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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평가 혹은 좋은 사진의 기준 | ARTLECTURE

사진에 대한 평가 혹은 좋은 사진의 기준

/Artist's Studio/
by 비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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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비두리의 사진이야기는 사진에 대한 평가 내지 좋은 사진의 기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아래 사진은 미국 블로그 사이트인 Live Journal의 500px 계정에서 선정된 2011년 3월 27일 자 'Fresh photos'이다. 최신의 사진 중 가장 최신의 사진('Fresh photos' of 'Fresh photos')을 뽑는다고 할까. 500px에 올라온 사진 중에 일부를 선정해 날마다 공개한다. 그중 내 사진이 마지막에 걸렸다.


외국 사진 사이트를 하면서 느낀 점은, 사진을 보는 시각과 기준이 국내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던 사진이, 외국에선 다른 대접을 받는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많이 보아왔고 눈에 익은 것들은 볼거리가 적고 그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외국의 이국적인 풍경이나 낯선 모습들은 시각적 충격이 더 있기에 그 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걸로 판단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 사진 보는 눈이 낮고, 외국에서 사진 보는 눈이 높다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사진 사이트마다 나름대로의 사진을 보는 기준과 사진을 판단하는 평가요소가 있다. 아주 기본적인 요소부터, 주관적 의견에 이르기까지 그 요건은 참 다양하다.


미학, 분위기, 스토리, 이 3가지를 중시하고, 이에 부합되지 않는 사진을 미발행하는 1X.COM의 경우, 사진을 판단하는 요소가 매우 뚜렷하고 확고하다. 전문가를 통해 선정되는 네이버 오늘의 포토의 사진이더라도, 1X.COM에선 발행되지 않을 수 있다.      




[연작] 일하는 부모님, 2009, photo by 비두리


단절, 2009, photo by 비두리



우리나라의 정서와 정치적인 상황 등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위 두 사진이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미학, 분위기, 스토리'를 읽어내기에는, 그 이전에 읽어야 할 '코드'가 있다. 그 '코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무슨 사진인지 잘 모르게 된다.


1X.COM에서 사진이 발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이유는 없다. 네이버 오늘의 포토에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사진이라고 보는 것도 아니고, 1X.COM에 선정되야만 좋은 사진이라는 것도 아니다. 반면, 뛰어오는 강아지를 찍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경우, 1X.COM에서 발행됐고 네이버 오늘의 포토가 됐다.   


사진에 대해 전문 스크리너들의 평가를 거쳐 발행되는 1X.COM의 사진은, 500px의 운영진이 선정하는 'Editors' Choice'에 비해 쉽게 선정되는 걸까?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진을 500px에 올린다면, 과연 'Editors' Choice'에 선정되는 걸까?



500px의 'Editors Choice'에 선정된 [연작]동물원의 사진, photo by 비두리


내 대답은 "별개"이다.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500px의 'Editors' Choice'는 500px의 에디터들의 의해 평가된다. 그 나름의 원칙과 기준이 있다. 1X.COM과 500px 양쪽 다에서 선정되는 사진도 있고, 한쪽에서만 선정되는 사진도 있다. 모두 선정된다면 좋은 사진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1X.COM에서 선정되지도 못하고, 500px의 'Editors' Choice'에도 선정되지 못했다고 해서, 좋지 않은 사진은 아닐 것이다.


사진이 선정되는 기준을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홍희 사진가님의 네이버 오늘의 포토 심사평 중 일부를 옮겨본다.


선정된 사진은 좋은 사진이다. 그렇다고 선정되지 못한 사진이 좋지 않기 때문에 선정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면은 한정되어 있고 시의성이나 여러 가지 조건 때문에 선정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얼마든지 있었다.

나는 사진을 전공한 사진가로, 문학을 공부한 글 쓰는 작가로, 세상의 이치를 따지는 철학 전공의 학도로서 많은 사진들을 찍고 또 접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절대 기준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절대 기준, 그것이 진리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 궁금해서 국내외의 네 개의 대학을 옮겨 다니면서 사진과 철학과 문학과 자연을 공부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내가 얻은 것은 결국 세상에는 아무것도 명쾌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아무도 명쾌한 진리를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쓴 책 <나는 사진이다>의 첫 장에 ‘즐겁지 않으면 사진이 아니다’라는 극언까지 하게 되었다. 삶의 주인공은 나이고 우주의 축도 바로 나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과 반응할 때 셔터는 끊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응 없이는 촬영이 없다. 나는 이것을 “공명”이라고 말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진동한다. 무릇 모든 죽은 것도 진동한다. 셔터가 끊기는 순간은 공명하는 순간이다. 당신이 셔터를 끊으면 살아 있는 모든 것과 모든 죽은 것들이 공명한다. 죽은 것을 살리는 것도 당신이고 살아 있는 것들과 공명의 행복을 느끼는 것도 당신이다. 그리고 대상도 당신에게 답한다. 진동으로 답하고 공명으로 응수한다. 그런 순간이 바로 셔터를 끊어지는 순간이다. 이 공명의 순간을 접해 본 사람들이 산 것과 죽은 것에 렌즈를 들이댄다. 공명하고 싶고 공명 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사진은 상을 받기 위해 찍는 것이 아니다. 즐겁기 위해 찍는다. 당신이 즐겁고, 당신의 사진을 보는 내가 즐겁다. 당신의 카메라가 진동하고 대상이 진동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없던 나도 진동한다. 모두가 다 공명이다.

- 네이버 오늘의 포토, '즐거운 시간'에 대한 심사평 중, 김홍희 사진가님, 2009.7.8


사진을 하면서, '평가'나 '상' 같은 것에 얽매일 때면, 언제나 꺼내서 읽는 참 좋은 글이다. 김홍희 사진가님도 지적하듯,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는 점이다. 사진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평가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한 사진에 대한 평가는 분분하다. 진지하게 임하는 사진가의 사진은 그 사진가의 주관이 다분히 들어가 있다. 그리고 감상자 역시 주관적인 입장에서 사진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사진에 대한 최소한의 객관성은 존재한다. 형식적으로도 가능하고, 내용적으로도 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모두 다 따르게 할 수 있는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자신의 사진이 어딘가에 선정되고 상을 받는 것은, 정말 축하하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선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좌절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 사진이 평가의 기준과 원칙이 다른 곳에서는,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지금 자신의 사진 작업이,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고, '왜 사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한발 더 먼 앞을 내다보십시오. 당신의 사진을 알아줄 누군가가, 미래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 대중들의 평가, 자신의 평가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시길 바랍니다. (201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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