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 절벽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지역 소멸에 대한 담론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특히 로컬 단위의 ‘마을’에 대한 관심이 제고되면서 지역의 자원을 토대로 한 마을박물관이 지역 소멸에 대한 하나의 대응책으로서 적극적 건립 및 운영되고 있다. 마을박물관과 유사한 맥락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은미술관 조성 및 운영’ 사업을 언급할 수 있다. 작은미술관은 생활권 내 미술 공간이 부재한 지역에서 공공 유휴공간을 활용한 소규모 미술관으로, 문화 민주주의 측면에서 시작되어 지역의 새로운 로컬리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마을박물관과 작은미술관 조성사업은 중심과 지역에 균등한 문화 향유 기회를 부여하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마을의 유휴공간을 창조적으로 재활용하는 것이 그 취지였기에, 이를 지역 소멸 해소에 대한 바람직한 문화적 대안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당할 것이다.

수영성문화마을 – 마을박물관 ⓒ문화예술 플랜비
구체적으로 마을박물관의 긍정적인 측면을 들여다보고자 하는데, 본 원고는 마을박물관과 작은미술관 중 각 지자체에서 파편화되어 조성되고 있는 마을박물관 사업을 중심으로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리벌민속박물관 성진석 학예사는 마을박물관의 순기능을 크게 5가지로 나눠 소개하였다.
1. 공동체 의식 제고의 매개체 2. 마을문화 보전시설 3. 관광자원이 아닌 마을사(史) 기반의 마을 기억 저장소 4. 외부 관람객 유입을 통한 마을 활성화 5. 마을의 유휴 건축물의 창조적 활용 |
통상적인 기관들과 달리 마을박물관은 지역의 역사성과 환경의 맥락 속에서 발현되었기 때문에, 박물관이 위치한 장소와 지역민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박물관 관계자 구성부터 유물 수집까지 박물관 역할과 기능의 모든 부분을 지역민이 관여하기에, 마을박물관은 외부에 의해 주입되듯이 생긴 ‘낯선 것’이 아니라 지역민으로부터 시작된 ‘새롭지만 친숙한 것’으로 인식된다.
즉, 지역에서 시작된 마을박물관은 박물관 내부의 건물과 마을이라는 외부의 공간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화합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느 지원사업과 같이 마을박물관 역시 지자체 예산으로 편성되는 단기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자원 조달의 안정성 및 운영의 지속성과 같은 과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화동 마을박물관 ⓒ방방콕콕
특히 재원 확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당수의 마을박물관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과제를 품고 있다. 박물관의 필수 기능 중 하나인 ‘수집’의 측면에서 이 부분이 더욱 두드러지는데, 타 국·공립기관과 달리 마을박물관은 소장품 수집 예산이 매년 책정되는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민의 기부와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마을의 맥락 속에서 출현한 박물관이기에 기관의 컬렉션이 마을 주민의 기증으로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생활사적 장르로만 편중되어 있다는 점과 박물관의 확장 가능성에 있어서는 필시 개선해야 할 지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테미마을박물관

테미마을박물관 전경 ⓒ대전 중구 공식 블로그
테미마을박물관은 대전 최초 주민 주도형 마을박물관으로, 2018년 (사)대전문화유산울림에 의해 설립의 기틀을 쌓았고 이후 대전광역시의 ‘시민 공유 공간 지원사업’에 선정되며 2021년 12월 개관하였다. 테미마을박물관의 핵심 가치는 ‘주민’으로, 마을박물관의 취지와 정확히 공명하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테미마을박물관의 핵심 가치
주민이 박물관 문을 열고, 닫는 것부터 운영의 주체로서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박물관 전시를 주민 큐레이터가 직접 기획합니다.
박물관 프로그램을 마을과 연계하여 기획 및 진행합니다.

테미마을박물관 주민 큐레이터 교육 과정 ⓒ (사)대전문화유산울림
테미마을박물관에서는 기관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철저히 주민 중심으로 설정하였고, 더욱이 단순한 관람객으로서의 지역민이 아니라 주체자로서 참여할 수 있게 ‘휴먼웨어’를 육성하는 데 큰 비중을 두었다. 실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큐레이터 양성 과정을 설계하여 지역민과 함께 첫 기획전 ‘休대전마을나무展’을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매년 큐레이터 양성을 진행해 꾸준한 지역 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테미마을박물관 실내 전경 ⓒ대전 중구 공식 블로그
이처럼 테미마을박물관은 마을박물관이 지역의 맥락과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정리할 수 있다. 동시대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문화콘텐츠는 이제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고, 지역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장소는 생각보다 더 지역적이고 작은 단위일지도 모른다.

미추홀구 토지금고 마을박물관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공식 블로그
마을박물관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대체 불가능한 장점과 운영에의 여러 단점을 지닌 독특한 지역문화 콘텐츠이다.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창발할 때 필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과제들은 정책적 울타리와 법제적 보호를 통해 왕성히 육성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을박물관과 작은미술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 관련 법규인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정의하고 있는 박물관 정의에 속하지 않는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2조(정의)에서는 박물관을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및 평생교육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고고(考古)·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교육하는 시설로 말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 증대 및 마을 공동체 중심에서부터 탄생한 마을박물관은 언급된 박물관의 7가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이 아닌 마을전시관 내지는 마을자료관, 마을홍보관과 같이 단순한 시설로서만 인식되는 실정이다.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 ⓒ인천광역시 동구
마을박물관은 단기간의 급격한 인구 절벽이라는 한국 사회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해 출연한 새로운 지역문화 콘텐츠이다. 실제 지역 주민의 공동체 의식 함양과 평생교육의 장소로서 기존 박물관 및 미술관이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기능과 역할을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마을박물관은 전통적인 기관과 함께 공존하며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한국형 전시의 ‘그 다음’에 대해서 고민거리를 제공한다. 마을박물관과 작은미술관은 한국의 새로운 전시 패러다임이 될 수 있을까?
참고자료
성진석, 2016, “주민 주도형 마을박물관의 현황과 지속적 운영을 위한 제언”, 박물관학보
김현경, 2017, “박물관의 사회적 기능 확대 방안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대전 중구 공식 블로그, “2024 테미마을박물관 기획 전시, 대전의 마을 돌장승과 바위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