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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Parr: Global Warning》 : 퀜틴 바작(Quentin Bajac) 인터뷰 | ARTLECTURE

《Martin Parr: Global Warning》 : 퀜틴 바작(Quentin Bajac) 인터뷰


/World Focus/
Tag : #Photography
《Martin Parr: Global Warning》 : 퀜틴 바작(Quentin Bajac)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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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하얗게 센 사진가가 바퀴 달린 보조기를 밀며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그는 가끔 목에 걸고 있는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고는, 다시 천천히 나아가기를 되풀이한다. 갈매기 울음소리와 미스테리한 배경 음악 사이로 끼어드는 셔터 소리는 화면 속 순간을 진지하면서도, 어쩐지 웃음을 짓게 만든다.


리 슐만(Lee Schulman)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I Am Martin Parr」(Dogwoof, 2024)의 한 장면은 영국 사진가 마틴 파(Martin Parr)가 달려 온 사진 인생을 상징하는 듯 느껴진다. 마틴 파는 1960년대에 사진을 시작해 평생을 다큐멘터리 사진에 정진했다. 소문난 일 중독자이기도 한 그는 끊임없이 사진을 찍었고, 100권이 훌쩍 넘는 사진집을 출판할 정도로 충실하며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부인이었던 수지 파(Susie Parr)는 암 투병 중이던 작가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렸다고 느낀 순간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때는 다름 아니라 그가 병동 간호사와 의사들 사진을 찍었을 때였다.


프랑스 파리의 쥬드폼 국립미술관(Jeu de Paume)에서 《Martin Parr: Global Warning》(2026.1.30~5.24)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겨울, 작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며 예상치 못한 유고전이 된 이번 전시는 180여 점의 작품을 5개 섹션으로 나눠 정리했다. 작가와 함께 전시를 준비한 쥬드폼의 디렉터 겸 큐레이터 퀜틴 바작(Quentin Bajac)을 인터뷰한 내용을 여기 정리하였다.


Image Credit: Cozumel, Mexico, 2002 © Martin Parr / Magnum Photos, courtesy Galerie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Q1. 전시를 5 섹션으로 나눴다. 'Leisure & Wastelands' 시작해 'Small World', 'Last Chance to Buy!', 'The Animal Kingdom' 거쳐 'Technology Addiction'으로 끝나는데, 섹션은 서로 독립적이기보단, 복잡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느껴진다. 레저와 여행, 그리고 소비문화는 교통수단과 스마트폰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증폭했다고 있을 테다. 기술은 많은 여가와 소비를 가능하게 주었고, 이는 많은 여가와 소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술 발전의 기폭제가 되었다. 동물원 혹은 반려동물처럼 인간과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는(혹은 소비하는) 문화 또한 앞선 톱니바퀴 사슬에서 멀지 않아 보인다. 섹션 주제를 어떻게 정하게 됐을까?


A1. 처음 세 개의 주제를 선정한 이유는 명백한데, 소비주의(consumerism)는 마틴 파가 평생 집중해 온 주제이며, 관광(tourism) 문화 또한 여러 권의 사진집을 통해 계속해서 이야기해 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The Animal Kingdom'과 'Technology Addiction'은 (마틴 파의 사진이 보여주는 풍경에 관해) 이전과는 또 다른 논의를 불러 올 거라고 생각해서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과 사람과의 관계를 탐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았는데, 마침 작가 또한 비슷한 주제의 사진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동물과 사람에서 자연과 사람, 자연물과 인공물의 관계까지 우리가 더 넓은 범위로 시야를 확장하여 탐구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해 주었다. 'Technology Addiction'은 원래 그가 찍은 자동차 사진들을 보며 선정한 주제인데, 단순히 차에 그치지 않고 우리 일상에 파고들어 삶의 방식과 태도, 행동까지 변하게 만드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이 마지막 주제는 마틴 파가 남긴 세상 풍경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류학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연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Q2. 전시 카탈로그에 글을 작가들이 지리학, 인류학, 사회학 그리고 과학사(a geographer, an anthropologist, a sociologist, a historian of science and life sciences)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마틴 파의 사진을 보며 생각을 풀어 놓을 있다는 , 그의 작업이 그만큼 폭넓은 세상을 담고 있다는 뜻인 듯하다. 전시를 총괄한 큐레이터로서 마틴 파의 이미지가 보여 주는 세상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할 있을까?


A2. 마틴 파의 이미지는 (어렵지 않아 보여서) 대다수 사람이 자기도 쉽게 비슷한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게 한다. 이는 서구의 대중이라면 쉽게 캐치할 수 있는 (사진 속의) 사소한 일상적 특징 때문이기도 하고, 아마추어나 스냅 사진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컬러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프레임 안에 유머가 담겨 있는데, 이는 단지 웃음으로 끝나는, 단순히 매력적인 사진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작가에게 유머는 보는 이의 관심을 빠르고, 즉각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도구였다. 그의 사진 속 풍경이 즉각적으로 보이는 유머를 넘어, 처음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충격적인 세상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파가 보여 주는 세상의 풍경은 때때로 두렵기까지 하다.



Image Credit. Dorset, England, 2022 © Martin Parr / Magnum Photos, courtesy Galerie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마틴 파의 사진에는 눈에 보이는 스타일이 있다. 강렬한 색감과 플래시 조명이 선사하는 느낌은 즉각적이다. 그런데 그의 사진에는, 때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보이는 것보다 조금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퀜틴 바작은 마틴 파의 사진을 일종의 소박한 사회 운동(a sort of unassuming activism)이라고 표현했다. 작가의 기록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겠다. 유머와 아이러니, 모순은 파가 기록한 세상을 규정지을 수 있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는 자신이 생각한 바를 사진에 담되 이를 강요하지 않았고, 어떠한 도덕적 우월감이나 특권 의식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틴 파에게 사진은 자신이 만난 세상을 충실히 기록하는 일일뿐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도구는 아니었다.



Q3. 비슷한 사진을 찍을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답변에서 보듯, 파의 사진은 표면적으로는 평범할 있다. 강렬한 색감의 이미지는 때로 조악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사진이 색상 하나, 구성 요소 하나도 빼거나 더할 없이 완벽하다는 누군가의 평가도 있듯이, 첫인상 뒤로 펼쳐지는 그의 사진 세계는 훨씬 깊은 듯하다. 그의 작업이 상업 갤러리뿐만 아니라 미술관 전시까지 아우르며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이러한 힘의 바탕은 무엇일까?


A3. 대표적인 그의 사진들은 확실히 매우 빠르게 보는 이를 끌어들이고, 시선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우리가 이미지가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걸 알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단 몇십 분의 일 초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았다. 일종의 시각적 효율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보면, 그의 사진이 첫 느낌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풍부한 이미지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마틴 파가 찍은 사진은 (첫인상과 그다음이 서로 다른) 두 가지 효력을 발휘한다.


Q4. 작가에게 다큐멘터리 장르는 사진의 전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는 심지어 쓰레기(trash)에서조차 아름다움을 건져내는 일이 사진을 찍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파는 또한 사진가가 갖춰야 가장 중요한 덕목 - 자신만의 관점(his own perspective) 뚜렷한 목표 의식 - 명확히 갖고 있었다. 그를 통해 젊은 사진가들, 특히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A4. 자신을 믿고, 대상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설사 그것이 너무 평범하고 가치 없어 보일지라도 말이다. 마틴 파에게 가치 있는 피사체 혹은 가치 없는 피사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또한 아직 사진에 담지 않은 피사체가 무척 많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믿어라. 시간은 좋은 사진에 무게를 더하며,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진은 더욱 나빠 보이게 만든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보여주되 증명하려 하지 않는 다큐멘터리의 원칙을 믿길 바란다.

평생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어온 마틴 파에게 마주한 세상을 기록하는 일은 살아있는 동안 해내야 할 유일한 소명 같은 거였다. 그만큼 다큐멘터리 사진을 하는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일 또한 중요하게 여겼는데, 재단(Martin Parr Foundation)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사진가들을 지원하고, 작업을 아카이빙 했다. 작가는 이 또한 자신이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중요한 유산으로 생각했다.


Image Credit. Benidorm, Spain, 1997 © Martin Parr / Magnum Photos, courtesy Galerie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Q5. 슬프게도 이번 전시가 유고전이 되었다. 함께 전시를 준비할 작가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또한 쥬드폼 국립미술관이 전시를 준비하며 중요하게 고려한 무엇이었을까?


A5. 파는 자신의 사진을 좀 더 정치적인 색채를 띤 전시로 선보이겠다는 아이디어를 매우 흥미로워했고, 심지어 꽤 흥분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번 전시가 가장 잘 알려진 사진들만 모아서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시기의 작품을 아울러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또한 지난 10년에서 15년 사이 찍은 비교적 최근 사진을 상당수 포함해야 한다는 점도 관철했다. 덕분에 이번 전시는 그가 오랜 세월에 걸쳐 몇몇 주제를 계속 반복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게 변화해 온 과정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본래 모습과 다르게 (너무 정치적이거나 의미를 띈 것으로) 보이는 건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투쟁적인 사진가도 아니고,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작가도 아니며, 자기 작업은 그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라는 걸 강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에 담긴 대상과 주제, 그 안에 담긴 불안하고 비판적인 측면을 탐구하는 걸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다소 황폐해진 현대 사회의 모습을 종종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관람객이 사진을 보며 즐긴 후에는 세계의 현재 모습에 대해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전시장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게 작가가 자기 작업에 기대했던 바와 일치할 것이다.


Q6. 사진은 때로 카메라 앞에 놓인 풍경을 담는 아니라 셔터를 누르는 작가를 담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파의 이미지들 또한 그의 자체를 닮은 듯하다. 마틴 파의 사진은 작가 자신이며, 반대 또한 마찬가지인 같다.


A6. 사진은 그의 삶 초기부터 함께해 왔다. 진정으로 그에게 사진은 천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파에게 사진은 세상, 그리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이었고, 세상과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도 자신만의 (적절한) 자리를 찾는 방법이었다. 작가는 자신이 찾은 자리, 오만하지 않으면서도 매우 인간적인,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비판적인 거리를 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Image Credit. Las Vegas, Nevada, USA, 2000 © Martin Parr / Magnum Photos, courtesy Galerie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Q7. 작가는 그가 남길 유산(legacy) 하나로 영국 사회를 담은 아카이브를 꼽았다. 한데, 작가의 바람과 달리, 그의 유산은 영국을 넘어 세상을 기록한 아카이브가 되었다고 느낀다. 심지어 영국에서 찍은 사진들만 보아도, 안의 메시지는 이미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섰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을 향해 던지는 경고(Warning) 글로벌(Global) 이유 또한 그런 아닐까? 당신이 생각하는 파의 유산은 무엇일까?


A7. 마틴 파는 영국인이었고, 세월이 지나며 세계 시민이 되었지만, 시적인 방식으로 조국에 대한 애착을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영국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특권을 가진 세상에 살고 있음을, 그리고 자기 사진이 오직 일부분의 세상과 삶의 방식을 기록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또한 누구도 자신처럼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방식으로 세상을 기록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마틴 파 재단의 운영을 보면 작가가 남기고자 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재단은 파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영국 사진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데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마틴 파의 사진은 한편으로는 작가가 속해 있는 절반의 세계(Global North)에 의미를 줄 수 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맞은편 절반의 세상(Global South)에는 앞서와 다른 의미로 다가설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처럼 간단한 이분법으로 세상을 감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출발점은 될 수 있겠다. 인터뷰를 위해 파의 사진을 다시 보고, 그가 했던 말들을 찾아 읽고, 그를 알았던 이들의 추억을 들으며 떠오른 단어는 '한결같음'이다. 이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50여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세상을 담았다. 그 기록이 쌓여 시대를 담은 아카이브가 되었고, 사진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응축되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되었다.


처음의 영화 장면으로 돌아가 보자. 잠시 손을 놓고 사진을 찍는 동안 바람에 밀려간 보조기가 혼자 굴러가기 시작했다. 잽싸게 사진을 찍은 파는 허둥지둥 멀어지는 보조기를 붙잡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다시 천천히 걸어갔다.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보이는 한순간은 파의 사진이 품고 있는 유머와 아이러니, 안에 담긴 희극과 비극을 동시에 보여주며, 수영은 몰랐지만 바닷가를 좋아했다는(a beach lover) 작가에 대한 추억은 마치 그의 사진 장면 같은 유머를 품고 있다. 어쩌면 그의 이미지는 정말 그의 자체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Image Credit. Benidorm, Spain, 1997 © Martin Parr / Magnum Photos, courtesy Galerie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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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운은 이미지를 만나며 떠오른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보다 보고 읽는데 더 큰 흥미를 갖고 있으며, 뉴욕에 있는 사진 전문 갤러리 탐방기인 『뉴욕, 사진, 갤러리』(2021)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