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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곳에 머물기 | ARTLECTURE

바라보는 곳에 머물기

-Beya Rebaï 의 그림과 함께-

/Artist's Studio/
by 이한나
바라보는 곳에 머물기
-Beya Rebaï 의 그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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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우리는 그녀의 그림 속에 머무르며,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있는 자연물들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고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색깔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글을 읽은 이들 모두가 자신의 시선이 머무르는 그림 안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견해가 들어간 글이며, 위글에 사용된 모든 그림의 출처는 Beya Rebaï 공식 사이트 입니다. 글과 이미지의 무단 도용을 금합니다.

*사진 출처:https://beyarebai.bigcartel.com/



<Tall grass>, Wax crayon on paper, A3 size, 2019 / ©Beya Rebaï


 

키가 큰 풀과 꽃으로 채워진 드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여자가 있다. 여러가지 색의 식물들, 저 멀리 보이는 산, 하늘, 그리고 들판 한가운데의 여자로 이 그림은 구성되어 있다. 그림을 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채롭다`는 인상을 받을 것이다. 허리춤까지 오는 풀들의 색을 천천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른 초록빛 사이에 하늘빛과 분홍빛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줄기 색으로 볼 수 없는 짙은 푸른빛의 색도 있다. 위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Beya Rebaï (b.1955)의 작품이다. 그녀는 어떻게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색을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그림과 함께, 그녀가 풍경을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Beya Rebaï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녀는 1995년 파리에서 태어났으며 벨기에 브뤼셀에서 일러스트를 3년간 공부하고 이후 파리에서 일러스트 박사과정을 밟았다. 앞서 소개된 그림과 이후 소개될 그림을 보고 알 수 있듯이 그녀는 특히 ``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작업한다. 그녀는 스스로 1888-1900년도에 인상주의에 염증을 느낀 파리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나비파`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에 자신의 시야가 제한되지 않도록 하며, 풍부한 색을 더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린다.

 

<TROUVEZ L'ABEILLE>, Wax crayon on paper, A4 size, 2019 / ©Beya Rebaï

 


그녀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현재 그녀가 세상을 바라보고 색을 느끼고 이해하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그녀는 예술을 사랑하는 부모님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였는데, 항상 각 지역에 있는 뮤지엄에 가서 작품들을 관람하였고 그 행위를 `의무`로 느끼지 않았고 정말 `사랑`했다. 또한, 부모님은 Beya에게 그들이 뮤지엄을 더 관람하고 돌아올 때까지 작품 모작을 시키셨고,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쯤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자신을 수많은 사람이 둘러싸고 구경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렇다. 그녀의 삶에는, 의무적 관찰의 순간이 아닌, 이런 진심 어린 `몰두의 순간`이 꽤나 많았던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음을 모를 만큼 어떤 것에 몰두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몰두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영국의 비평가 `존버거`가 그의 저서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에 저술한 내용을 가져와 보았다.

 

P.103

 

지난주에 나는 대부분 꽃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식물학 또는 미학과는 거의 상관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나는 자연의 형태들-나무, 구름, , 돌멩이, 꽃 같은 것들 -이 그 자체로 어떤 메세지로 보여지고, 그렇게 인식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로 옮길 수 없는 메세지, 딱히 우리를 향해 던져진 것도 아닌 메세지였다. 자연의 외양들을 텍스트로 `읽어내는`일이 가능할까.

 

그 작업에서 신비스러운 면은 하나도 없었다.

그건 어떤 에너지가 지닌 서로 다른 리듬과 형태에 반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몸의 활동이었다.

 

나는 그 리듬과 형태들이,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닌 어떤 언어로 쓰여진 텍스트라고 상상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 텍스트의 흔적을 쫓는 동안 나는 내가 그리는 대상과 한몸이 되었고, 그것들이 쓰여진언어, 한계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그 모국어와 하나가 되었다.



 

<The Blue Road>, Wax crayon on paper, A4 size, 2019 / ©Beya Rebaï


 

존버거의 저술에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마지막이다. '한계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대상과 하나가 되었다'는 내용 말이다. 어쩌면 몰두라는 것은 그의 말처럼, 대상을 면밀히 탐구하는 것을 넘어 대상과 하나가 된 경지가 아닐까. 그림을 바라보며 그 그림의 형태와 구성, 색을 분석하기보다는 그림 속에 존재하는 것. 풍경을 바라보며 바라보는 지점에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연인의 행동과 말들로 그의 감정을 분석하기 보다는 그가 되어보는 것. 이런 것들이 진정한 몰두가 아닐까 싶다.

 

다시 그녀의 그림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그녀는 자신의 시선이 머무르는 지점에 진정으로 몰두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주로, 갔던 곳의 사진을 찍어두거나 간단한 스케치 해둔 후에 그것을 보며 작업을 한다. 이미지를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지 않는다. 그 이미지 속에 존재했던 자신의 그 당시 감각을 최선을 다해 느낀다. 사진 혹은 스케치 속의 풍경과 작가의 육체는 시간으로 분리되었으나, 정신적으로는 합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LA NUIT>, Wax crayon on paper, A4 size, 2019 / ©Beya Rebaï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 또한 진심으로 몰두한다면, 그 속에 머무를 수 있다. 시선을 잠시 그림에 집중시키고 그곳을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공간이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객체들(자연 혹은 사물)의 객관적인 모습을 불러와 그림 속의 공간과 같이 구성해보고 구성된 공간을 최대한의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그림 속에 머무르며, 변함없이 늘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있는 자연물들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자연의 에너지를 느끼고 마음으로 대상을 바라보며,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색깔을 발견하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글을 읽은 이들 모두가 자신의 시선이 머무르는 그림 안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Reference

- Interview with ‘The Extravagant’ (2019.04)

https://www.theextravagant.com/lifestyle/art-culture/the-art-of-beya-rebai/

작가 공식 홈페이지 정보

http://www.beyarebai.com/abou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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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