 알라딘에서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랍니다. 지금까지도 가내 수공업으로 짜는 터키 양탄자는 국가적 자부심입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조금 지루한 면이 있지만 그들에게 이 문양은 신에게 가는 기도와 같았어요.


페르시아 양탄자


대부분 역사를 무척 어렵게 생각하세요. 아마 암기해서 시험을 치기 위해 외우고 또 외웠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 국사나 세계사가 필수 과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에요. 제 밥벌이 때문이 아니라 역사란 그 자체가 위대한 텍스트거든요. 어떠한 사건이든 온전한 자리매김을 하려면 역사라는 저울 위에 무게를 달고 길이를 재 봐야 해요. 우리의 삶이 단독자이면서 관계자이듯, 역사란 개별적 사건이자 살아있는 모든 것과 관련된 상수거든요.

다음번에는 이슬람 회화사를 다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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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안노라_역사를 그림으로 푸는 안노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