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 윌리엄스, 『현대미술 글쓰기』, 안그라픽스, 2016.
이동휘, 이여로,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 언어, 이론』, 미디어버스, 2022.
두 책의 공통점은 우선
1. 매우 친절하다.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말로 조언을 주고 생각을 함께 이끌어나가게 해준다. 책 밖의 독자에게 계속해서 말을 걸고 있어서, 당장 내 앞에서 단호하게 방향을 제시해 주거나 생각을 여기서 멈추지 말라고 격려하는 듯하다.
독자에게 바로 영향을 끼칠 만큼, 2. 이 책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우리들에게 시급하다.
또한 두 책 모두 3. 다양한 참고자료를 통해 우리에게 책 이외에 많은 레퍼런스를 던져준다.
그래서 막 글쓰기의 첫 발걸음을 뗀 사람들에게 좋은 가이드의 역할을 하는데, 각각 글쓰기와 연구를 위한 기술적인 가이드, 생각의 가이드가 되어주기에 모두 책장에 꽂아두기를 권하고 싶다.
『현대미술 글쓰기』

이 책의 부제는 ‘아트라이팅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이다.
제목처럼 학술논문부터 기사, 전시 카탈로그, 경매 홍보문이나 블로그 글까지 동시대 미술에 대한 아트라이팅의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룬다. 초보 필자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나 당장 버려야 할 습관 같은 것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며, ‘좋은’ 글쓰기의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여 마치 학습지 해설집 같은 느낌도 난다.
책의 중간 중간 또는 말미에 참고할 예술 도서와 사이트, 작가 목록까지 친절하게 정리해놓아서 이 분야의 입문자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다. 만약 미술에 대한 글을 쓰다 막혔을 때 이 책을 꺼내본다면, 다시금 찔리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다.

예술에 대한 글을 잘 써야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훌륭한 예술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p.12, <아트라이팅에 단 하나의 ‘최선’은 없다> 중)
작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마음속으로 전시회 행사를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뭉뚱그린 채 전체를 아우르는 글을 써서 제목과 날짜를 붙였다면, 다시 한 번 모든 작품을 차례로 살펴보기 바란다. (..) 우선 작품 하나하나를 이해해야 한다.
(p.87,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법> 중)
만약 당신의 '아이디어'가 '경계를 흐리게 하거나' '선입견에 도전한다'는 등의 맥 빠진 개념만 내세운다면 좀 더 머리를 써야 한다. 그런 '아이디어'는 병원에 죽은 상태로 도착한 환자나 다름없다. 훌륭한 아이디어는 위험하다. 위험을 감수하자.
(p.243, <‘평가하는' 글> 중)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 언어, 이론』
시급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이 시급할까.
이동휘와 이여로 공동 저자는 ‘예술 이론은 어렵다.’는 인상과 사실에서 이 글을 길어 올렸다.
그리고 언어, 생각, 설명, 해석, 배열과 같은 개념에서부터 사고를 시작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서 누구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았던 ‘예술 이론의 어려움’ 속 엉킨 실타래를 풀고자 한다.
책은 공동 저자의 글이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저자의 성실한 사고 과정을 따라가게 해주는 동시에 독자 스스로 사고하기 위한 단절의 시간 또한 주는 듯하다. 또한 책에서는 저자가 이미 결론 난 생각을 짜맞추는 게 아니라 ‘이론하기’를 위해 사고의 흐름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과 그에 따르는 책임감이 돋보인다.
책의 결론을 미리 밝히면, 의외로 이론이나 언어는 책이나 선생님을 통해 학습 받는 고정된 체계가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자율적인 체계다. 각자의 직관을 재료 삼아 단순한 조작과 방법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우리는 바로 그렇게 만들어지는 체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예술을 참조해 어떻게 자신의 이론하기를 통해 독립된 언어에 이르는지 밝혀낸다.
(p.2, <서문> 중)
이동휘가 열심히 공부하여 예술이론의 어려움을 극복하기보다 -그래서 착실하거나 낙오한 학생이 되기보다- 어려움을 통해 생각을 한 번 해보자고 제안한 것처럼, 그리하여 ‘예술은 정확히 정의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각자가 해석 가능하다.’라는 실천의 길로 안내한 것처럼, 나는 ‘x가 무엇이냐’고 물음으로써 각자의 생각이 처음부터 시작되는 걸 보고 싶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미 생각된 생각들’ 사이에 있으니까.
(p.42, <소리 연습: 예술이라 부르기 전에> 중)
이 초보자-학생들은 얼른 이론의 눈, 이론의 귀, 이론의 두뇌를 추월해야만 하는가? 만일 영원히 그럴 수 없다면?
(p.153, <배열 a[Array, petit, a]> 중)
당장 필요한 책만 집어 들고 읽을 수 있는 입장에서 이 두 책은 소장한 후 매우 빨리 읽었고 그만큼 시급한 책이었다. 그 누가 알려준 적은 없지만 막연히 ‘이런 방식/글은 싫다.’고 느꼈던 이유를 알게 해줘서 굉장히 속 시원함을 선사해 줬다. 예술을 알아가는, 스스로 공부를 이어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성을 잘 제시해 주기에, 이 책을 함께 참조하자고 말하고 싶다.