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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세우다 | ARTLECTURE

언어를 세우다

-로버트 스미스슨 - 2편-

/People & Artist/
by 학연
언어를 세우다
-로버트 스미스슨 -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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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LIGHT


1편에서 살펴본 스미스슨의 대지 미술은 자연의 시간성과 엔트로피를 통해 완결된 형태와 순수한 질서를 거부하는 실천이었다. 로버트 스미스슨은 대지 미술뿐만 아니라 텍스트와 언어가 등장하는 작업으로도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는 1960년대 당시에 어떻게 언어의 역할을 새롭게 제시하였을까? 이제 2편에서는 스미스슨이 언어를 어떻게 하나의 풍경이자 사건으로 다루었는지, 그리고 그의 언어 작업이 1960년대 개념미술과 언어 기반 작업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작품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언어를 보는 것읽는 것

 

스미스슨은 자연과 엔트로피에 대한 관점을 언어에도 적용했다. 1960년대 후반, 그는 시각 예술에서 설명이나 해석의 도구로 여겨졌던 언어를 물질적이고 시간적인 현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그 전환점 중 하나가 그의 글 Language to be looked at and/or things to be read이었는데, 이는 1967년 뉴욕의 Dwan Gallery에서 열린 동명의 전시를 위한 보도자료였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그는 언어와 조각의 위치를 뒤바꾸었다. 기존의 예술 문법에서 조각이 바라봄(looked at)의 대상이고 언어는 읽을(read) 대상이었다면, 이제부터 언어와 텍스트는 조각이나 회화, 설치 작품들처럼, 심지어는 대지 미술과 같이 작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에서 그는 언어가 하나의 안정된 의미 체계를 형성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맥락과 층위 사이에서 흔들리는 상태로 존재한다고 말한다. 언어는 문자적 의미와 은유적 의미 사이에서 작동하고 단어의 힘은 그것이 놓인 맥락의 불충분함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단어는 하나의 완결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서로 다른 요소들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일 때 긴장을 유지한다.


Language operates between literal and metaphorical signification. The power of a word lies in the very inadequacy of the context it is placed, in the unresolved or partially resolved tension of disparates.

- Robert Smithson, Language to be looked at and/or things to be read-

스미스슨을 포함한 동시대 작가들은 언어를 시각적 대상이자 시간적 구조로 다루어 조각적 사고가 정보와 기록, 텍스트의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그의 드로잉 A Heap of Language(1966)에서도 이 맥락과 원리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작품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A Heap of Language

 

A Heap of Language(1966)는 파란색으로 격자가 인쇄된 그래프용지 위에 연필로 손 글씨를 쌓아 올린 드로잉이다.

 

40도 정도의 기울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언어의 더미(heap) 모양으로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맨 윗줄 ‘Language’로 시작해서 그 아래로 phraseology, speech, tongue, lingo, vernacular, mother tongue 등 언어와 관련된 단어들인데 이것들은 Roget’s Thesaurus라는 유의어 사전에서 ‘language’ 항목 아래에 수록된 어휘들을 기반으로 한다.

 

미술사학자 리즈 코츠(Liz Kotz)는 이 드로잉이 언어를 설명하는 언어를 나열하면서, 조각·대지미술·건축·개념미술·구체시(concrete poetry)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다고 설명한다.


Cataloguing language about language, Robert Smithson’s 1966 drawing A Heap of Language inscribes itself at the intersection of minimalist sculpture, land art, architecture, conceptual art, and concrete poetry.

- Liz Kotz, Words to Be Looked At: Language in 1960s Art -


분명 언어가 등장하는 작품인데도 텍스트의 내용이 먼저 읽히기(read)보다 종이 위에 축적된 배열이 시각적인 형태로써 먼저 보인다(looked at). 여기서 언어는 뜻을 전달하기 전에 물질로 다가온다. 글자는 잉크나 연필의 흔적이며, 단어는 흙이나 돌처럼 쌓인다. 단어는 언어학적 기호이면서도 동시에 조형적 재료로 기능한다.

 



 

엔트로피로서의 언어

 

스미스슨의 대지 미술과 언어 작업들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바탕이 있다. 바로 구조적인 속성인데, 이를테면 갤러리에 풍경 사진 한 장이 걸려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사진은 이곳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갤러리와는 동떨어져 실제로 존재하는 한 장소를 갤러리 공간으로 불러온다. 단어(언어)도 마찬가지다. 이 단어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음성 발화페이지 위와는 동떨어진, 다른 어떠한 의미를 불러온다. 기표와 기의를 말하는 것이다. 스미스슨의 대지 미술 작업이 옮겨질 수 없는 그 장소성, 엔트로피 법칙에 결속된 물리적 성질을 강하게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면 그의 언어 작업 또한 텍스트가 현재 위치한 이곳, 그리고 물리적 또는 시각적 성질에 집중하게 한다.

 

코츠(Liz Kotz)는 당시 스미스슨을 포함한 여러 작가들의 작업을 두고 언어가 더 이상 의미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매개에 머무는 대신 배치되고, 축적되며, 이동되고, 시간 속에서 절차에 종속되는 물질로 다뤄졌다고 본다.


Language was increasingly treated not as a transparent vehicle for meaning, but as a material to be arranged, accumulated, displaced, and subjected to procedures over time.

- Liz Kotz, Words to Be Looked At: Language in 1960s Art -


하지만 코츠에 따르면 언어를 물질로 만들려는 이 시도는 필연적인 모순을 품고 있다. A Heap of Language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여전히 언어에 관한 언어이고, 언어는 끝내 완전히 사물이 되지 않는다. 의미를 비워내려 할수록 의미는 다시 축적될 수밖에 없다. 코츠는 이 지점을 보고 스미스슨의 언어 작업이 탈의미의 성공이 아니라 오히려 그 불가능성을 드러낸다고 본다.

 

언어를 최대한 문자적이고 물질적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급진적으로 은유를 불러온다. 장소와 물질이 엔트로피에서 벗어날 수 없듯 언어 또한 그 기호의 본성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https://holtsmithsonfoundation.org/heap-language-0

Robert Smithson,Cultural Confinement, 1972.

Robert Smithson,Language to be looked at and/or things to be read, 1967.

Liz Kotz, Words to Be Looked At: Language in 1960s Art, MIT Press, 2007.

토니 고드프리, 개념 미술, 한길아트,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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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학연_예술과 사람과 세상에 진심을 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